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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올림픽, 세기의 디자인 올림픽 디자인의 밑바탕에는 늘 국가주의가 있다


1936 베를린 올림픽 포스터


1964 도쿄 올림픽 포스터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로고


2008 베이징 올림픽 로고


2012 런던 올림픽 로고
19세기에 시작된 만큼 올림픽의 디자인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의 밑바탕에는 물론 당대 스타일의 변화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늘 국가주의(또는 민족주의)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상업주의가 더욱 올림픽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흔히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정치적 선전의 장으로 오용한 가장 추악한 대회로 기억한다. 하지만 전 세계의 수십억 관객이 지켜보는, 인류의 가장 큰 행사인 올림픽은 정도만 조금씩 달랐지 늘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왔다. 바로 그런 정치적 목적이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1896년에 아테네에서 개최된 첫 올림픽부터 민족주의가 올림픽에 강하게 드러난 건 아니었다. 게다가 그때는 대회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포스터만 있을 때다. 포스터는 19세기답게 대단히 고전적인 모습이었다. 참가 국가가 14개국에서 시작해 1930년대에 40여 개국으로 늘어난다. 아직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참가국이 극히 적을 때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행사이므로 진보적인 디자인이 반영되기 힘들었다. 20세기 초반에 이미 독일의 플라캇스틸Plakatstil이나 프랑스의 아르데코 같은 진보적인 포스터 스타일이 등장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올림픽 포스터는 19세기 석판화풍의 매우 회화적인 스타일이었다. 그러니까 아주 보수적이었던 거다. 대개는 포스터에 각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나 권위적인 형상, 근육질의 육체를 드러낸 남자, 만국기, 메인 스타디움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1936년의 베를린 올림픽 포스터에는 4마리의 말이 끄는 고대의 전차와 나치의 독수리 상징물, 그리고 근육질 남자의 엄격한 얼굴이 등장하고, 이런 것이 회화적인 스타일로 표현되었다.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고대 양식의 부활을 꿈꾼다. 18세기 신고전주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듯하다. 고전주의를 이상적인 양식으로 여기는 파시즘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파시즘과 무관한 다른 나라의 올림픽 포스터 역시도 그들 나름대로 보수적인 고전성을 지향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예는 근육질의 남자 모델일 것이다. 그들은 대체로 고대 그리스 조각을 부활시킨 것이다.

극악한 파시즘이 물러난 뒤에도 올림픽은 여전히 어떤 선전의 장이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은 모던 디자인을 올림픽에 본격적으로 표현한 최초의 대회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과 군국주의 이미지가 남아 있던 일본은 진보적인 디자인으로 그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도쿄 올림픽 포스터는 처음으로 사진을 이용했고, 로고는 역사상 가장 단순하고 추상적이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역시 비슷한 선전 효과를 기대했다. 개최국인 서독 정부는 올림픽을 통해 서독이 민주주의국가로 거듭났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이에 따라 국제적이며 보편적인 양식인 모더니즘을 철저하게 적용한 로고와 마스코트, 포스터, 픽토그램이 등장했다. 그 뒤 이런 엄격한 모더니즘 스타일이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지속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1970~1980년대 모더니즘은 이미 보수적인 양식이 돼버렸다는 사실이다. 모더니즘이 진보적인 양식일 때인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외면받다가 그런 아방가르드한 양식이 제도권에 편입돼 권력의 중심에 올라서게 되자 열렬히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 이유는 올림픽이 여전히 보수성을 지향하는 국가의 대규모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와서야 비로소 포스트모더니즘이 적용된 것이다. 그 뒤 모든 대회는 엄격한 모더니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식으로 자국의 특성을 표현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 국가주의다. 즉 포스트모더니즘은 엄격한 보편성을 지양하고 과거를 차용하는 걸 허용한다는 점에서 자국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는 양식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디자인은 고대 그리스의 회화 형식으로 그려졌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전통적인 붓글씨 형식을 활용했다.

하지만 20세기 말부터 올림픽 디자인에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는데, 그것은 상업주의다. 올림픽 후원 제도가 생기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올림픽을 완전한 상업주의로 물들이고 있다. 올림픽 디자인은 그것이 역사주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그 어떤 것을 지향하든 늘 제도권에 편입된 양식을 따름으로써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국가주의로부터 멀어져 개별화된 디자인이 등장했다. 런던 올림픽의 로고는 영국을 연상시키는 그 어떤 상징물도 없다. 낙서처럼 제도권이 아닌 주변부 스타일을 도용한 듯하다. 마치 어떤 개인의 독특한 표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올림픽은 예전만큼 그 권위나 인기가 크지 않은 대회가 되었다. 오히려 개최 도시의 경제적 재앙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었다. 그만큼 국가의 정치적 활용도가 예전만 같지 않다는 뜻이다. 포스터나 로고, 마스코트도 기억에 남지 않는 시대다. 대중의 관심도 멀어졌다. 그런 올림픽에 개최 도시나 국가가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상업적인 이익이다. 앞으로 그것이 더욱 커질 것이고 그러면 그럴수록 제도권의 보수적인 디자인보다 바로 지금 유행하는, 무겁지 않고 개성이 강한 어떤 것을 지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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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디자인의 밑바탕에는 늘 국가주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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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