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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동시대의 이미지를 전달하라 세종문화회관 디자인 전략


2017~2018 세종 시즌 홍보 이미지 팝아트를 이용해 가볍고 친근하게 세종 시즌을 홍보하고자 했다. 세종문화회관 공연 티켓을 보고 즐거워하는 커플의 모습이 유쾌하면서 코믹하다. 

세종문화회관 하면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서울시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게 된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의 중심에 있다. 이곳에서 열리는 큰 행사는 시민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자연스레 대표성을 띤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은 단지 무대를 빌려주는 전시 공간만이 아니라 자체 예술단 9개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유스오케스트라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극단, 서울시청소년국악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무용단 등 각기 장르가 다른 예술단 아홉 가족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다. 각 예술단 단장이 창작뿐 아니라 독립적으로 예술단 관리ㆍ운영까지 책임지는 독특한 구조다. 세종문화회관은 이 외에 돈화문국악당, 삼청각, 북서울꿈의숲 아트센터 등 외곽 공연장도 여러 곳 운영한다. 이렇듯 자체 공연을 생산하는 ‘창작’과 자체 공연을 ‘향유’하는 두 가지 임무를 충실히 실행해온 세종문화회관은 그간 낡고 딱딱한 이미지였다. 한국 1세대 건축가 엄덕문이 설계해 한옥의 화랑과 안마당의 개념을 도입한 세종문화회관의 건축 양식은 모던 한옥의 시초로 평가받지만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중앙 계단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는 대중적이기보다 다가가기 어려운 예술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장치였다. 이런 세종문화회관이 최근 재기발랄하고 유쾌하고 젊어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시즌제 도입이다.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열리는 공연과 전시 일정을 미리 공개하고 패키지 티켓을 판매하는 제도를 선보였는데, 올해 2회를 맞이했다. 이를 통해 관객이 늘고 내부적으로 미리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프로그램 상당 부분을 전속 예술단이 담당하는 세종문화회관 특유의 구조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천편일률적인 공연 예술 이미지에서 탈피해 동시대적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에서도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국악, 연극, 합창, 발레 등 장르와 특성이 각기 다른 예술단 9개를 하나의 틀 안에 가둬두는 건 어쩌면 무리한 일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각 예술감독의 취향, 철학, 예술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기존 이미지에 공감하는 관객이 여전히 많다. 이런 구조적인 어려움 속에서 세종문화회관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컬러풀한 이미지와 유머 코드를 적극 차용해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는 외부 디자이너의 작업을 사이즈 조정만 하던 관 디자이너의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세종문화회관의 전반적인 아트 디렉팅이 필요하다고 느낀 내부의 인식이 큰 힘을 발휘했다. 아직 세종문화회관의 디자인 전략이 섬세하고 단단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서류를 통해 디자인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복잡다단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관 디자인이 과거가 아닌 지금의 디자인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세종문화회관의 디자인은 먼 훗날 들춰보는 2017년의 광화문광장 사진 속에서 더 빛날지도 모르겠다.


Interview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경영자가 디자인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 디자인의 조언자로 머물러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 미래유산’이기도 하다. 세종문화회관의 문화적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래유산’이란 지금 유산으로 지정하기는 어렵지만 100년 후에는 분명 유산이 될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개관을 기준으로 2018년 40주년을 맞이한다. 일제강점기 경성의 부립 극장이었던 부민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를 길게는 80여 년까지 내다볼 수 있다. 서울의 중심 자리를 지켜온 세종문화회관은 어떻게 보면 현대사를 관통한 목격자이자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 시민의 기억 속에 정서적 장소로 각인되는 건물로서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 서울을 대표하는 여러 문화 공간이 있다.

여느 문화 공간과 다른 세종문화회관만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세종문화회관을 처음 설립한 1978년 당시에는 공연장 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공연 산업은 크게 창작, 유통, 향유라는 큰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예술 부문의 주체들이 분화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공연장이 그 역할을 모두 맡았다. 예술의전당이 1988년 문을 연 뒤 20년 동안 한국에는 엄청난 문화 폭발이 있었다. 양적 팽창이 일어나면서 공연 문화의 역할이 나뉘기 시작했다. 이런 폭발은 어떻게 보면 경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연 시장의 이런 변화 속에서 세종문화회관은 여전히 예술 시장의 창작, 유통, 향유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등은 중앙 정부 소속으로 나름의 역할 분담이 있다. 국립국악원은 전통 계승, 국립극장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 예술, 예술의전당은 서양 장르의 공연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운영하는 세종문화회관은 이 구도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구 단위 문화회관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이 최근 보여주는 이미지가 굉장히 젊어졌다는 평가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미 많은 시각적 자극을 주고 있다. 큰 기둥, 중앙 계단, 결혼식, 정치인들의 모임 장소 등 현재적이지 않은 과거의 이미지가 대다수다. 세종문화회관은 특이하게도 예술단 9개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곳이다. 예술단장이자 예술감독이 장르의 특성에 맞는 고유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일사불란하게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건 어렵다. 아직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예술단도 있다. 한 방향으로 예술을 강요하기는 어렵지만 시대에 맞게 최대한 밝고 젊은 예술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다. 포스터를 ‘거리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공연 문화 이미지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은 시대가 변해 포스터의 이미지가 아니라 이미지의 변주가 중요해졌다. 포스터를 붙이는 곳이 사실 많지 않다. 대표적인 이미지를 대중이 포스터라고 인식할 뿐이다. 그럼에도 스틸 이미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절대적이다. 이것을 웹, 동영상, 인쇄 매체 등에 어떻게 응용하고 활용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의 디자인을 위해 사장으로서 하는 일이 있다면?
공연 현장에 30년 정도 몸담아오는 동안 내가 직접 포스터를 디자인한 적도 있다. 나름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다. 아무리 감각 있는 아마추어라도 감각 없는 프로만 못하다는 점이다. 그 뒤로는 절대 하지 않는다. 한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았을 때 메인 이미지를 정하는데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마음에 드는 이미지에 스티커를 붙이게 했다. 그 간부들은 축제의 전문가도 당사자도 소비자도 아니다. 대체로 디자인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디자인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그렇다고 디자인을 소비하는 계층도 아닌 경우가 많다. 그저 사회적 권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결정한다.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의 이미지를 보면 그 지역 디자이너의 수준이 아니라 그 지역 리더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나는 세종문화회관 사장이지만 되도록 디자인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역할은 냉정한 조언자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승엽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예술의전당 공연장운영부장,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학과 예술경영 전공 교수 등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맡고 있다.



동요 뮤지컬 <외할머니 댁에서의 여름방학> 포스터 유치한 캐릭터 일색인 동요 뮤지컬 포스터와 달리 진짜 동심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포스터다.


우리 동요 사계절 포스터 ‘사계절’을 주제로 우리 동요 42곡을 어린이 합창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공연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발달한 동요를 선보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페이퍼 아트처럼 표현해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2015 세종페스티벌 허그 포스터 2015년 가을 세종문화회관 내·외부에서 열린 페스티벌이다. ‘예술로 안아주기, 허그’라는 주제로 열린 페스티벌의 의미를 서로 다른 극에 있는 H와 G, 그리고 이를 잇는 말굽자석 U자로 표현했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포스터 주인공이나 중요 공간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존 오페라 포스터에서 벗어나 중세 시대 책 표지 같은 이미지로 연출해 세련된 느낌이다.


2016 세종페스티벌 봄소풍 포스터 2016년 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페스티벌 봄소풍. 다양한 악기와 공연용품을 김밥 속 재료로 표현해 즐겁고 설레는 분위기를 전달했다.


서비스 플라자 공간 아이덴티티 구 인포샵을 확장해 티켓 예매는 물론 부족했던 휴게 공간을 신설하고 고객들이 영상, 전단 등 각종 홍보물을 통해 세종문화회관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인 서비스 플라자를 만들었다. 박스 형태의 건물 외관에서부터 부스 느낌이 물씬 난다. 티켓을 형상화한 붉은색 아이덴티티가 현대적이다.


Interview
원승락 세종문화회관 디자이너

“서울시 한복판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동시대적이어야 한다.”



국립극단, LG아트센터 등 주요 공연 예술 기관의 프로젝트에 우리가 잘 아는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가 개입하면서 공연 예술계의 판이 바뀌었다. 더 이상 과거의 취향을 고집하기에는 주변 상황이 녹록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은 조직도에서 오는 특수성 때문에 평이한 수준의 그래픽 작업조차도 ‘공연 포스터 같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공공 기관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하면 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거부감과 반감이 들지 않게 다른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 그리고 시민에게 보고할 수 있을 정도의 행정 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월한 디자인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서울시 한복판에 있는 만큼 동시대적 수준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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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임나리, 인물 사진: 김정한(예 스튜디오), 자료 협조: 세종문화회관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