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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사사의 진화, 공공의 역사 매일유업 50주년 사사 프로젝트




<아카이브 북>의 본문은 일부 신문과 비슷한 조판을 시도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접한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려는 의도이자 펼침 면의 편집 디자인에 대한 도전이었다.


매일유업 50주념 기념사업 TF팀. (왼쪽부터) 방현석 과장, 김보선 대리, 권주연 과장, 박재랑 차장, 노승수 부장.
매일유업의 50주년 사사 프로젝트 ‘매일 50’은 아카이브 방법론에 대한 실험이자 한국 기업의 사회적 윤리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총 7권의 총서로 완성된 기록은 농촌부터 도시까지, 낙농가부터 소비자까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기업 대표부터 협력사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3년간의 지난한 작업을 진행한 곳은 수류산방이다. 오래전부터 ‘한국 낙농사 정리’라는 공공의 의지를 갖고 있었던 매일홀딩스 김정완 회장이 수류산방을 직접 찾아가 의뢰하며 ‘매일 50’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사사는 창업주와 후계자를 중심에 두고 성공 스토리를 통사 형식으로 집필한다. 기업이 유아독존 홀로 성장한 것은 아닐 터인데, 기업의 전체 역사를 다룬 통사 형식을 사용할 뿐 사회의 다른 분야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결과물 역시 단단한 입방체 형태와 중후한 케이스로 제작되어 정작 회사의 구성원이나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수류산방에서 제안한 사사의 형태는 매일유업의 각 10년을 한 권씩 엮은 5권의 <아카이브 북>, 이를 다시 시대순으로 요악한 <연대기>, 주제별로 요약한 <생태학> 등 총 7권의 총서다. 사사를 제작하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하겠지만, 결과물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 회사의 역사만을 정리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책 안에는 낙농 및 우유 일반의 역사가 기업의 역사와 나란히 등장한다. 한국 낙농·유가공사 소식과 같은 시기의 유럽·미국 낙농사, 일본·중국 낙농사를 책 왼쪽 면에 배치하고, 오른쪽 면에 매일유업의 소식을 실었다. 낙농사는 사회학자, 기업의 연구자들에게 신문 기사와 사료를 수집하게 한 다음 2년에 걸쳐 서로의 집필을 더블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수류산방의 박상일 방장은 이것이 미래를 위해 아카이빙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우유와 유가공이라는 하나의 전문 업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50년간 한길을 걸어온 매일유업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며 성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아카이브 북>은 50년의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인 신문과 같은 책으로 일종의 기초 공사인 셈이다. 이는 훗날 낙농업, 가공 공장, 보건, 노동 등 어떤 분야의 역사를 기록하든 추출해낼 수 있는 기본 자료가 될 것이고 이것이 아카이빙의 기본이다. 물론 이를 구축하는 일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지난한 작업이었다.” ‘매일 50’은 방대한 자료와 긴 협업 과정, 장식 없는 디자인, 제작 과정 등 네 가지 면에서의 도전이었다. 매일유업의 50년은 2000여 편의 기사로 완성되었고 200자 원고지 3800매 분량의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3년간 투입된 인원은 30여 명. 서로 역량과 성향이 다른 편집자와 디자이너 간의 긴 협업 과정 또한 귀한 경험이 되었다. 나중에는 누가 편집자이고 누가 디자이너라 할 것 없이 일의 구분이 없어졌다고.

1600쪽에 가까운 <아카이브 북> 5권의 본문은 거의 모든 면에서 레이아웃이 다르지만 엄밀한 가이드라인, 서체와 선, 색, 다양한 기호와 인덱스를 적용해 정보성과 일관성을 높였다. 쪽수뿐 아니라 규격도 방대하다. 한국에서 산업적으로 제본이 가능한 가장 큰 규격으로 260×420mm에 도전했다. 이 제본이 가능한 곳은 국내에 단 1군데만 남아 있었다. 5권의 <아카이브 북>은 풍부하고 방대하지만 친환경 재생 용지를 사용해 크기에 비해 더없이 가볍게 만들었다. <아카이브 북>을 묶는 케이스는 매일유업 로고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추후에는 책장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책을 담을 ‘매일 가방’은 한번 쓰고 버리는 포장재가 아니라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방이다. ‘우유 배달’에 대한 가벼운 재해석으로, 빈컬렉션 강금성과 협업해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아카이브 북>에서 찾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한 가지 소개한다. 1973년에 매일유업은 국내 유업계 최초로 항공편을 이용해 미국에서 젖소를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이 기사에는 매일유업처럼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이 등장한다. 1970년대 초반에는 여행객이 많지 않아 기내가 텅텅 비는 일이 많았고, 그럴 바에야 젖소를 실어 오자는 제안을 매일유업에서 한 것이다. 당시에는 ‘종합 낙농 개발’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우유 생산을 위해서는 소를 들여오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사료와 초지 등 소를 키우는 제반 상황부터 낙농가를 육성하는 일까지 매일유업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책을 보면 왜 ‘한국 낙농사=매일유업사’인지 알 수 있다. 기업의 역사가 어떻게 공공의 역사가 될 수 있는지, 되어야 하는지 ‘매일 50’이 말하고 있다.

매일 50
기획 및 디자인 수류산방(박상일, 심세중, 이수경, 음문영, 장한별, 이지응, 수류산방 편집팀)
펴낸 곳 매일유업(주)(대표이사 김선희)
구성 <아카이브 북> 5권, <연대기> 1권, <생태학> 1권, 케이스, 가방


노승수 매일유업 홍보팀장

“매일 50은 과거와 현재를 기술하고 있지만 미래의 책이다.”

책을 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미래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는데 수류산방이 매우 적절한 제안을 해주었다. 보통 기념할 해를 맞을 때마다 처음부터 한 권의 책을 새로 집필하여 방대하게 출간하는 기존 사사의 접근법과 다르게, 10년을 주기로 한 권씩 완성되는 출간을 시도한 것으로 앞으로 10년마다 출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자료 정리 시스템 자체를 제안한 것이다. 2300쪽이 넘는 지면의 사진과 글과 구성을 매일 새롭게 고민해준 수류산방과 3년간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수류산방이라는 배우가 무대에서 화려하게 빛을 발할 수 있도록 TF팀이 무대 뒤에서 좋은 스태프가 되고자 노력했다. 수류산방은 대단히 좋은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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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만나 기자 사진 이지응(수류산방)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