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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조선 회화, 디자인으로 거듭나다 리움의 '조선말기회화전' 전시 디자인


제대로 보여지기 시작하다

한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미술 전시를 가만히 보면 피카소, 샤갈, 마티스 등 대부분 서양 미술 일색이다. 서구 거장의 이름을 앞세운 전시임은 틀림없지만, 진정한 A급 작품이 많지 않은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들의 브랜드 파워 앞에서 수많은 한국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지갑을 연다. 과연 우리에게는 그러한 예술가가 진정 없는 것일까? 왜 장승업, 김정희와 같은 조선의 작품에 관객은 열광하지 않을까? 더욱이 이들의 작품은 B급이 아닌 대부분 명품인데 말이다. 우선 어릴적 조선의 대가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를 기억해보자. 그것이 감동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무성의하고 딱딱했던 그 옛날 관료적인 디스플레이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동안 조선의 회화가 과연 ‘제대로 보여졌는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그 오래된 숙제를 극복하려는 전시가 있는데 삼성미술관 리움의 '조선말기회화전'이 그것이다.

세밀한 노출로 감상의 극대화
이 전시는 우선 회화 감상의 거리를 12cm로 대폭 줄였다. 기존 박물관에서는 회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어도 제습기 설치에 따른 설비 공간 때문에 유리와 작품이 1m 정도 떨어져 있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림과의 거리를 대폭 줄임으로써, 마치 책을 보듯이 세밀한 감상을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작품 하나하나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작품 뒷면에는 특수 제작한 흑색 한지를 배경으로 하였다. 일부 작품들은 고급 보석가게 쇼윈도를 연상케 하는 쇼케이스를 별도로 제작하여 작품마다 독립적으로 나열함으로써 디스플레이의 고급스러움을 창출하였다. 과학적인 노력도 돋보였다. 제습기 대신에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방습 패치를 사용하였고, 벽면 중간마다 일정하게 공간을 띄워 동선과 시선을 분산시킴으로써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줄이고 지루함을 덜어냈다. '조선말기회화전
'의 디자인적 의의는 효과적이고 세련된 전시 디자인으로 고미술의 진면목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노출시켜, 궁극적으로조선 회화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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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유리와의 간격을 12cm 정도로 대폭 줄임으로써, 마치 책을 보듯이 세밀한 감상을 가능하게 하였다. 2 전시장 입구. 마치 책의 첫 장을 넘기는 듯한 디자인으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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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관은 차별성을 주기 위하여 본전시장의 쇼케이스와 다른 마감 처리를 하였다.
4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작품 뒷면에는 서세옥 작가의 자문을 받은 흑색 한지를 배경으로 하였다.
5 작품을 독립적으로 나열하기 위하여
쇼케이스를 별도로 제작하여 디스플레이의 고급스러움을 창출하였다.

고미술은 언제나 디자인의 스승이다
디자인의 영감을 얻기에 미술관처럼 좋은 장소도 없다. 특히 간과해왔던 선조의 미술에는 보물이 가득하다.
조선 말기의 회화에는 평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법이나 화풍, 그리고 독특한 소재와 형식으로 그려진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숨어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먼저 발견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경쟁력 중 하나이다.


'백납도8곡병(百衲圖八曲屛)'

유숙(劉淑), 19세기, 비단에 수묵담채, 각 20~30cm 내외, 개인 소장
백납도는 갖가지 모양과 주제의 여러 작은 그림들을 병풍에 붙인 것을 말한다. 병풍 안에 있는 그림은 산수, 인물, 화조, 영모 등 다양한 소재들이 원형, 방형, 선형의 화면에 나타난다.


'책가문방도8곡병(冊架文房圖八曲屛)'

이형록(李亨祿), 19세기, 종이에 채색, 139.5×421.2cm
여덟 폭이 연결되어 한 장면을 이루는 이 작품은 선비의 사랑방에 놓여 있는 서가를 그대로 화면에 옮겨 놓은 것이다. 정확한 원근법에 따라 좌우 4폭씩 대칭을 이루는 입체적 구성과 고색창연한 색채가 엄격한 선비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인터뷰 | 김성태&이성연(삼성미술관 리움 전시 디자이너)
“미술에 대한 애정, 전시 디자이너 요건 1순위”


삼성미술관에는 몇 명의 디자이너가 있는가?
전시 디자이너가 3명 있다. 각각 현대 미술 전시 디자인(김성태), 고미술전시 디자인(이성연), 전시 디자인(유미림)을 맡고 있다. 담당 분야가 있지만 실제로는 일을 같이 하는 편이다. 참고로 큐레이터는 14명이다.

1년에 전시를 평균 몇 번 진행하는가? 
기획 전시 9~10회(리움: 3회, 로댕갤러리: 4회, 호암미술관: 2회), 상설전시 2~4회(리움: 2회, 호암미술관: 2회)가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을 포함한 삼성문화재단 전시장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삼성미술관 리움은 고・현대 소장품 위주로 상설전과 기획전이 동시에 열리는 공간이다. 반면 로댕갤러리는 현대 미술 기획전이 주로 열린다. 전면 유리를 통해 일광이 많이 들어오는 개방적이고 열린 공간으로 설치미술, 미디어, 조각 등 다양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호암미술관은 고미술 기획전이 주로 열린다. 일광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폐쇄적이고 닫힌공간으로 기획전, 상설전 순으로 이어지는 연속 순회형 공간이다.

'조선말기회화전'의 전시 디자인 콘셉트는 무엇인가?
전체적인 전시 콘셉트는 모던&앤티크이다. 리움에서 처음 개최되는 고미술전이라 현대 건축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최종선택은 모던한 공간이었다. 직선과 수직선의 간결한 구조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슬릿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1층 전시장 (블랙박스)은 명품 전시 감상을 위한 공간으로 조도를 최대한 낮춤으로써 관람객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고, 아동 전시장은 조도를 밝고 고즈넉하게 유지시킴으로써 선비의 격조가 느껴지는 사랑방 분위기
로 연출하였다.

전시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미술관은 순수미술을 다루며 전시라는 형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시각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친절한 디자인이 숨겨져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과 공간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미술품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미술사적 지식과 재질, 보존 상태, 적정 조도, 보안 조건까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술관을 좋아하고 미술품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태
남서울대 환경조형학과, 국민대 디자인대학원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 선임 디자이너로 있다.
이성연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홍익대산업미술대학원 공간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 선임 디자이너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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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강철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06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