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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디자이너이자 교육자로서 안상수를 기록한 <날개. 파티>전


PaTI 아카이브,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2017 
언제고 열렸어야 할 전시가 비로소 열렸다. 안상수가 디자이너로서, 교육자로서 쌓아온 업적과 현재 진행형인 프로젝트 파주타이포그래피(PaTI)의 행보를 일목요연하게 기획한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월 14일부터 5월 14일까지 열리는 〈날개. 파티〉전은 SeMA 그린(Green) 기획전의 한 갈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블루, 골드, 그린으로 한국 미술계의 자취를 세대별로 조명하는 격년제 기획전 SeMA 삼색전을 꾸려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그린은 원로 작가의 업적을 조명하며 한국 미술의 미래를 가늠하는 장이다. 하지만 올해로 예순을 넘긴 안상수는 원로 작가도, 원로 디자이너도 아니다. 안상수는 자신의 오랜 이력을 담론·이론화하며 원로로 자리매김하기보다 여전히 부지런하게 ‘사건’을 만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가장 괄목할 만한 사건이라 하면 학교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 파티를 꼽을 수 있다. 안상수는 파티의 배우미, 스승과 함께 디자인 교육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홀려라>, 캔버스에 아크릴, 안상수, 서울시립미술관 2017 
전시는 크게 2부로 나뉜다. 1부는 안상수가 디자이너로서 이룩한 안상수체 등의 업적을 소개하며, 2부는 파티를 통해 디자인 교육의 미래를 내다보는 장이다. 1부 ‘날개’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홀려라’로 이것은 안상수의 디자인 철학과 맞닿아 있다. ‘홀리다’는 ‘몰입’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창의는 몸과 마음을 던져 홀려야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이며 파티의 구호로 쓰기도 한다. 1부에는 1985년 안상수가 홀려서 디자인한 안상수체를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장치가 여럿 있다. 타일 조각에 자음과 모음을 그려 넣은 설치 작품은 소리 글자인 한글의 특징을 잘 나타냈다. 이처럼 안상수는 한글을 대할 때 마치 생소한 활자를 다루듯 형태와 소리에 대한 실험적인 시선을 언제나 잃지 않았다. 이는 ‘문자도 영상 리프로덕션’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데 1998년부터 금누리와 함께 총 17호를 발간한 독립 잡지 〈보고서/ 보고서>에서부터 안그라픽스 캘린더, 각종 포스터의 밑그림, 문자도 파일을 관람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이 외에도 안상수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영상, 파티 스승이자 디자이너 박지훈이 안상수와 파티의 사건을 시대·정치적 상황과 결부해 기록한 연표까지 입체적인 작품을 통해 디자이너로서 안상수의 행보를 전시한다. 한편 2부 ‘파티’에는 2013년부터 파티가 벌여온 생동감 넘치는 사건을 집약해놓았다. 거대하고 둥그런 플랫폼 위에 파티가 제작한 크고 작은 리플릿,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이 보내온 축하 메시지 영상, 학생들의 작품을 자유롭게 전시한다.


<도자기 타일>, 도자기에 잉크, 1000×300mm, 안상수, 2017 

안상수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쪽에는 파티의 전체 커리큘럼을 간단하게 정리한 인덱스도 마련했다. 파티의 커리큘럼은 몸의 감각으로 익힌 경험을 중시하는 안상수의 철학을 반영해 제목만 봐도 흥미로운 것이 많다. 미술대학의 필수 수업 이외에도 여행을 통해 디자인을 배우는 ‘길 위의 멋짓’, ‘디자인과 연극’, ‘음악놀이’, ‘동양철학’ 등이 있다.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기보다 디자인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수업이다. 1부와 2부에 빼곡히 쓰여 있는 안상수의 일대기가 의미 있는 것은 스승과 학생이 함께 새로운 대안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것이며, 그곳에서 제도권 디자인 교육의 한계를 넘어설 단초를 찾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의 의의에 대해 정확히 짚어준 전시 기획자 권진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의 말을 옮긴다. “디자인 전시는 특정 장르의 전통적인 경계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유효한 움직임을 가늠하고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위한 실천, 즉 ‘움직임을 드러내는 장’으로 설명될 때라야 그 가치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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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백가경 기자,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