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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로봇도 우리 민족이었어? 우아한 형제들


딜리.


딜리의 선반 부분. 가장 위쪽 선반은 음료를 담을 수 있도록 층고를 높였다.

국내 스타트업의 신화를 쓰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음식 플랫폼 사업 외에 실험적인 비즈니스와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치믈리에 자격증 ‘시험’을 만들고 모바일 반찬 가게를 선보이는가 하면 지난 4월에는 JOH와 푸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를 창간하기도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보로 속속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최근에는 급기야 자율 주행 음식 배달 로봇까지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딜리Dilly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위치 추적 센서, 장애물 감지 센서 등을 장착하고 있어 실내에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7월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정우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 파트너십을 맺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그 결과물로 최근 시제품 1대를 완성했다. 물론 그동안 사업을 통해 축적된 DB와 ICT 기술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로봇 하드웨어에 관한 기술이 없는 우아한형제들이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다소 의아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보 효과를 노린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장기적 안목으로 이뤄졌고 진지하며 명확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200만 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것 역시 이를 잘 보여준다. 우아한형제들 김용훈 CPO는 로봇 개발 이유에 대해 확장성과 효율성 면에서 머지않아 한계에 다다를 이륜차 중심의 국내 배달 인프라를 꼽았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주문을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배달 인프라를 개선하고 고도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점점 늘어나는 고객의 주문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기술적 대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드웨어 기술력은 없지만 배달 처리에 관해 필요한 정보의 연결과 제어 측면에서 이미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딜리의 콘셉트와 기능, 외관 디자인은 우아한형제들 내부에서 진행했는데 로봇 내부는 트레이를 적재할 수 있도록 선반이 나누어져 있다. 매끈한 유선형 외관이 돋보이는 이 로봇은 친근하고 귀여운 인상이 특징. “우리는 딜리가 단지 효율적으로 배달을 수행하도록 만든 ‘기계 덩어리’가 아닌,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메신저로 받아들여지길 원했다. 이를 위해 아이보, 페퍼 등 기존에 나와 있는 로봇의 감성을 많이 참고했다.” 또한 이들은 로봇 개발을 중장기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1단계 프로젝트인 실내 주행 배달 로봇의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2단계로 아파트 단지와 같이 실내와 실외가 혼합된 공간에 적합한 로봇을, 최종 3단계에서는 일반 보행로도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 관문으로 올 상반기에 천안의 한 유명 푸드코트에서 시운영을 해볼 예정이다. 이들에게서 빠르지 않더라도 제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로봇 개발에 관해서만큼은 ‘신속 배달’보다는 ‘안전 배달’을 택한 우아한형제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www.woowahan.com


Interview
김용훈 우아한형제들 CPO

“행복한 식사를 돕는 로봇이라면 따뜻하게 느껴져야 한다.”



딜리의 디자인 콘셉트가 궁금하다.
무엇보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로봇으로 음식을 나르는 것도 배달의민족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딜리를 통해 음식을 전달받는 순간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시간의 시작점으로 여겨지길 바랐다. 만약 푸드코드를 돌아다니는 로봇이 공장의 제조 설비처럼 복잡하고 기능적 형태를 띠고 있다면 삭막하고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까? 가족과의 즐거운 식사, 연인과의 행복한 식사를 돕는 로봇이라면 따뜻하고 다정하게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둥근 형태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적재를 고려한다면 네모반듯한 디자인이 좋겠지만 시제품이기 때문에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했다. 지금은 배달 로봇이 갖추어야 할 외형적 특징을 잡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현장 경험을 반영해가면서 2단계, 3단계 프로젝트로 나아갈 것이다. 그때는 지금의 디자인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흔히 미래에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 배달원이야말로 로봇으로 대체하기 가장 쉬운 자리 아닌가?
글쎄, 당장은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복잡한 상점가나 도로, 아파트나 단독주택인 고객의 집 앞까지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은 로봇이 배달원을 대체하기보다는 그들을 돕는 존재가 될 것이다. 지금도 늘어나는 배달 수요를 처리할 배달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배달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효율적인 동선을 원하고 그러다 보니 고층 빌딩, 넓은 단지, 외진 곳은 배달을 기피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생긴다.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배달, 이처럼 사람이 기피하는 장소의 배달을 로봇이 대신 처리해준다면 인간과 로봇이 상호 보완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떠한 철학적 고민을 하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로봇과 사람이 충분히 상보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상반기 중 천안의 푸드코트에서 시운전해보면서 설계한 대로 움직이는지, 사용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다. 시운전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지역을 넓히거나 여러 대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도 테스트해보려고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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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최명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