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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T/SCHOOL 디지털 시대의 타이포그래피


티/스쿨 공식 포스터. (디자인 박고은)


강연 홍보와 내용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해 수강자와 쉽고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민경)
1995년 MIT 미디어랩 설립자 니컬러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가 마치 선언이나 공표를 하듯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이후, 세계는 한순간 디지털이라는 스위치를 켠 것처럼 정말 빠르게 변해갔다. 물론 이를 패러다임 전환의 기준점으로 삼을 순 없지만 어쨌든 디지털 시대는 도래했고 ‘지속 중인 기획’으로 현재진행 중이다.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일과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모두 이젠 디지털 세상에서 이루어진다. 수백 년간 지면 위에, 지면을 위해 존재한 타이포그래피가 화면 중심으로 전개되는 변곡점을 맞이한 배경이다.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회장 김경선)가 지난 1월 19일부터 2월 26일까지 4주간 금요일마다 진행한 〈T/SCHOOL: 디지털 시대의 타이포그래피〉(이하 티/스쿨)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폰트 디자인에 대한 실무는 물론, 디지털 시대의 타이포그래피를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하며, 그에 대한 태도는 어떠해야 할지 총체적으로 다루는 하나의 ‘장’을 마련했다. 강연에 참여한 총 16팀의 연사는 현업 디자이너부터 교육자, 연구자, 관련 기술 개발자까지 다양하다. 그중 다수는 현장에서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로 산돌, 폰트릭스 같은 서체 디자인 전문 기업은 물론 네이버, 페이스북, 우아한형제들, 카카오 등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실무자로 이루어졌다.

‘디지털에 의한, 디지털을 위한 폰트 디자인’부터 ‘웹과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자 경험에 집중한 타이포그래피’, ‘기술과 함께 변모하는 타이포그래피’, ‘코드, 모션, 레터링으로 구현하는 화면에서의 타이포그래피’ 등을 갈래 삼아 풀어낸 주제 역시 다각적이었다. 특히 지면과 달리 단순히 좋은 조판을 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개념과 관점을 갖게 된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강연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했다. 폰트를 음악, 문화처럼 대중문화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소개한 최치형의 ‘Text가 Texture가 되는 순간’과 컴퓨테이셔널computational 디자인을 키워드로 기술과 타이포그래피의 융합 가능성을 시사한 심규하의 ‘The Future of Typography’ 등이 그 예로, 타이포그래피의 역할과 범위의 확장, 표현 방식의 다각화 등을 시사했다. 이 외에도 토스의 정희연이 앱 화면의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한 경험으로 풀어낸 디지털 타이포그래피의 특수성이나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김희진이 발표한 유튜브 영상 속 타이포그래피가 구현하는 브랜딩 사례 등은 지금, 현장에서 디자이너가 하는 일과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이번 티/스쿨에서는 유난히 20대(77%)와 대학생(69%)의 참여도가 높았다. 이들 중 대부분은 아날로그 시대를 아예 경험하지 못한 디지털 세대다. 즉 이제는 ‘아날로그(지면)를 어떻게 디지털화할 것인가’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을 어떻게 더 ‘잘’ 디지털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티/스쿨은 디지털 타이포그래피 시대가 도래했음을 공표, 선언함과 동시에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방향까지 충분히 예측 가능함을 시사한다. 니컬러스 네그로폰테가 25년 전 〈디지털이다〉를 통해 지금의 우리가 누리는 디지털 삶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도 디지털은 이미 존재하는, 지속 중인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타이포그래피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디자인 분야에서도 타이포그래피에 어떤 기술을 접목시키느냐 혹은 어떤 분야와 어떻게 조우시키느냐, 어떤 도구로 다루느냐에 대한 예측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아직 국내 대부분의 디자인 대학에서는 지면 중심의 타이포그래피 교육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티/스쿨에서 진행한 총 16개의 커리큘럼이 ‘지속 중인 기획’으로 그 힌트가 될 것이다.


SNS 홍보 이미지. (디자인 윤충근)

석재원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부회장

“디지털 시대에 조응하는 타이포그래피 교육이 필요했다.”

티/스쿨을 기획한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면보다 화면 위의 글을 읽는 데 더 긴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의 연구와 교육 활동은 그동안 주로 지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점은 어느 순간 학회 구성원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자각되어,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논의의 중심을 화면으로 확장하자는 공감대가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적 필요를 바탕으로 ‘과연 디지털 시대의 타이포그래피란 무엇일까? 화면 타이포그래피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 지면 타이포그래피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를 함께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다가올 디지털 타이포그래피 시대를 미리 내다보자는 취지로 티/스쿨을 기획하게 되었다.

프로그램 구성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지면의 타이포그래피가 완숙한 단계에 이르렀다면, 화면의 타이포그래피는 아직 그 범위와 실체를 명확히 규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번 티/스쿨에서는 디지털 타이포그래피의 특성을 포괄적으로 가늠해보기 위해 분야와 매체를 가능한 한 다양하게 세분화해 다루어보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판단 아래 ‘디지털 환경에서의 폰트 디자인’, ‘UX/UI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와 기술’, ‘화면에서의 타이포그래피’라는 4개의 갈래를 설정하고 각 갈래마다 실무, 교육, 연구,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는 연사를 섭외해 타이포그래피 분야와 연사의 활동 영역이 짜임새 있게 종횡으로 엮이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티/스쿨의 가장 큰 성과를 말한다면?
디자인과 졸업생 가운데 많은 수는 앱, 웹, 게임 같은 디지털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업종으로 진로를 결정한다.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의 타이포그래피 교육은 여전히 지면 위주의 교과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타이포그래피라는 주제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적은 수라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티/스쿨이 열리자 놀랍게도 학회의 예상보다 호응이 훨씬 높았다. 티/스쿨의 가장 큰 성과는 디지털 시대에 조응하는 타이포그래피 교육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단발성의 특강 시리즈로 구성된 티/스쿨이었지만 학교와 실무 현장을 잇는 하나의 대안적 교육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본 것도 나름의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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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민정 객원 기자 담당 이솔 객원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