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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한국의 디자인 아이콘 바나나맛우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디자인을 아이콘이라고 부른다. 1978년 스웨덴의 한 마을에서 발견한 오래된 약병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앱솔루트 보드카병이나 10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디자인의 코카콜라 콘투어 병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1974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단지 형태의 바나나맛우유 역시 마찬가지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1982, 1985(1)년, 1985(2)년, 1988년, 1990년, 1991년, 1998년, 2000년, 2004년부터 현재까지의 바나나맛우유 패키지. 로고만 바뀌었을 뿐 단지 모양의 용기 디자인은 그대로다.


한국의 디자인 아이콘 바나나맛우유를 공간으로 즐길 수 있는 옐로우카페.
바나나맛우유는 1967년 설립한 빙그레의 전신인 대일양행에서 1974년 6월에 출시했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우유 섭취를 권장하던 1970년대, 사람들의 입맛을 더 당길 수 있도록 당시로선 귀한 과일이던 바나나를 첨가한 것이 개발 배경이다. 디자인 아이콘이 된 단지 모양의 패키지 역시 대규모 이농 현상이 있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사람들이 고향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고 정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항아리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것이다. 여기에 은은한 노란빛을 내뿜는 반투명한 폴리스티렌 재질과 일반 우유 팩보다 큰 크기의 240ml 용량 역시 따뜻함과 넉넉함, 친숙함을 자아내는 패키지 디자인의 주요 요소로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에 따른 제작 공정이나 유통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상하 컵이 분리된 구조로 고속 회전을 통해 마찰열로 접합하는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계가 국내에는 없었기 때문에 독일에서 수입해 생산에 들어갔다. 유통 과정 역시 만만치 않았다. 형태와 재질 모두 파손되기 쉽고, 유리병이나 페트와 달리 유통기한도 10일 안팎으로 짧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제품인 만큼 회전율도 빠를 뿐 아니라, 바나나맛우유 용기에는 단순한 내용물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가 지닌 역사와 비전, 철학과 가치가 담겨 있기에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CI나 BI의 변화에 따라 그래픽만 바뀌었을 뿐 40년 넘게 같은 디자인을 유지함으로써 용기 자체가 브랜드가 된 셈이다.

바나나맛우유는 착하다
바나나맛우유의 또 다른 이름은 ‘추억’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간 목욕탕에서, 학창 시절 학교 매점에서,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기차 안에서 먹었던 바나나맛우유는 늘 우리의 일상, 추억과 함께했다. 처음 디자인 모티브로 삼은 것 역시 고향을 키워드로 한 ‘그리움, 추억, 따뜻함’이었으니 제품에 깃든 감성적 가치 역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셈이다. 또 한 가지, 바나나맛우유를 마시는 사람은 어쩐지 착하고 순수할 것 같다는 것 역시 나름 정착된 이미지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밤샘 작업을 한 정의의 검사, 잠복근무 중인 열혈 경찰이 업무를 마치고 바나나맛우유를 들이켜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바나나맛우유에는 추억이자 일상이며 순수함과 선함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 42년간 바나나맛우유가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바나나맛우유의 한계가 되기도 한다. 특히 기차 여행이나 목욕탕의 추억과는 거리가 먼 밀레니얼 세대에겐 동시대가 아닌 과거의 제품으로, 고루하고 올드한 이미지로 인식되기 쉽다. 이에 빙그레는 지난해 ‘마음까지 고플땐 #채워바나나’ 캠페인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는 영국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 키네어 듀포트(Kinneir Dufort)와 함께 ‘마이스트로우’를 출시하는 등 바나나맛우유에 ‘재미’라는 또 다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는 그대로 지키되, 밀레니얼 세대와도 소통 가능한 유머와 센스를 장착함으로써 제2의 전성기를 맞는 중이다.


색다른 방법으로 나만의 취향에 맞게 바나나맛우유를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 '마이스트로우'

바나나맛우유는 재밌다
지난해 SNS상에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며 20%에 이르는 매출 증대에 기여한 ‘#채워바나나’는 실제 패키지에 ‘바나나맛우유’ 대신 ‘ㅏㅏㅏ맛우유’로 표기해 소비자들이 직접 원하는 메시지로 빈칸을 채우도록 한 이벤트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는 #채워바나나 해시태그와 함께 ‘감자탕맛우유’, ‘만나자맛우유’, ‘바라봐맛우유’ 등 재기 발랄한 문구의 바나나맛우유가 등장, 자체적으로 확산되며 대한민국 온라인광고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이벤트는 그야말로 ‘아픈’ 요즘 청춘들에게 어설픈 위로를 건네는 대신 그들 스스로 긍정의 기운으로 즐거움과 재미를 찾게 하고자 한 의도에서 시작한 것으로, 든든함은 물론 마음까지 채운다는 점에서 바나나맛우유의 브랜드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한편 올해 하반기에 선보인 ‘마이스트로우’는 바나나맛우유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하는 포인트로 빨대에 주목했다.

요즘 세대는 자기 표현이 확실하고 각자의 취향, 개성에 맞게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만큼 이를 반영해 좀 더 특별하고 재미있는 빨대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에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바나나맛우유를 즐겨 찾는 소비 패턴에서 착안한 'SOS 스트로우'를 비롯해 총 5종의 특별한 빨대가 탄생했다. 일반 빨대보다 크기가 4배나 큰 스테인리스 스틸 보디로 이루어진 ‘자이언트 스트로우’, 숙취 해소를 위해 바나나맛우유를 먹을 때 편하게 누워서 마실 수 있도록 개발한 ‘링거 스트로우’ 등이 그것이다. 이들 제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3만 개 전량이 판매되는 등 그 자체로도 인기가 높았지만 온라인 광고 영상 역시 3000만 뷰가 넘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2017년 3분기 대한민국 리더보드(대한민국 유튜브 인기 광고 영상) 2위로 선정됐으며 2017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는 디자인과 프로모션 부문에서 각각 대상을, 디지털 캠페인 전략 부문에선 금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따뜻함, 친근함, 추억’ 등 바나나맛우유가 지닌 감성적 가치에 ‘재미’라는 또 다른 키워드가 추가된 셈이다.

바나나맛우유, 이제는 오감으로 즐긴다
최근에는 바나나맛우유를 즐길 수 있는 접점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보고 즐기며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동대문에 이어 올해 4월 제주도 중문관광단지 내에 문을 연 옐로우카페가 대표적인 예다. 바나나맛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한편 단지 모양을 모티브로 한 열쇠고리, 인형, 귀걸이, 텀블러 등 20종이 넘는 MD 상품을 판매하는 이곳에선 그야말로 바나나맛우유에 관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공간 디자인 역시 바나나맛우유의 옐로 & 그린을 메인 컬러로 사용하고 조명이나 바닥의 타일, 벽 등에는 단지 모양과 패턴을 적극 활용하는 등 디자인 아이콘으로서 바나나맛우유의 가치와 역량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올리브영 자체 브랜드 ‘라운드어라운드’와의 협업을 통해 뷰티 제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영역에서도 브랜드의 잠재력을 확인 중이다. 바나나맛우유를 그대로 재현한 패키지로 선보인 보디 케어 제품과 핸드크림, 립밤 등이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연일 품귀 현상을 빚은 것이다. 뷰티업계의 최근 트렌드인 '푸드메틱(음식 + 화장품)' 열풍을 주도하며 소비자에게 소소하지만 새로운 재미를 주는 기획으로 소장하고 싶은 '디자인 아이콘'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옐로우카페에서 판매하는 MD 상품. 바나나맛우유의 단지 모양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바나나맛우유의 노란색과 단지 모양을 패턴으로 적용한 옐로우카페 공간 디자인.


올리브영과 협업해 출시한 뷰티 제품. 바나나맛우유 패키지 그대로를 재현했다.
바나나맛우유는 디자인 아이콘이다
이처럼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의 확대와 ‘재미’를 화두로 한 빙그레의 마케팅 행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빙그레는 2012년부터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를 하나씩 해나갔다. 기존 바나나맛우유에 아몬드와 호두 등 견과류로 만든 토피넛을 추가한 ‘바나나맛우유 & 토피넛’을 출시한 것 역시 그 일환이었다. 여기에 바나나맛우유의 핵심 브랜드 자산인 단지 모양을 재해석하는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 2013년에는 바나나맛우유와 함께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 공모전 ‘인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2014년에는 바나나맛우유를 주제로 짤막한 시를 짓는 ‘청춘단시’를 기획, “사랑하면 닮는다더니(바나나맛우유 몸매)”와 같은 재기 발랄한 응모작을 모아 시집으로 펴냈다. 변화에 급급한 나머지 파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이벤트를 벌이기보다는 재미를 새로운 소통의 키워드로 삼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꾸준히 지켜온 행보가 ‘#채워바나나’, ‘마이스트로우’ 캠페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브랜드 최고의 자산인 단지 모양의 디자인 아이콘은 소비자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며 새로운 접점에서 바나나맛우유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즉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형은 변치 않았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관, 세대의 변화에 맞게 마케팅과 디자인 영역에선 끊임없는 움직임이 필요했던 셈이다. 빙그레는 2015년 <응답하라 1988>이 이끈 복고 열풍에 발맞춰 1988년 당시 CI와 서체를 패키지에 적용한 ‘1988 에디션’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제품 겉면과 뚜껑에만 귀여운 캐릭터를 적용한 바나나맛우유 겨울 시즌 한정품도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역시 새로운 디자인의 겨울 시즌 한정품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오래도록 변치 않는 원형을 유지하는 디자인 아이콘으로 남기 위해선 그 어떤 헤리티지의 손실 없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명민한 마케팅·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10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디자인은 대부분 이렇게 탄생한다.


2016년 진행한 ‘마음까지 고플땐 #채워바나나’ 캠페인.


2014년 진행한 ‘청춘단시’ 프로모션. 


2013년 바나나맛우유 ‘인상사진공모전’ 광고 포스터.


빙그레가 출시한 딸기맛우유, 메론맛우유, 커피맛우유. 모두 디자인 아이콘 바나나맛우유의 단지 모양을 그대로 유지했다.


2016년 선보인 바나나맛우유 겨울 시즌 한정판. 


2006년 출시한 바나나맛우유 라이트, 2012년 출시한 바나나맛우유 & 토피넛 모두 노란색의 단지 모양 패키지 그대로 유지했다. 

Interview
이수진 마케팅 데어리(Dairy)제품팀 과장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바나나맛우유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최근 바나나맛우유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눈에 띈다.
그만큼 가능성과 잠재력이 무한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2008년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바나나맛우유의 브랜드 매니저를 맡고 있는데, 여전히 해보고 싶은 프로모션과 이벤트가 많다. 바나나맛우유는 장수 브랜드이지 않나. 지금의 우리처럼 몇십 년 뒤 밀레니얼 세대가 바나나맛우유를 생각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보통 ‘바나나맛우유’ 하면 나쁜 기억보다는 가족 간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유년의 추억 같은 따뜻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처럼,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키네어 듀포트와 협업한 ‘마이스트로우’ 캠페인 역시 반응이 좋았다.
마이스트로우 제품 디자인 자체는 간결하다. 바나나맛우유의 단지 모양과 어우러졌을 때 너무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해서였다. 콘셉트 역시 장난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품 자체는 완벽함을 추구한 것으로 키네어 듀포트와의 협업을 통해 재미는 물론 실질적인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자이언트 스트로우의 경우 제품 높이와 빨대 길이를 섬세하게 맞췄으며 12mm의 지름과 빨대가 꺾이는 부분의 45도 앵글 등은 나름 인체 공학적 측면을 고려한 결과다. 러브스트로우는 ‘셀카’ 촬영을 위해 두 명이 함께 전면을 보고 마시도록 디자인한 것인데 볼과 볼이 맞닿는 빨대 간의 거리 9cm가 설계의 핵심이다. ‘그래 봐야 빨대인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로 그 한계를 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동영상 광고에선 빨대의 기능과 디자인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겐 일종의 웃음 코드로 작용했지만 실제로 그랬던 셈이다.(웃음)

디자인 아이콘으로 바나나맛우유가 선보일 앞으로의 행보 역시 궁금하다
바나나맛우유가 디자인 아이콘으로 불리는 것은 단순히 1974년에 출시한 장수 브랜드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너무 많고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첨부하거나 급작스러운 이미지 변신이 있었다면 브랜드의 가치와 정체성이 모호해졌을 것이다. 패키지부터 공간, MD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점에서의 브랜드 경험 역시 디자인실과 협력해 바나나맛우유답게 디자인하고 정교화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향후 바나나맛우유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디자인 가치를 잘 정립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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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민정 기자, 사진 제공: 빙그레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