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디자인으로 바라본 북한의 일상 딱 보면 아는 북한 스타일
“북한 디자인의 양식을 결정짓는 배경에는 주체적인 사회주의 이념이 있다.”



대단히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많지 않듯이 그들의 디자인 또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 그런데도 이상한 것이 있다. 우리는 북한 디자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너무나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뭘 보여주든, 그것이 포스터이든 상표이든 패키지이든 뭐든 딱 보면 북한 스타일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심지어는 건축물까지도 자명한 북한 스타일이 있다. 북한 디자인의 눈에 드러난 특징, 즉 전통적인 모티프, 붓글씨 서체, 추상적이거나 기하학적인 디자인보다 꽃과 동물, 사람과 같은 구체적인 형상을 선호하는 태도, 선명한 구호, 그런 것들 때문에 북한 디자인은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하다. 이런 양식적 특징이 북한 디자인을 20세기 전반기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한 치도 진보하지 않은 퇴물로 보이게 만든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탄생시킨 러시아나 중국조차도 이런 구식 양식을 버린 지 오래되었는데 말이다.

북한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나 중국과도 다른 그들만의 어떤 시스템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체제는 디자인으로 하여금 아주 강력한 명령을 내렸는데, 그것은 대단히 ‘목적 지향적일 것’이다. 북한 디자인의 양식을 결정짓는 배경에는 러시아나 중국과도 다른 주체적인 사회주의 이념이 있다. 그들만의 주체사상은 당의 메시지를 인민들에게 아주 분명하고 쉽고 강력하고 드라마틱하게 전달하도록 이끈다. 그리하여 그 형식은 늘 핑크색 한복을 입고 나와 ‘핑크 레이디’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북한의 아나운서 리춘희가 북한 뉴스에서 “공화국의 핵폭탄 실험이 성공하였다”라고 말하는 방식과 닮았다. 북한의 이러한 목적 지향적 디자인은 20세기 초반 모던 디자인이 지향했던 것과 어떤 면에서 일치한다. 라슬로 모흐이너지와 얀 치홀트 같은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체계를 확립한 디자이너들은 무엇보다 먼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명료성’을 주장했다. 메시지가 쉽고 간결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디자인 또한 그렇다. 그 무엇보다 메시지가 아주 틀림없이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쉽고 간결해야 한다. 여기에 선동성을 위해 극적 요소가 추가된다. 1970년대 우리의 디자인 교육도 비슷했는데, 포스터를 디자인할 때 색은 원색을 위주로 몇 가지만 쓰도록 권고했다. 또 ‘무찌르자 공산당’, ‘자나깨나 불조심’ 같은 아주 쉽고 간결한 구호가 등장했는데, 북한의 선전 선동 포스터가 여전히 여기에 머무르다 보니 복고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북한 포스터의 가장 큰 특징은 ‘집약’과 ‘함축’이다. 북한 미술 이론에 따르면 선은 함축과 집약의 중요한 수단으로 선명하고 간결한 화면을 조성하는 데 전적으로 이용된다. 하나의 주제를 위해 모든 것이 집약되고 함축되어야 한다. 김정일은 ‘종자론’을 주장했는데, 이는 ‘예술 작품에서 어떤 종자(등장인물 중 주인공이나 주제)를 제대로 잡고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 종자를 위해 모든 것이 종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모더니즘의 명료성과 통하지만 형식적으로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지향하는 모더니즘과 다른 북한 양식이 설명된다. 북한 미술 이론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추상성이다. 추상성은 분명하지 않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얼리즘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의 리얼리즘은 엄밀한 의미에서 있는 그대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주제를 강화한다. 포스터의 경우 종자, 즉 중심인물을 더욱 이상화하고 그의 행위는 리춘희의 흥분한 목소리만큼이나 역동적이고 연극적이다. 이런 종자의 행위는 결코 우연한 요소가 포함되지 않은 채 어떤 전형성을 보인다. 마치 고전주의 조각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에서 색상 또한 현실과 다르게 매우 자극적으로 표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 결과 너무나 분명해서 노골적이기까지 할 만큼 선동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포스터뿐만 아니라 패키지, 광장의 선전 구호와 기념비, 동상, 나아가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두루 적용된다. 예를 들어 북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선전용 사진에서도 ‘질서’, ‘행복’과 같은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도록 완벽하고 철저하게 통제된 화면을 만들어낸다. 아주 작은 우연의 요소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리얼리즘은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이 아니라 이념을 위해 대단히 이상화된 인위적인 리얼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디자인에서는 개인의 자의식이나 자유로운 발상, 색다른 표현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이 또한 목적 지향적 디자인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프로파간다가 낳은 결과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런 점이 북한 디자인을 재미있게 만들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게 만드는 것이다.

Share +
바이라인 : 글: 김신 디자인 저널리스트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