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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역사가 있는 기업에는 디자인 경영이 있다 CJ제일제당 디자인센터
66년간 국내 음식 문화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행한 CJ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 백설이 지난 4월, 백설의 초기 패키지 디자인을 소환했다. 브랜드 역사를 증거하는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이다. 1950년대 디자인을 꺼내 입은 이번 에디션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CJ제일제당의 역사와 브랜드 철학에 디자인이 함께했음을 보여준다. 그 동행에는 CJ제일제당의 모든 브랜드에 가치를 담고 디자인을 총괄하는 CJ디자인센터가 기수로 앞장선다.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
CJ 제일제당 디자인센터
센터장 이강국
분야 그래픽, 용기, 공간, 이노베이션
담당 브랜드 백설, 햇반, 비비고, 고메, 쿡킷, The건강한, 다시다, 해찬들, 쁘티첼, 스팸 외 25개
수상 iF 어워드, 굿 디자인 어워드, 펜타어워즈,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외 총 88개 디자인 공모전 수상(2008~2019)


높은 기준이 격차를 만든다
CJ디자인센터는 35개의 브랜드를 거느리는 CJ제일제당의 모든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과 브랜딩을 총괄한다. “우리는 제품 하나를 출시하는 데에 허들이 높습니다.” 이강국 CJ디자인센터장이 말하는 ‘높은 허들’은 메가 브랜드로서 지녀야 할 숙명이자 태도다. CJ제일제당은 제품별로 담당 디자이너들이 각각 배치돼 있어 기획 단계에서부터 직접 관여하는데, 유관 부서와 함께 거듭된 제안과 수렴을 거쳐 디자인을 완성한다. 내부의 높은 기준과 까다로운 심의를 통과한 제품만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그들의 신념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능률협회에 DVI(Design Value Index) 조사를 의뢰해 브랜드 선호도와 디자인 기대 사항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리뉴얼 시점을 포착해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드러나는 CJ디자인센터의 두각 또한 남다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식품 기업의 인수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비비고를 필두로 한식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디자인센터 역시 기업의 운영 전략에 발맞춰 디자이너를 현지에 파견해 로컬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응한다. “한식은 가장 한식답게 디자인하는 것이 정답이더군요.”

로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된 패키지 디자인 전략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지만 CJ디자인센터의 생각은 달랐다. BIBIMBAB, MANDU 등 한국식 명칭과 발음을 그대로 살린 네이밍과 돌솥, 숟가락, 젓가락 등 한국적 요소를 적용한 BI로 한식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 이는 글로벌 식품 마켓에서 경쟁력을 만드는 태도 또한 디자인에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패키지 디자이너에게는 구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돋보이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숙제다. 특히 소비자의 눈에 띄기 위한 화려한 그래픽에 앞서 사용성을 고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용기 디자인의 경우 열을 가해도 안전한지, 조리 후 바로 식탁 위에 올려놓았을 때 다른 식기와 어울릴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예컨대 햇반 용기의 20각은 최대한 얇은 두께에 높은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심미적인 형태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또한 수많은 제품이 진열된 매대에서, 특히나 유통가로부터 밀려드는 PB 상품으로 인해 축소된 시장 환경에서 브랜드의 군집감을 강조하는 패키지 디자인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CJ디자인센터의 존재감은 매년 초 내부에서 진행하는 미래디자인연구에서 또 한번 드러난다. 미래디자인연구란 디자이너로서의 입장과 관점이 담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자체 프로젝트로, 디자이너들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모든 디자이너가 자신의 소속을 막론하고 기존에 없던 제품이나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 아이디어를 피력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개발 비용, 생산 과정 등을 떠나 오로지 디자인 관점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도출한 아이디어를 내부적으로 수차례 연마한 뒤 경영진과 유관 부서가 함께 검토하는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최종 채택된 아이디어는 상품 출시까지 이어진다.

최근 화제를 모은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 햇반 디스펜서, 일상 세트 등이 그 예다. 또한 심미성뿐 아니라 제품의 조리 과정을 주안점에 두고 디자인한 ‘스팀 만두’, ‘힐링티 스푼’ 등은 지난해 펜타어워드 콘셉트 부문에서 각각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모든 활약은 CJ디자인센터 디자이너가 기업의 싱크 탱크로 기능하는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메가 브랜드라면 누구보다 높은 기준과 평가에 부합해야 하고 신중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소비자의 취향과 욕구에 민첩하게 반응해 변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유동적인 전술 또한 필요하다. CJ디자인센터는 제품의 탄생부터 브랜드의 생애 주기를 살피는 일, 그리고 위기에서는 탈출구를 찾는 일에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cj.net




형태와 기능을 위한 20각이 특징인 햇반 용기 디자인.

CJ제일제당 디자인센터의 패키지 디자인 전략
1995년 삼성으로부터 CJ제일제당이 분리되면서 디자인연구소가 출범했고 2000년 조직 개편을 거쳐 지금의 CJ디자인센터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래픽, 용기, 공간, 이노베이션 팀으로 구성된 CJ디자인센터의 디자이너 40여 명은 비비고, 제일제당의 햇반, 백설을 비롯해 35개 CJ제일제당 브랜드의 제품 패키지와 용기를 디자인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총괄한다.



BI로 보는 66년 ‘백설’의 타임라인
백설은 1953년 제일제당의 설탕을 의미하는 CS마크로 시작해 ‘눈처럼 하얀 설탕’을 표현한 로고를 40여 년간 고수해왔다. 그리고 2004년 설탕뿐 아니라 식용류, 밀가루, 다시다 등으로 확장된 제품군을 고려해 요리 부재료 전문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다지고자 BI를 리뉴얼했다. 기존 눈꽃 모양을 유지하면서 요리, 음식, 미식의 즐거움을 의미하는 3개의 스푼으로 디자인한 것. 2012년부터는 백설의 정통성을 강조하고자 눈꽃 마크를 다시금 불러와 브랜드 헤리티지를 담은 BI를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식생활의 시작 ‘쿡킷’
요리하는 즐거움은 놓치지 않지만 번거로움은 용납할 수 없다. 프레시 가정 간편식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 4월 오랜 준비 끝에 론칭한 쿡킷이다. 바구니를 모티프로 한 패키지의 그래픽은 갓 담은 싱싱한 식재료를 표현하고, 그린 컬러와 인장 형태의 로고는 친환경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냉장 재료와 냉동 재료를 따로 담을 수 있도록 소재를 종이와 아이스팩으로 분리, 끈으로 엮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크래프트 박스에 라벨을 붙여 담백하게 완성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한식의 자존심, ‘비비고’
비비고는 한식의 세계화라는 임무에 앞장서는 CJ제일제당의 주력 제품이다. 그런 만큼 BIBIMBAP, MANDU 등 한국 표기명을 전면에 내세웠다. BI 또한 비빔밥을 상징하는 돌솥과 수저, 젓가락을 모티프로 디자인해 우리 음식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데 주안점에 뒀다. 그리고 연두색을 메인 컬러로 적용해 패키지 디자인에 통일감을 부여했다.






스토리로 디자인한 패키지 ‘일상 세트’
미래디자인연구에서 도출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했다. 명절에만 주고받는 식용류 세트, 스팸 세트가 아닌, 일상에서 재치를 더하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은 선물 세트다. 보관이나 이동에 용이한 ‘햇반 디스펜서’와 스팸메일, 특히 쁘띠첼의 ‘감성프로젝트’가 인기였는데, 밸런타인데이나 벚꽃 시즌에 맞춰 ‘사랑의 큐피치’, ‘봄이 나를 블로썸’ 등 시즈널한 그래픽과 재치 있는 네이밍을 더한 패키지다.




패키지로 조리하는 ‘스팀만두’
미래디자인연구를 통해 개발한 아이디어로, 만두 전문점의 정통 찜기로 조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콘셉트다. 대나무 찜통의 형태와 텍스처를 모티프로 한 패키지 디자인과 내부 컨테이너 구조가 핵심이다. 찜기 모양의 패키지 디자인이 콘셉트를 그대로 전한다. 간편식 시장에서 전자레인지 조리 식품을 차별화할 아이디어로 2018 펜타어워드 콘셉트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국내외 패키지 디자인을 모은 케이스 스터디룸.


CJ디자인센터 라이브러리.

이강국 CJ디자인센터장

“비주얼만으로도 메시지가 온전히 드러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인턴으로 입사해 20년 동안 디자인센터에 근무했다. 기업의 굴곡을 함께한 장본인으로서 브랜드의 생명력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브랜드가 오래 지속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가령 어떤 제품이 성장 궤도에 올랐을 때 연계된 제품들이 따라붙으며 브랜드의 볼륨을 키워가야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리뉴얼 시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브랜드는 생명체와 같아서 적재적소에 숨을 불어넣어야 한다.

CJ제일제당의 역사는 국내 식품 문화를 그대로 반영해왔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식품업계의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보나?
외식이 내식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특정 요리가 유행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돈가스 식당이 인기가 많다면 그 트렌드를 가져와 상품으로 출시하는 식이다. 간편식 시장의 경우 냉동 간편식 시장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먹어본 사람들의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다. 신선도, 맛, 보관성 등에서 상온 가공식품보다 훨씬 높은 만족도를 끌어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과도 연관이 있다. 냉동식품이 늘어남에 따라 냉장고보다 냉동고의 크기가 늘어나는 추세다. 에어프라이어를 염두에 둔 레시피를 연구한다거나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냉동식품을 조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등 여러 방면을 고려한다.

CJ디자인센터는 어떤 과정을 통해 디자인을 완성하나?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디자인과 마케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는 우리도 다르지 않다. 매년 말, 그다음 해에는 어떤 신제품을 선보이면 좋을지 미래디자인연구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기도 하고. 마케팅팀과 함께 개발하는 음식 맛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의견을 주고받는다. 직접적인 언어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마케터와 시각적으로 보여주길 좋아하는 디자이너 사이에는 늘 긴장감이 있는데, 협업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싸우는 것도 중요하다. 팽팽한 논의 끝에 발전이 있다고 본다. 순조로운 협의만 이뤄진다면 발전이 쉽지 않다.

CJ디자인센터가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인가?
자신이 맡은 브랜드에 애정을 갖고 임하는 태도가 아닐까? 적극적으로 시장을 살피고,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디자인을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인데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성취해나가는 태도가 요구된다.

CJ디자인센터에서 지금 가장 주력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연 한식의 세계화다. 한국적인 이미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 발을 디뎠다. 이제는 비비고 브랜드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 팝업 스토어나 이벤트를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또한 비비고가 후원하는 미국 PGA 대회 등을 통해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가 자리 잡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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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유다미 기자 / 편집 디자인 김혜수 기자 /인물·공간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