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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코리아 디자인을 담은 제품과 포스터 피나코텍의 <코리아: 디자인+포스터>전


25개 팀의 100여 점의 포스터는 로비와 강당 앞 복도에 전시돼 오고 가는 다양한 관람객을 만났다. ©Die Neue Sammlung 
멀리 뮌헨의 디자인 뮤지엄에서 이토록 구구절절하게 한국의 근현대사를 망라한 전시 설명문을 볼 줄은 몰랐다. 뮌헨 피나코텍 현대미술관은 <코리아: 디자인+포스터>전 서문에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앞서 인쇄술을 발명한 나라, 왕이 백성을 위해 직접 한글이라는 문자를 만든 나라, 한때 일본의 지배를 받았으며 이후 소련과 미국에 의해 반으로 쪼개진 뒤 남북 간의 비극적인 전쟁을 치렀지만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국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달성해낸 나라 등의 내용을 읊으며 오늘날 전 세계적인 우위를 갖는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라고 한국을 설명한다. 그리고 한국에 서양적 개념의 디자인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라고 설명한다. 피나코텍의 전시는 K-팝이나 ‘강남스타일’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공예와 산업 디자인 위주의 전시와 팝아트, 컨템퍼러리 아트, 바우하우스, 울름 조형대학, 스위스 타이포그래피, 네덜란드 콘셉트의 디자인 등을 아우르는 한국의 최근 그래픽 경향을 담은 두 가지 축의 ‘포스터 디자인’ 전시로 한국의 디자인을 풀어냈다.

제품 디자인 큐레이터 페트라 횔셔(Petra Hölscher)는 1993년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이른바 ‘프랑크프루트 선언’을 언급하며 수량보다 품질에 주력하기 시작한 시대의 디자인을 큐레이션했다. 그는 “한국의 디자인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개념보다 대기업의 브랜드로 먼저 인식되는 특성이 있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품 전시장 입구에서는 기아의 네온 컬러 콘셉트 카 ‘키(Kee)’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삼성의 디지털카메라, LG의 초콜릿폰부터 라문의 조명까지 21세기 초반의 이정표와도 같은 반가운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한편 건너편 복도와 출입구 쪽에서는 그래픽 전시가 펼쳐졌다. 두 전시를 연결하는 브리지로 박금준의 네 가지 포스터 시리즈 ‘4 Emotions’ Eyes’가 걸린 벽면 아래 테이블에는 마침 ‘코리아 디자인’ 특집을 선보인 독일 디자인 잡지 <포름>의 최신호를 놓아두어 전시의 배경 설명을 도왔다. 포스터 전시의 큐레이터 코리나 뢰스너(Corinna Rösner)는 1970~1980년대에 태어난 그래픽 디자이너 위주로 25개 팀에 의뢰한 최근의 포스터 작업 중 100점이 넘는 작품을 엄선했다. 갤러리, 뮤지엄, 영화제, 연극제, 인디 레이블 등 예술 문화 기관과 관련된 그래픽 프로젝트가 주를 이루는 한편 인권과 정치, 추모, 생태계 보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디자이너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도 주목했다.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아버지’라고 소개한 안상수가 1990년대에 디자인한 3장의 포스터를 비롯해 크리스 로, 채병록, 김도형 등의 추상적이고 콘셉추얼한 그래픽, 사회적 목소리를 활용한 일상의 실천과 오디너리 피플의 포스터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가장 생생한 한국의 제품, 그래픽 신을 고스란히 담아내려 한 노력이 느껴지는 이번 전시는 6월 18일까지 이어진다.



선병일 남서울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 교수의 ‘코리안 스피릿(Korean Spirit)’ (2016). 지도와 호랑이, 캘리그래피를 믹스해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불리는 한국을 표현했다. ©Byoung-il Sun



제품과 포스터 전시 공간 사이를 이어준 601비상 박금준의 실크스크린 포스터 시리즈. ‘Digilog 601’(2012).©Die Neue Sammlung



메인 전시관 입구에 전시된 코리아 제품 디자인 전경. 기아의 콘셉트카 ‘키’를 비롯해 LG, 삼성의 디지털 기기 등을 선보였다. ©Die Neue Sammlung


Interview
코리나 뢰스너 Corinna Rösner
포스터 전시 담당 큐레이터

“한국의 최근 그래픽 디자인은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지표다.”


레드닷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어떤 영감과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국 그래픽 포스터전을 꾸렸나?
지난 몇 년간 유럽에서 열린 두 전시가 특히 영감을 줬는데, 하나는 2013년 프랑크푸르트 응용예술박물관에서 열린 <코리아 파워: 디자인& 아이덴티티>전 중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을 설명한 챕터이고 또 하나는 2015~2016년에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린 <코리아 나우!>전의 그래픽 부문이다. 독일에서는 2012년 부산 비엔날레의 CI를 맡은 피어 퓐프터5(Vier5) 또한 도움말을 주었고, 안상수와 함께 전시한 적 있던 스테판 솔테크(Stefan Soltek)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포스터를 주제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의 프로파간다 포스터가 컬렉터와 출판사의 이목을 끈 적이 있지만, 한국의 경우 K-팝이나 만화로 알려진 대중문화를 제외한 포스터 아트에 대한 연구는 부재한다고 봤다. 바우하우스, 혹은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미국적 바우하우스’나 울름 조형대학, 스위스 타이포그래피, 네덜란드의 콘셉트 디자인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작업이 있음에 주목하고자 했고, 시대적 영향이 가장 두드러진 매체로 포스터를 택했다. 한국의 최근 그래픽 디자인은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지표다.

복도를 전시 공간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메인 전시 공간은 비교적 좁고 긴 복도 벽면이었다. 입장권을 내지 않고 누구나 지나갈 수 있는 길목이자 연극, 콘서트, 포럼, 강연 등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지는 강당으로 향하는 곳이라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결코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포스터의 성격, 즉 민주적인 미디어, 공공장소, 열린 접근성, 대중을
상대로 한다는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어떤 방식으로 포스터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나?
포스터 디자인은 전시 형태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디자이너들이 보내온 배경 설명을 이해하고 보면 더욱더 감동적이다. 각 디자이너의 다양한 작업을 모아 보여줌으로써 개성과 경향을 명료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관람객의 반응은 어땠나?
인터랙티브적 요소가 있는 포스터가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예를 들어 종이 한쪽에 구멍이 뚫린 박금준의 ‘투 비 휴먼(To Be Human)’ 시리즈는 포토 월을 세워 관람객이 자신의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패브릭에 인쇄한 심대기, 심효준(Daeki & Jun)의 ‘북 클럽: 센터 투 센터 Book Club: Center 2 Center’의 경우 어린이 방문객의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직접 입어보는 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방문객에게 이런 포스터는 매우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포스터 하나하나를 공부하듯 찬찬히 꽤 오래 들여다보는 모습을 종종 봤다. 간략한 포스터 설명 이상의 세세한 도록을 원하는 이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이번 전시를 발판 삼아 심도 있는 단행본 작업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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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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