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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포스터, 페미니즘, 프로파간다 우리에겐 디자인이 필요하다


오늘의풍경 신인아가 디자인한 ‘페미니즘 만세 만세 만만세’ 포스터.






불편한 용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2차’ 포스터, 패널, 포스터.






오래오 스튜디오의 ‘미투 위드 유ME TOO WITH YOU’.
지난해 문을 연 인덱스 서점의 첫 포스터 전시 <유스풀 워즈Useful Words>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포스터가 있었다. 붉은색 바탕에 붓글씨로 시원시원하게 “페미니즘 만세 만세 만만세”를 적어 내린 것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힘과 명료한 메시지를 담은, 그야말로 ‘잘’ 만든 포스터였다. 오늘의풍경 신인아가 디자인한 이 포스터는 이후 곳곳에서 보였다. 한남동 카페 울프소셜클럽의 벽에 붙어 있는가 하면,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시위에서는 행진하는 사람들 손에 그 축소판이 들려 있었다. 미투 운동에 힘을 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포스터를 무료로 배포했다는 신인아 디자이너는 ‘모든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맹목적으로 경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를 디자인한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포스터에 쓰인 캘리그래피를 작업한 ‘아저씨’ 역시 하룻밤새 “페미니즘 만세 만세 만만세”를 반복해서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제작 과정에서부터 그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셈이다. 2016년 서울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과 동기 4명이 함께 문을 연 오래오 스튜디오 역시 ‘미투 위드 유’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발표했다. 스튜디오 자체 프로젝트로 매달 포스터를 만드는 오래오 스튜디오는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의 뜨거운 확산에 동참하고자 4월의 포스터로 ‘미투 위드 유’를 제작했다. 연대와 지지를 콘셉트로 흰 장미, 잡은 두 손, 높게 든 주먹을 포스터에 담았다는 정예슬 디자이너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에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느꼈다”며 그 제작 배경을 밝혔다. 이처럼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개혁이 강하게 요구될 때 포스터 디자인은 늘 선봉에 있었다.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성하느냐는 디자인의 영역으로, 디자이너 스스로 주체가 되어 내는 시각적 언어에는 더욱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이 겪는 부당함이나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듯, 이에 대한 관심과 시선을 강제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6월 9일 4만 5000명이 참여한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2차 시위’를 진행한 ‘불편한 용기’ 운영진 역시 내부에 디자인팀을 두고 있다. 총 11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실제 디자이너로 활동하거나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며, 모두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자원했다. “텍스트의 한계를 넘어서는 강렬하고 직관적인 표현이 필요했다”는 이들은 메인 포스터에는 몰카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불법, 불편, 레드, 혜화’라는 시위의 콘셉트를 생각하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불’로, 여기에 작은 개개인의 불씨가 모여서 큰 불을 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고, 여성이 타오르는 성냥을 들고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스티커도 제작했다. “사회에서 제일 강렬하고 직관적인 표현은 디자인”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디자인했다”는 이들의 말대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무엇에는 디자인도 존재하는 셈이다. 몇 달 전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에서는 1918년에 이루어진 여성 참정권 획득 100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터 전시가 열렸다. 도서관 소장품에서 재발견한 이 포스터들은 100년 전 여성 참정권 획득을 위한 선거운동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단순히 평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넘어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던진다. 100년 전에도 그러했듯 지금 우리에게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페미니즘을 디자인하는 여성 디자이너들의 말 말 말

오늘의풍경 신인아
“기회만 닿는다면 페미니즘 관련 작업은 언제나 환영이다. 실은 요즘 페미니즘 관련 의뢰가 하나둘 들어오고 있다. 굳이 내용이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페미니스트로서 페미니스트 작업자와 일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물론 모든 의뢰가 실제로 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무척 고무적인 신호다. 그렇게 나 혼자보다는 앞으로도 뜻이 맞는 협업자들을 많이 만나고 교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회적 목소리를 낸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니까, 협업을 통해 목소리가 더 커지고 더 넓게 퍼지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코리아나 미술관이 여성 노동을 다룬 전시 <히든 워커스> 작업을 의뢰했을 때 무척 기뻤고, 그에 상응하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즐거웠다.”


오래오 스튜디오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프로젝트가 우리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작업일 때도 있다. 피하고 거부하기보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오랜 대화를 통해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자체 프로젝트나 클라이언트 작업 모두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도출하고 싶다.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꾸준한 발언과 실천으로 조금씩이라도 바뀌길 바란다.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을 겪은 사람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용기 디자인팀
“각자의 자리와 자신의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모든 영역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의식을 발전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디자인 작업을 통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한데로 모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란 대중에게 하고자 하는 말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내가 살아가는 곳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디자인 창작물은 내용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제시하며, 빠르게 전달한다. 한눈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고 그래서 무시하고 지나치기 어렵다. 디자인을 통해서라면 최소한 들어보지도 않고 우리의 목소리를 매도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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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민정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