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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이토록 아름다운 기능 아메바 캘린더 '지도미학'
그래픽 디자인이 정보 디자인으로 진화하는 데 있어 지도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정보 디자인 전문 회사 아메바가 신년을 맞아 지도의 미학’을 담은 12장의 대형 그래픽을 선보였다. 모바일 지도 앱으로 길을 찾아가는 시대, 정밀한 지도가 풍기는 무궁무진한 영감은 그저 아름답다.

뉴욕의 쿠퍼 휴잇 디자인 뮤지엄은 25년 전인 1992년 가을, <지도의 힘The Power of Maps>이라는 대대적인 전시를 기획했다. 기원전 1500년의 고지도부터 근대 지도까지 400개가 넘는 지도를 선보였는데, 디자이너 피터 굴드(Peter Gould)의 AIDS 지도와 작가 톰 반 센트(Tom Van Sant)가 ‘조각한’ 세계지도, 어린이들이 그린 세계지도 등을 신선한 큐레이션으로 재조명했다. <지도의 힘>전의 큐레이터이자 지질학자인 데니스 우드(Denis Wood)는 지도를 객관적 대상의 레퍼런스라기보다 ‘수용자의 구체적인 관심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관점’으로 간주했다. 또 지도를 소통과 설득, 권력의 도구이자 지도를 만든 이의 편향된 시각의 산물로 봤다. 기능과 의도에 따라 정보라는 확고한 실용성으로 사람들이 사는 공간과 세계관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지도는 광고나 그래픽 디자인과 닮았다.

정보 디자인 전문 회사 아메바(대표 조주희)는 2017년 지도의 미학을 담은 12장의 대형 그래픽을 선보였다. 아메바는 2011년부터 시대상을 관통하는 그해의 테마를 정해 소장 가치가 다분한 캘린더를 선보여왔는데, 정밀한 그래픽만큼이나 세상을 관찰하는 디자이너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2016년에는 종이 화폐의 종말을 고하며 승승장구 중인 모바일 페이 시대를 맞아 화폐 디자인의 역사와 미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데 이어 올해의 영감은 지도다. ‘도착 시간’을 우선순위 정보로 삼는 구글과 네이버 지도 앱으로 길을 찾아가는 시대에 지도가 더 이상 어떤 기능이 있을지, 특히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영감의 원천이자 소회일지 궁금해진다.

“지도는 정보의 집약체이다. 정보는 권력이므로 지도는 곧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산업의 발달은 지도의 원근화와 다양화를 가져왔고 자연히 디자인은 지도 제작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아메바 고문 박효신 연세대학교 교수가 말했다. 그는 그래픽 디자인이 정보 디자인으로 진화하는 데는 지도의 역할과 공이 컸다며, 19세기 초 프랑스의 샤를 미나르(Charles Joseph Minard)가 만든 나폴레옹 군대의 러시아 원정 지도, 1933년 헨리 벡(Henry Beck)이 디자인한 런던 지하철 노선도, 그리고 건축가 리처드 솔 워먼(Richard Saul Wurman)의 저서 <미국의 이해Understanding USA>에 등장하는 수많은 지도와 다이어그램의 정보 디자인적 가치와 높은 시각적 품질을 예로 들었다. “지도에는 상세한 환경과 위치 정보 이외에 그래픽적 미학이 내재해 있다. 그 자체가 참으로 아름다운 그래픽이라는 생각을 든다. ‘정보 제공적인 것은 태생적으로 아름답다’라는 말은 결국 ‘기능적인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과 맥을 같이하는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아메바가 이번에 선보인 12장의 지도는 서울, 필리핀 보홀, 이집트 나일 강, 중국 톈산, 러시아의 호수 오제로 등 흔히 아는 도시에 잘 모르는 정보성 테마를 더해 낯설게 나타내거나, 전혀 모를 만한 도시의 진수를 친절히 소개한다. 서울의 지리적 환경을 그래픽 패턴으로 나타낸 가장 기본적 개념의 지도로 시작해, 나사(NASA)가 있는 ‘달과 가장 가까운 도시’ 미국 휴스턴에는 그간 쏘아 올린 수많은 인공위성을 픽토그램으로 표현해 왼쪽 한편에 줄 세우기도 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는 유명 건축물로 점철된 도시답게 등고선과 해안선을 표시하기보다 유명 장소와 건축물을 텍스트와 픽토그램으로 그려 넣었다. 브라질의 아마존은 탈산림화 현황을 기록한 수치를 마치 경고음을 울리듯 실제 지형 위에 노랗고 빨간 실선으로 표현했다. 자연과 인공물의 태생적인 미학에 디자이너의 관점을 담은 정보가 더해진 한 장 한 장은 ‘기능적인 것은 아름답다’는 오래된 테제를 생생하게 상기시킨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 관장 데얀 수딕은 “디자인은 유용성에 뿌리를 둔다. 하지만 예술은 그렇지 않다”라고 간결하게 디자인과 예술을 구분 지었다. 유용성에 뿌리는 둔 것이 어떻게 예술에서 그토록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구현해내는지는 아메바의 관점으로 리디자인한 ‘지도의 미학’을 찬찬히 살펴보면 되겠다. 아메바의 월별 정보 그래픽은 2017년 한 해 동안 월간 <디자인> 뒤표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 나무, 전선, 건물, 과수원, 포장도로 등의 상징 기호를 정해 각종 문양의 중첩으로 표현한 서울.


유명 장소와 건축물을 텍스트와 픽토그램으로 나타낸 이탈리아의 베니스.


탈산림화 현황을 기록한 수치를 노란색과 빨간색의 실선으로 표현한 브라질의 아마존.

Interview
정혁 아메바 아트 디렉터·이사

“지리적·문화적 특색이 담긴 꾸며지지 않은 지도 자체의 조형성에 주목 했다”




‘지도의 미학’에는 매월 인포그래픽을 가미한 구체적인 시사점이 있다. 월별 테마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지도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한정적인 의미 외에도 수많은 요소가 있다. 지도 자체의 시각적 조형성과 정치·문화적 시사점(개발에 따른 아마존 환경 파괴), 지리적 위치에 따른 역사성·사회성, 지역의 전설 등 다양한 관점으로 주제를 정리한 뒤 최종적으로 12개 장소를 검토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월별로 어울리는 의미적, 시각적 주제를 택했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는 1270개의 원뿔형 언덕이 솟아 있는 곳이 있는데 그 모양이 키세스 초콜릿을 닮아서 ‘초콜릿 힐’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곳에는 달콤한 이름과 달리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아로고라는 거인이 사랑하는 여인을 안고 도망치다 너무 꽉 껴안은 나머지 여인이 그만 죽고 말았고, 이에 거인이 흘린 눈물방울이 언덕으로 변했다는 전설이다. 고민할 필요 없이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의 테마는 ‘초콜릿 힐’로 정했다.

열두 달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거론된 도시가 있다면?
바다의 생태 환경을 보여줄 수 있는 독도의 생태 지도라든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선 이용객을 자랑하는 공항인 두바이 공항의 하늘길을 표현한 항공 지도가 거론되었다. 하늘에서 촬영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은 극명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데, 이러한 점을 부동산 가격과 엮어 나타내는 부동산 가격 지도도 거론되었다.

대주제와 월별 테마를 정한 뒤 다음 단계의 구체적인 디자인 과정은 어떤가?
구글 어스(Google Earth), 오픈 스트리트 맵(Open Street Map) 등 지도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고도부터 아주 작은 마을과 거리의 이름까지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지도를 주제로 삼아 사실적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막막할 때 이런 지도 프로그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도라는 복합적인 맥락을 이루는 주제를 시각화하는 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지도 그래픽 작업은 사실적 정보를 기반으로 진행하기에 무엇보다 지도 제작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지도의 성격, 축척, 제작 방식, 필수 요소를 학습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반면 가지각색의 지리적·문화적 특색이 담긴 꾸며지지 않은 지도 자체만으로도 자연 혹은 인간이 만들어낸 조형성 그 자체에 많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구축한 DB로 여러 해 동안 신년 캘린더를 제작해왔다. 요즘 시대에 물성의 캘린더를 작업한다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어떤 의미인가?
아메바의 달력 제작 경험은 디자이너로서 자주 경험해보지 못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달력의 패키지 손잡이 하나만 하더라도 가죽 손잡이로 할지 플라스틱 손잡이로 할지 고심하며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실험하고, 적용해보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합리성과 도전 정신’이라는 디자인의 균형점을 찾는 연습을 하기에도 좋은 기회다.


러시아 영토에는 200만 개가 넘는 ‘호수(러시아어: Ozero)’가 있는데 전체 크기를 합하면 35만 m2 규모다. 러시아 호수의 질적, 양적 경관에 주목한 지도.


(왼쪽 위줄부터) 필리핀 보홀, 미국 휴스턴,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이집트 나일 강, 남극, 페루 칠레, 러시아 호수, 일본 도쿄를 정보 그래픽으로 표현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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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은아 기자, 자료 제공: 아메바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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