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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이것은 책이 아니다 책과 오브제 사이의 줄다리기 1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1962년 <구텐베르크 은하계>를 통해 인쇄술의 발명 이후 막강해진 텍스트의 지배력에 대해 공감각 없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일침을 가했다. 이내 그의 예견대로 텔레비전과 인터넷 시대가 도래했으며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일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24시간 어딘가에 접속돼 있는 전자 시대는 출판 시장을 불황과 위기로 견인하더니 마침내 ‘전자출판’이라는 새로운 조류를 몰고 왔다. E-북, 웹 퍼블리싱, 오디오 북처럼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반응한 새로운 미디어가 다시 판을 짠다. 이 지각변동에 남겨진 종이 책은 아름다운 외피, 콤팩트한 형태, 실험적인 형식, 다른 매체와 결합으로 제 나름의 태세 전환을 이끌어간다. 전통적인 종이 책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책의 물성을 변주하고 감각을 자극하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 ‘어떤 생각이나 사실을 글이나 그림으로 나타낸 종이를 한데 엮은 물건’이라는 책의 사전적 정의는 뒤로하고, ‘지식의 보고’라는 위엄은 덜어낸 모습으로. 책과 오브제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책은 소지품이자 수집품이 됐다.
콤팩트한 사이즈와 갖고 싶은 디자인은 가방 한쪽을 공략하기에 탁월하다. 명쾌한 콘셉트는 한두 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수집 욕구까지 자극한다.



한 시간 총서
동시대 현상을 날렵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문서’다. 무심한 듯한 표지 뒤로 예술적 담론이 70여 쪽 안에서 밀도 있게 펼쳐진다. 표지 왼쪽 상단 시곗바늘은 에디션을 가리키고 비정형의 그래픽은 시간의 퇴적을 나타낸다. 끝을 향할수록 흐릿해지는 페이지 넘버는 모래시계 속 모래가 내려앉는 모습을 형상화한 특별 제작 폰트다. 모든 디자인 요소는 ‘한 시간 총서’라는 이름을 관통한다.

발행 미디어버스(대표 임경용), mediabus.org
북 디자인 강문식, moonsickgang.com
저자 현시원, 윤원화, 류한길
사이즈 105×150mm


한쪽으로 읽는 기호 시리즈
이름부터 솔깃한 출판사 쪽프레스의 책은 밀봉된 종이봉투를 찢어 내용물을 꺼내 보는 것으로 시작해 한 쪽, 한 쪽 펼쳐 읽다가 다시 곱게 접어 넣으면 일독이 된다. ‘기호嗜好’를 주제로 이태준, 김남천 등 근대 문학가와 동시대 각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적은 11편의 글로 이뤄져 있다. 책이 지니고 있던 두툼한 권위를 내려놓은 것. 기존 출판사에서는 만들지 않고, 만들 수 없는 이 책은 편지 봉투를 뜯는 듯한 어딘가 낭만적인 행동이 수반된다.

발행 쪽프레스(대표 김태웅) jjokkpress
북 디자인 이경민, flagflag.kr
일러스트레이션 아사노 페코 asanopeko
사이즈 105×165mm
분량 10쪽 미만


테이크아웃 시리즈
신진 소설가 20명과 텍스트를 적절하게 소화할 그래픽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를 매칭했다. 책의 띠지를 펼치면 포스터가 되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 오혜진, 신모래, 노상호, 무나씨 등 지금 주목받는 디자이너들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서포트한다. 책 말미를 장식하는 소설가, 디자이너의 인터뷰는 이야기와 이미지의 이인 삼각 플레이를 관전할 수 있는 포인트다.

발행 미메시스(대표 홍유진), openbooks.co.kr
북 디자인 함유진 저자 한유주, 배명훈, 정용준 등
사이즈 167×116mm




메트로북
교보문고에서 기획하고 민음사가 엮은 메트로북 시리즈에는 교통 카드가 들어 있다. <노인과 바다>, , <데미안>, <인간 실격>, <위대한 개츠비>까지 언제 읽어도 좋을 명작으로 시리즈를 구성했다. 지하철 노선도로 그린 저자 초상의 표지가 콘셉트를 드러낸다.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길, 한 손에 든 책 한 권이 길잡이가 된다.

발행·북 디자인 민음사 (대표 박상준) minumsa.com
사이즈 182×112mm


쏜살문고
책 더미 틈에서 작지만 반짝반짝 빛이 난다. 리커버 트렌드에서 ‘쏜살’같이 독주하는 민음사의 큐레이션 총서다. 재미를 보증하는 스테디셀러부터 동시대 현상을 반영한 에세이까지 순서나 장르의 경계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독자와 소비자를 모두 포섭하는 ‘한국형 문고본’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발행·북 디자인 민음사(대표 박상준), minumsa.com
저자 다니자키 준이치로, 마그리트 뒤라스 등
사이즈 187×115mm


쏜살문고 동네 서점 에디션
동네 서점과 상생을 도모하는 쏜살문고 속 에디션이다. 이 에디션을 사기 위해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이 아닌 동네 서점으로 향하게 된다.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책인 셈이다.

조아란
민음사 마케터
“쏜살문고는 영미권의 페이퍼백, 일본의 문고판처럼 작은 사이즈와 저렴한 가격을 표방한다. 하지만 질 좋은 종이와 공들인 디자인은 ‘한국형 문고판’이라고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이다. 내용과 깊이에 대한 중요성은 당연한데, 그만큼 좋은 책이 쇼핑 아이템 못지않게 활발하게 소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른바 ‘잇 템’이 되는 책 말이다.”


종이의 물성을 재발견하는 책이다. 
언제나 도처에 쌓여 있는 종이가 새롭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워터프루프 북 시리즈
지난해 여름휴가철을 공략했다. 종이의 한계를 극복한 방수 책으로 휴가지의 안락함을 배가시킨다. 물에 젖지 않고 빨리 마르는 스톤페이퍼를 실로 제본해 물속에서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탐독과 탐미의 즐거움을 주는 ‘잇 템’이다.

발행 민음사(대표 박상준), minumsa.com
북 디자인 오이뮤, oimu-seoul.com
저자 장강명, 조남주 등
사이즈 187×115mm


<백서>
두성종이, 그리고 소재와 기능의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 스튜디오 백상점이 함께 만든 합작품이다. 120g 이하 평량의 백지를 기준으로 25가지 종이를 모아 견고하게 엮었다. 표지와 페이지에 적힌 글이라고는 종이 이름과 정보뿐이다. 덕분에 종이의 물성에 오롯이 주목할 수 있는 책인 셈.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두성종이 샘플 북’이다.

발행 두성종이(대표 이훈용), doosungpaper.co.kr
기획·디자인 백상점(대표 송기철), whitestore.kr
사이즈 115×117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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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유다미 기자 / 편집 디자인 김혜수 기자 / 사진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