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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로봇의 최종 목적지는 집 가정용 로봇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쏟아지는 로봇 프로젝트. 어디서는 달 탐사 로봇을 완성했다 하고 누군가는 심해를 잠수할 수 있는 로봇을 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로봇 개발자들의 최종 목적지는 저 별 너머 미지의 세계가 아닌, 우리의 집 거실이다.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는 2000년대 초반 ‘2010년쯤이면 생활 로봇이 본격 확산되고 2020년에는 1가구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고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금 추세로 봤을 때는 이 시기가 꼭 맞아떨어질 것 같진 않지만 로봇이 가정으로 파고드는 것이 시간문제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테미. 지난 4월 로보팀은 중국 전자 제품 유통 회사 ‘선전 아이시디’와 3년 동안 테미 10만 대를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큐리. 이 로봇을 개발한 메이필드 로보틱스는 독일의 전기·전자 기기 및 자동차 부품 회사 보쉬Bosch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AI 스피커와 집사 로봇 사이 그 어딘가에서
‘가정용 로봇’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에 나오는 앤드류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설거지나 빨래를 도맡아 하는 로봇이 출연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시스턴트의 개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수많은 기업이 가정용 로봇을 쏟아내고 있고 일부 로봇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다다랐다. AI 스피커에서 고작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일 뿐이지만, 달리 보면 집사 로봇으로 진화하는 위대한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2016년 미국 보스턴에 기반을 둔 가정용 로봇 개발 전문 스타트업 필로 헬스Pillo Health가 선보인 가정용 로봇 ‘필로’는 어시스턴트 로봇의 정석을 보여준다. 필로는 가족들의 음성과 얼굴을 식별해 각자에게 맞는 투약 시간을 알려주고 약물이나 비타민을 제공하는 등 투약 관리를 해준다. 또 약이 떨어지기 전에 새로 약을 주문하고 건강 상식을 알려주거나 전문의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필로만 하더라도 사실 우리가 아는 로봇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움직이지도 않고 팔다리나 바퀴가 없기 때문에 그저 똑똑한 AI 스피커나 소형 슈퍼 컴퓨터에 가깝게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로봇 회사 로보팀Roboteam이 개발한 테미Temi는 이야기가 다르다. 애니메이션 <월E>을 연상시키는 이 로봇은 사용자를 인식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화상 통화를 연결해주거나 음악을 틀어준다. 가정용 로봇의 진화가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것. 로보팀의 CEO 요시 울프Yossi Wolf는 본래 군사, 방위 및 공공 안전 기관을 위한 무인 로봇 개발사 로보팀 디펜스의 CEO였으나 연로한 할머니를 보고 영감을 받아 이 로봇을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CES 2017에서 첫선을 보이며 눈길을 끈 가정용 로봇 큐리Kuri는 감성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키 60cm에 몸무게 6.3kg의 이 소형 로봇은 안드로이드 앱으로 컨트롤이 가능하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정해진 시간에 팟캐스트 들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기능성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디자인이다. 큐리를 개발한 메이필드 로보틱스Mayfield Robotics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로봇인 만큼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잘 구현해줄 수 있는 디자인 파트너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를 선택했다. 픽사는 친근한 느낌이 들도록 외관을 디자인하고 소리, 움직임 등에서도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작은 요소 하나하나 섬세하게 컨트롤했다. 큐리 프로젝트는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에 로봇이 뿌리내리게 하려면 인간의 감성을 고려하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리보. 검은 고양이를 닮은 탁상용 로봇이다.


소니 아이보.


키로보 미니. 주인과 함께 간 장소를 기억해내거나 주인의 표정을 읽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2016년 IT 전문 컨설팅 및 정보 매체 IDG가 선정한 ‘올해 주목할 만한 7대 로봇’에 뽑히기도 했다.

위로하는 로봇, 소통하는 로봇
로봇의 기능은 단순히 가사를 돌보거나 생활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직 상상도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로봇은 때로 친구나 삶의 동반자 같은 역할을 한다. 도요타는 2016년 손바닥만 한 크기의 커뮤니케이션 로봇 ‘키로보 미니’를 선보이며 로봇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앉은키 10cm, 무게 183g에 불과한 이 로봇(얼핏 보기에는 로봇보다는 장난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을 진행한 대화형 로봇 우주 비행사 ‘키로보’를 기반으로 설계했다. 키로보 미니의 특징은 사람의 표정을 카메라로 읽고 감정을 추정해 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몸체에 3개의 마이크가 탑재돼 있어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며 말을 한다. 팻봇 역시 감정적 교류를 유도하는 로봇이다. 소니가 CES 2018에서 선보인 아이보가 대표적인데 생산 중단 10여 년 만에 새로운 버전으로 돌아온 이 팻봇은 발전된 기술만큼 진일보한 디자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실제 강아지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아이보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서히 변화하고 환경에 적응해나간다. 클라우드 기반의 AI 기술을 통해 수집, 축적된 데이터로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해나가는 것. 이처럼 감정적 교류가 가능한 로봇의 탄생은 소통이 단절된 현대사회를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형이나 구동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국내에서도 비슷한 목적으로 개발한 로봇이 있다. 연세대학교 HCI랩과 카이스트의 공동 연구로 탄생한 프리보Fribo가 그 주인공. 일명 소셜 네트워킹 로봇이라고 하는 이 로봇은 늘어나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친구들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프리보를 각자 집에 비치하면 초음파 센서, 온도, 습도, 광센서 등을 통해 시시각각 상황을 분석해 친구들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현관문 소리가 들리면 친구들에게 “친구가 현관문을 열었어. 지금 퇴근한 걸까?”라며 말을 건넨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순간순간 느끼게 되는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 사람 대 로봇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일종의 메신저가 되어 사람 간의 소통을 유발하는 것이다. 현재 프로토타입에 불과한 프리보가 상용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로봇이 단절된 인간관계를 회복시키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는 방아쇠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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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최명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