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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의 경쟁, 지금 이 순간 기호의 메시지를 읽어라 '하면 된다', '좋아요' 긍정의 기호

경쟁이 심해질수록 긍정 마인드가 힘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는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책임, 즉 그의 긍정 마인드 부족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했으니 실패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늘 긍정적이어야 한다. ‘하면 된다’는 긍정 마인드를 갖고 ‘노력’을 하는 거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긍정 마인드를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광고는 낙관적인 세상을 보여주고 드라마와 영화는 온갖 고난을 딛고 일어나서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코카콜라의 ‘테이스트 필링(Taste The Feeling)’ 영상 광고는 갈등과 고난이 반드시 있지만 그건 과정일 뿐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긍정의 기호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은 물론 제품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매끄러움’이 바로 그것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아름다움의 구원>에서 “매끄러움은 미적 효과의 차원을 넘어서서 하나의 사회 전반적인 명령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긍정 사회를 체현하는 것이다. 매끄러운 것은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좋아요’를 추구한다. 매끄러운 대상은 자신의 반대자를 제거한다. 모든 부정성이 제거된다. (중략) 밀착성과 무저항성이 매끄러움의 미학의 본질적인 특성이다”라고 말한다.


코카콜라의 ‘테이스트 필링’ 광고. 청춘의 자유로움과 붉은색으로 강조한 정열과 쾌락은 낙관적이며 긍정적인 세계관을 반영한다.


매끄러운 것은 아름답다
오늘날 전 세계인의 몸에 24시간 붙어 있는 스마트폰은 긍정의 기호를 대표한다. 스마트폰 디자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매끄러운 표면이다. 매끄러운 유리와 금속 표면, 매끄러운 보디. 이음매나 날카로운 모서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완벽한 기술력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과거 SF 영화가 표현한 미래의 사물이나 외계의 사물은 공통적으로 매끄러운 표면을 특징으로 한다. 그것은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앞선 미래 사회, 앞선 외계의 사회는 왠지 우리가 속한 번뇌와 부패로 가득한 사회보다 진보적일 것이라 상상한다. 그런 사회는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지 않을까. 마치 우리 자신이 미래를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진보한 미래, 지구보다 진보한 외계는 그렇게 연출되어야 한다. 최소한 겉모양이라도 말이다. 이렇게 매끈한 표면이라는 기호가 선택된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것들을 높은 기술로 구현한 매끈한 표면 아래 몽땅 밀어 넣어 사람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생각을 잊게 만든다. 매끈함에 대한 SF 영화의 집착은 진부할 정도다.



투박함과 대척점에 있는 매끄러움, 막힘 없이 부드럽고 고른 제품의 표면을 강조한 아이폰의 사진. 이는 부정을 부정하는 긍정의 미학이다.


우아한 곡선이 주는 긍정의 힘
모던 디자이너들도 이음매 없는 한 몸으로 된 가구나 조명을 디자인하려고 애썼다. 그런 유기적 형태 역시 수준 높은 기술의 결정체로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언어적으로는 쾌락을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거친 표면과 굴곡, 조잡한 봉합선과 날카로운 각은 기술적 낙후일 뿐만 아니라 고통을 연상시킨다. 그런 것이 제거된 깔끔한 유기적 선과 형태는 분명 경쾌함과 즐거움을 준다. 우아한 무도회에서 근심 없이 춤추는 귀족 청춘이 만들어내는 옷과 몸짓의 유희적인 곡선 같은 것이다. 포스터앤드파트너스가 디자인한 몰테니 아크 테이블의 군더더기 하나 없는 유기적인 디자인을 보라. 이것은 긍정과 낙관의 산물이다. 역사적으로 진보를 믿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봤던 시대의 디자인은 늘 매끈했다. 1930년대 미국의 유선형 디자인이나 전후 풍요로운 시기의 이탈리아와 미국의 디자인이 그렇다.


포스터앤드파트너스가 디자인하고 이탈리아의 가구 회사 몰테니가 제조해 2011년에 생산한 아크 테이블. 다리를 이음매 없이, 마치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디자인했다.


BMW의 콘셉트 카 9시리즈는 2020년에야 나올 것이라고 한다. 대시보드는 매끈한 디스플레이로 수렴되어 있다.


2004년 작 영화 <아이로봇>에 미래 자동차로 등장한 아우디의 콘셉트 카 RSQ는 실제 자동차보다 훨씬 매끄럽고 유기적이다.


자율 주행, 보이지 않는 무엇이 주는 편리함
2020년에 자율 주행 자동차가 운행을 시작할 거라고 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란 늘 낙관적이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는 무수한 고통과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그런 부정성을 절대로 드러내선 안 된다. 따라서 그렇게 제안한 비전의 산물 역시 매끄럽게 디자인해 긍정의 신호를 발산한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구글이나 테슬라의 시제품은 모두 일반 차보다 매끄럽고 부드럽다. 외면보다 더 두드러진 특징은 자동차 인테리어에 있다. 미래의 대시보드는 마치 스마트폰의 표면 같다. 운전석의 조작부는 핸들이나 기어 정도만이 물리적인 실체를 가질 뿐 대시보드는 매끈한 디스플레이로 통합되어 있다.

이는 운전이라는 복잡하고 전문적이기까지 한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즉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자율주행차이니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기존의 복잡한 대시보드는 운전자에게 자부심의 기호이기도 하다. 그렇게 복잡한 것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자부심. 하지만 그것이 초보자에게는 고통의 기호다. 사물의 복잡성, 낯섦은 항상 구체적 형태로 드러나며 함부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그런 구체성과 물리적 실체를 없애고 매끈하고 고른 표면으로 환원시키면 피상적인 표면만 남는다. 그런 피상적인 표면에서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낀다. 본질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따져야 하는 스트레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IoT 제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사물이 다 알아서 한다. 19세기 말 초간편 카메라를 발명한 코닥은 이렇게 광고했다. “당신은 셔터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다 합니다.” 하지만 IoT 제품은 그 버튼조차 번거롭게 여긴다. 즉 매끄러움의 방해물로 치부하고 최소화한다. 눌렀다는 기분마저 들지 않게 한다. 이는 인지심리학적으로 피드백이 약화된 것이다. 내가 기계에 내린 명령의 반응이 약한 것이다. 그것은 첨단화된 세상을 말하는데, 첨단화된 세상이란 사용자로 하여금 골칫거리를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매끈한 표면으로 긍정의 신호를 발산하는 것이다. 이제 물건이 고장 나면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사물의 구조를 보고 고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구체성은 사용자에게 책임을 따지게 되므로 긍정 사회를 위협하는 기호다. 사용자에게는 책임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 바로 매끈함과 비물질화가 그것이며, 이것은 곧 긍정의 신호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두 가지 특성이 있는데, 하나는 귀여운 인상으로 포장한 친근함이고 다른 하나는 매끈함이다. 이 두 가지 다 두려워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라는 기호로 읽힌다. 즉 긍정의 신호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모델 X의 디자인과 홍보 사진은 거칠 것 없고 진보적이고 낙관적인 미래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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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사진: 김신(디자인 칼럼니스트) 편집: 오상희 기자, 디자인: 정명진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