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춤추는 로봇, 얼어붙은 연극 팀 보이드


(왼쪽부터) 송준봉, 배재혁, 석부영. ©이경옥 기자

팀 보이드는 송준봉, 배재혁, 그리고 지난해 말 새롭게 합류한 석부영으로 이뤄진 젊은 미디어 아트 그룹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로봇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한다. 특히 산업로봇을 이용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한 팀 조이드의 작품은 생경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젠틀몬스터를 비롯해 삼성전자, MBC, 나이키 등과 협업한 이들에게 로봇은 단순한 도구 그 이상이다. teamvoid.net


버틀러.


지난해 아트센터나비에서 열린 <네오토피아: 데이터와 휴머니티>전에서 선보인 작품 ‘예술 만들기-증시에 대하여’.

어떻게 팀을 결성하게 됐나?
배재혁(이하 배) 팀 보이드는 원래 내가 대학 친구들과 함께 결성한 미디어 아트 동아리였다. 이후 미국 UCLA로 유학을 갔다가 한국에 돌아오니 이번에는 다른 멤버들이 모두 유학을 가더라.(웃음) 그렇게 자연스럽게 결별을 하고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중 학교 연구실에서 (송)준봉이 형을 만나 새롭게 팀을 꾸리게 됐다.
송준봉(이하 송) 참고로 연구실은 에브리웨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방현우 교수님이 이끄는 뉴미디어 연구실이었다. 나는 LG전자에서 약 7년간 개발자로 근무했는데 우연히 방현우 교수님의 세미나를 듣고 뉴미디어 아트에 매력을 느껴 연구실에 합류하게 됐다.

언제부터 로봇을 이용한 작품에 관심을 가졌나?
UCLA 유학 시절, 건축과에 산업로봇이 있었다. 커리큘럼에 이를 활용한 실험적인 공간 연출에 대한 수업도 있었고. 그때부터 언젠가 로봇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막연히 품었다. 이후 팀을 결성하고 로봇에 대해 준봉이 형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봇 앤드 돌리Bot & Dolly라는 스튜디오가 선보인 ‘박스’라는 작품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산업로봇이 들고 있는 패널 위로 프로젝션 매핑을 입히는 퍼포먼스였는데 상당히 센세이셔널했다.
로봇을 구매하기에는 너무 비쌌기 때문에 이런 작업에 관심이 있을 만한 브랜드를 물색하다가 젠틀몬스터와 만났다. 젠틀몬스터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서 로봇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게 됐다.

젠틀몬스터와 함께한 첫 작품은?
2015년 젠틀몬스터 홍대 매장에 3주가량 설치했던 ‘The Malfunction’이다. 선글라스 공장에서 일하던 두 대의 로봇을 등장시킨 일종의 연극이었다. 그중 한 대의 로봇이 자아를 찾게 된다는 내용을 퍼포먼스로 그려냈는데 당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던 알파고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송 ‘Malfunction’이라는 단어 자체가 공장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의도치 않은 기능’을 의미한다.

이후로 로봇을 활용한 연극을 자주 선보였다. 왜 연극 형식을 선택했나?
로봇을 활용한 초기 작품에서 우리는 주로 움직임 자체에 주목했다. 로봇이 사람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정확하고 빠르며 현실에서 보기 힘든 모션을 구현해내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로봇은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다 순식간에 속도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영화 속 슬로모션처럼 말이다. 이런 움직임을 연극에 접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같은 배우가 항상 같은 시간에 똑같은 퀄리티로 연기하는 그런 연극 말이다.

인간이 구현할 수 없는 움직임에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을까?
석부영(이하 석) 물론 그런 부분도 많이 고려한다. 하지만 상업 예술이든 순수 예술이든 결국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저 예쁘고 익숙한 모습보다는 그런 낯선 광경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특별히 영감을 준 작가가 있다면?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 그는 실제 로봇 팔을 이용해 안무를 짜서 갤러리에서 전시를 한 적도 있다. 포사이스는 자신의 안무가 조각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우리의 목표 역시 설치가 가능한 연극이다.

최근에는 연극보다 로봇을 활용한 드로잉 퍼포먼스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예술의 생산 과정에 관심이 많다. 휴머노이드보다 산업로봇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산업로봇은 실제 생산 시설에 투입시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생산 욕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다.
최근에는 나이키와 컬래버레이션으로 드로잉 작품을 완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회화 작가인 박현호와 로봇이 함께 그림을 그리는데, 그걸 지켜보면서 로봇이 마치 신체의 연장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난해에는 아트센터나비에서 약 세 달간 전시를 연 적도 있다. 매일 실시간으로 받는 주식 데이터를 로봇이 추상화로 표현해내는 작품이었다. 경제와 미술의 관계성, 사람이 배제된 경제를 표현해보는 프로젝트였다.

지금까지 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젠틀몬스터와는 공식적으로 3개 정도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2015년 프랑스 파리 노르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선글라스 박람회 실모SILMO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젠틀몬스터 부산 매장에서도 ‘버틀러’라는 작품으로 한 해 이상 전시를 열었다.
그 밖에 나이키, 삼성 등과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MBC 대선 방송의 한 부분을 맡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6월에는 몬트리올 디지털 아트 비엔날레에 참가할 계획이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최근 진행하는 메이킹 아트의 또 다른 버전을 선보이려고 한다. 이 밖에 로봇을 매개로 해외 작가들과의 협업도 논의 중이다.

Share +
바이라인 : 최명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