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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한국형 디저트 문화를 만든다 백미당(百味堂) 공방
2014년 유기농 아이스크림으로 시작한 백미당(百味堂)은 슈퍼에서 흔히 파는 아이스크림의 차별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안착한 브랜드다. 우유로 보여줄 수 있는 ‘백 가지 맛’이라는 이름처럼 이후 아이스크림은 물론 커피, 빵, 푸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정체성을 드러냈고, 최근 도산공원 사거리에 문을 연 백미당 공방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문화와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장인이 가구를 만들듯 재료 선택부터 공정에 이르기까지, 그 정성이 아이스크림을 넘어 공예를 중심으로 한 예술·창작 활동 지원을 포함한 문화적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백미당은 이 찬찬한 과정을 통해 미감뿐 아니라 오감에 이르는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 브랜드로 나아가는 중이다.


백미당 공방 내부. 선반, 벽의 오브제 등에 간접조명을 사용해 재료의 물성이 잘 드러난다. 2층에서 보이는 4층 난간은 티크 원목 살대와 한지로 마감해 자연스럽게 채광을 끌어들인다. Ⓒ김정한(예 스튜디오)

기본의 가치, 백미당이라는 브랜드
처음엔 ‘아이스크림이 진짜 맛있다’는 입소문을 탔다. 콘 위에 더도 덜도 않게 적당히 얹힌 새하얗고 되직한 아이스크림은 그 진하고 군더더기 없는 맛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과도한 마케팅이나 홍보도 없었다. 아이스크림은 유기농 우유를 95% 이상 사용해 그 본질에만 집중했다. 여기에 손으로 그린 듯한 자연스러운 브랜드 로고와 사이니지는 백미당의 기본에 충실한 맛을 뒷받침했다. 사람들은 단순히 다소 높은 가격이 아니라 그 맛의 가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의미를 해석하지 않아도 백미당은 마치 오랜 기간 우리 곁에 있었던 브랜드처럼 스며들었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경계를 허물어버린 것이다.

백미당 로고에 들어간 1964라는 숫자는 그 믿음에 한 역할을 했다. 이 숫자는 백미당의 모기업인 남양유업의 창립 연도로, 백미당이 어떤 역사와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백미당의 BI를 포함해 패키지 등의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을 맡은 켈리타앤컴퍼니 최성희 대표는 “곡식과 소는 백미당이 ‘농장으로부터’ 나오는 신선한 재료를 가장 충실하게 전달하는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농가와의 상생, 협업이라는 백미당의 뿌리를 드러낸다”라고 그 의미를 밝혔다.

이후 백미당은 커피로 메뉴를 확장하면서 ‘오가닉 커피 빈스(organic coffee beans)’라는 본래의 재료를 로고로 내세웠다. 백미당의 제품은 ‘유기농 우유가 든 푸딩’, ‘사라다빵’, ‘우유 브레드’ 등 재료를 베이스로 한 이름이 많다. 패키지로 대부분 투명한 용기를 사용하는 것 또한 재료 그대로를 보여주며 공들여 만드는 그 과정에 충실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백미당 홍범석 대표는 “때로는 ‘흰 백(白)’의 순수와 청정함으로, 제철 식재료와 유기농 원료만을 사용하는 진솔함의 ‘백(白)’으로, 계절마다 바뀌는 다양한 메뉴를 통해 건강한 맛의 ‘백미(百媚)’를 선사하겠다”는 백미당의 확고한 철학을 밝혔다. 종이와 보자기 등을 활용한 고급스러운 패키징도 손수 선물을 싸주는 듯한 정성을 담겠다는 제품에 대한 이념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백미당’과 ‘오가닉 커피 빈스’ 로고.


백미당의 시그너처, 우유 소프트 아이스크림. Ⓒ백미당


유기농 우유가 들어간 푸딩. Ⓒ백미당

백미당 공방에서 즐기는 한국의 멋과 맛
지난 6월 오픈한 백미당 공방은 전국에 68개 매장(8월 말 기준)을 둔 백미당의 본점이라 할 수 있다. 본점이 먼저 생기고 분점을 두는 일반적인 수순과 달리, 분점이 먼저 생긴 이후 본점 격으로 나중에 문을 연 백미당 공방은 기존의 백미당 매장과도 차별화되며 백미당의 헤리티지를 집약적으로 담아냈다. 흔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아닌 ‘공방’이라는 명칭도 인상적이다. 특히 디저트의 개념을 한국의 공예 문화와 접목하고자 한 백미당은 한국의 공예를 발현시킬 수 있는 공간을 오랜 기간 고민했고 ‘밀크 & 크래프트’라는 콘셉트로 공방에 녹여냈다. 밀크는 백미당 모기업의 정체성을, 크래프트는 백미당이 한국적 미감을 드러내는 공예와 문화를 DNA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 역시 한국적 미와 헤리티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각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금속과 나무, 돌을 주재료로 썼다. 내벽과 선반, 기둥에는 원목 고재와 탄화목을 썼는데, 이는 습기나 뒤틀림에 강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고유의 색이 배어나는 특징이 있다. 2층은 카페테리아, 4층은 커피 클래스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3층은 과감히 없애고 2층의 천장을 시원하게 터 4층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했다. 더불어 전체적으로 재료의 종류와 컬러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디테일한 부분의 마감까지 완벽을 기했다.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카페테리아를 넘어,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백미당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곳이다.


백미당 공방에 디스플레이한 백미당의 패키지. 선물용으로 더없이 좋다. Ⓒ김정한(예 스튜디오)


백미당 공방 4층에 위치한 커피 공방. 최상의 커피 교육을 위한 장비가 갖춰져 있으며 테이블에는 한국 공예 작가들의 작품이 놓여 있다. 교육생들이 실제로 사용한다. Ⓒ김정한(예 스튜디오)


백미당 공방 2층 카페 내부의 모습. Ⓒ김정한(예 스튜디오)

작가의 공방에 초대받다, 백미당 공방
백미당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훌륭하고 다채로운 한국의 다과를 발전시켜 건강한 ‘한국식 디저트’ 문화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맛있는 디저트와 건강을 모두 챙긴다는 것은 자칫 모순 같지만 백미당의 머랭은 당도를 최소화하고 콩가루를 입혀 고소한 유과처럼 만드는 식으로 변형을 꾀한다. 이들은 무엇보다 재료 선정과 제조 과정에 공을 들인다. 우유 잼은 사람의 손으로 3일간 저어 만드는데, 이런 제작 방식 때문에 ‘유기농 우유가 들어간 푸딩’, ‘1964 우유 브레드’와 ‘밀크 크림빵’ 등은 소량 생산하고 있다. 당장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결코 시도할 수 없는 방식이다. 백미당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이런 정성과 시간을 대중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한국적 크래프트맨십과 결합해 그 정체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기존의 백미당 매장이 북유럽 등의 해외 가구를 주로 사용한 데 비해 백미당 공방의 가구나 식기를 한국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운 것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공방이 추구하는 ‘밀크 & 크래프트’라는 콘셉트는 현재 15명에 이르는 공예 작가들의 솜씨로 완성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먼 발치에서 보는 갤러리의 작품이 아니라 커피 잔, 주전자 하나하나를 생활 속 문화로 향유하는 것이다. 백미당 관계자는 “옛 문화나 전통을 현대화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를 생활 속에 어떻게 적용시키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목표를 더욱 분명히 했다.

4층 공방에서 이루어지는 커피 교육 또한 언젠가는 직원들을 넘어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한 교육이 되고자 하는 첫걸음이다. 백미당은 공방을 통해 단순히 ‘우리의 브랜드는 무엇’이라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기업이 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가치를 실현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프리미엄은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제품과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가 명품을 결정하는 것 아닐까. 농가와의 상생을 꾀하는 백미당의 철학은 공예 작가들과의 상생으로 이어진다. 백미당은 이 과정을 통해 ‘문화를 함께 나누고 경험한다’는 의미를, 느리지만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는 중이다. 이는 결국 한국적 미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그 아름다움을 체화하게 될 소비자와의 상생이기도 하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프리미엄 혹은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는 지금, 100가지 맛만큼이나 다양한 한국적 미감을 보여줄 백미당의 건강하고 즐거운 식문화가 어떻게 펼쳐질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프로젝트 개요
브랜드 콘셉트 플래닝 비마이 게스트 (대표 김아린, www.bemyguest.co.kr)
BI·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켈리타앤컴퍼니(대표 최성희, www.kelita.co.kr)
백미당 공방 건축 원오원 아키텍츠 (대표 최욱, www.101architects.com)
공방 공간 디자인 더 스퀘어(대표 정성규)
공방 식기·소품 큐레이션 정소영의 식기장(대표 정소영, www.sikijang.com)
공방 작가들 하지훈, 김준수, 민덕영, 박미경, 정유리, 심현석, 김현성, 이인화+김덕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49길 8



Interview
최성희 켈리타앤컴퍼니 대표
백미당 BI·애플리케이션 디자인



“백미당을 이루는 DNA는 화려하지 않고 기본을 보여주는 멋스러운 무드라고 생각한다. 로고는 1960년대 신문이나 잡지 혹은 당시의 제품 어디에선가 사용했을 법한 선으로 표현하고, 당시 출시한 기업의 분유 패키지를 참고했다. 우유에서 비롯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컬러는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정도로 제한했다. 아이스크림의 경우 유기농 밀크에는 블랙 콘지를, 소이 밀크에는 그레이 콘지를 사용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었다.”


김아린 비마이게스트 대표
백미당 브랜드 콘셉트 플래닝





“백미당의 네이밍, 키 컬러, 제품의 맛과 이름, 1964라는 연도 등의 요소까지 클라이언트와 세세하게 기획했다. 백미당 기획 당시 외국의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있었지만 우리만의 한국적이고 멋스러운 감성을 담아보자고 생각했다. 켈리타앤컴퍼니가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주었다. 포장은 정성스러운 선물 느낌을 주는 떡 포장을 떠올려 보자기를 이용한 예스러운 방식을 선택했다.”


Interview
최욱 원오원 아키텍츠 대표
백미당 공방 건축




“백미당 공방은 6년 전, 백미당 앞에 있는 본사 건물과 함께 설계했다. 본사 건물과의 연계성을 생각하며 규모가 큰 본사 건물에 비해 그 옆의 공방 건물은 작지만 단단하게 받쳐주는, 마치 대웅전 옆의 탑과 같은 건물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오히려 단순하고 단단한 덩어리 같은 느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도로에서 공방 건물을 바라보면 창도 별로 보이지 않는데, 내부는 시야가 확 트인 밝고 환한 분위기여서 방문객에게 의외성을 안겨주도록 했다.”


정성규 더 스퀘어 대표
백미당 공방 SI·인테리어 디자인





“재료나 마감재 선정에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를 기준으로 삼았다. 진짜 목재를 사용하고, 재료와 컬러는 최소화했다. 특히 목재는 가공이 많이 들어가면 지나치게 화려해지고 가공을 하지 않으면 투박해지기에 완급을 조절하는 데 힘썼다. 내부의 화이트 벽과 계단에는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백토를 섞었다. 공방을 찾은 사람들이 마치 도자기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세라믹 공예가 이인화+김덕호의 아메리카노 잔. 사진 제공: 이인화, 김덕호


도예가 장미네의 타원 머그잔. 사진 제공: 정소영의 식기장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스푼. 사진 제공: 정소영의 식기장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의 의자. 사진 제공: 하지훈


금속공예가 김준수의 피처와 주전자 . 사진 제공: 정소영의 식기장


커피 공방에서 만날 수 있는 공예 작가들의 다양한 컵과 플레이트. Ⓒ김정한(예 스튜디오)

Interview
정소영 정소영의 식기장 대표
백미당 공방 식기·소품 큐레이션




“클라이언트는 새로운 시도에 늘 마음이 열려 있다. 그리고 다양성이 공예의 본질임을 이해한다. 특히 대량생산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작품을 선호한다. 백미당은 작가들이 전시와 판매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예의 대중화를 위한 장이기도 하다. 백미당 4층 커피 클래스에 있는 컵은 모두 각기 다른 작가들의 작품인데, 그것이 60세를 바라보는 작가 옆에 20대 신진 작가의 컵이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큐레이션은 공간에 맞춰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접근했다. 작품은 모두 색이나 질감이 각각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공간의 톤에 맞추기 위해 일일이 공간에 넣어보고 빼보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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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공간 사진: 김정한(예 스튜디오), 사진 제공: 백미당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