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Designer's Project 플라스틱보다 판타스틱한 프로젝트
‘그래서 디자이너가 당장 무얼 할 수 있느냐’고 묻는 당신께. 아예 직업을 환경 운동가로 바꾸거나, 업사이클 전용 가구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플라스틱 폐기물로 디자인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공유하는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들의 이야기.

에코버디 EcoBirdy







“훌륭한 거장들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디자인이 넘쳐나는데 ‘또 하나의 의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대신 기후변화 문제가 특히나 대두되는 이 시대에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_바네사 위안

재활용을 습관화하는 학습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지난 4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어린이용 업사이클링 가구 브랜드 에코버디Ecobirdy를 론칭한 벨기에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VYDC(Vanbriel Yuan Design Company)가 어린이들이 있는 학교로 간 이유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의 일반적인 생애 주기를 설명하며 플라스틱 폐기물과 재활용에 대한 교육을 한 다음,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을 기증하게 해 이를 재료로 어린이용 가구를 만들었다. 학교에서 수거한 장난감은 로컬 워크숍에서 배터리나 직물 부분을 손으로 제거한 뒤 플라스틱 종류별로 분류해 이탈리아의 가구 생산 공장으로 보낸다. 그렇게 만든 램프와 의자, 테이블, 수납장 등은 120~320유로(약 15만~42만 원)의 가격대로 책정된다. 기증한 아이와 부모에게는 그 장난감이 가구로 새 생명을 얻는 순간 반드시 이메일로 연락해 투명한 순환 소식을 전하는 것까지도 제조 과정의 한 부분이다. 궁극적으로 2만 5000kg 정도의 장난감 업사이클링을 목표로 하는 에코버디는 7월 17일 현재 55%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공동 창업자 바네사 위안Vanessa Yuan과 요리스 판브릴Joris Vanbriel은 각각 밀라노 패션업계와 인터랙션 디자인 분야에서 일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훌륭한 거장들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디자인이 넘쳐나는데 ‘또 하나의 의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대신 기후변화 문제가 특히나 대두되는 이 시대에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바네사 위안이 말했다. 이들은 플라스틱 장난감의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에 대한 2년간의 리서치 결과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한 가지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100% 재활용할 수 있는 가구를 고안해냈고, 에코틸렌ecothylene®이라는 고유 소재명도 취득했다. 에코버디의 대표 제품인 찰리 의자Charlie Chair는 프랑스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어린이 가구로 인증받았다. www.ecobirdy.com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


디자이너 다버 하컨스가 만든 플라스틱을 파쇄한 뒤 압출이나 사출 등으로 수공예 제품을 만들 수 있는 4가지 기기. 세계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설계했으며 누구나 온라인에서 도면을 다운받을 수 있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도구나 기계, 기술이 아닙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치 있는 재료로 여기는 사고방식의 전환만이 답입니다.” _다버 하건즈

2013년 네덜란드 디자이너 다버 하컨스Dave Hakkens는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의 졸업 전시에서 플라스틱을 분쇄하고 가공할 수 있는 4개의 투박한 설비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파쇄 기기와 압출 성형 기기, 사출 성형 기기, 그리고 압착 기기였는데, 어느 나라에서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누구나 따라 만들 수 있도록 오픈소스 도면을 공개한 것이 핵심이었다. 사용된 플라스틱을 분쇄하고 녹여서 각종 기기로 가공하면, 코일링 기법으로 칼 손잡이를 만들거나, 주물로 휴대폰 케이스를 만드는 등 원하는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그에게 플라스틱은 그냥 버려지기에는 아까운 재료였다. 하지만 공장들은 값비싼 설비에 비교적 거친 입자의 재활용 플라스틱이 초래할지 모르는 오류를 걱정해 폐플라스틱을 재료로 사용하길 꺼렸다. 그렇게 그는 차고에서 자신만의 작은 공장을 만들게 됐다. 그렇게 2013년 10월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Precious Plastic Project’가 시작됐고 론칭 한 달 만에 전 세계 1억 명이 그가 홈페이지에 올린 도면과 튜토리얼에 반응했다. 집단 지성을 통해 기기의 결함을 해결하며 두 번의 버전업을 거친 오늘날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는 전 세계 4만 명의 활발한 사용자를 거느린 온라인 커뮤니티로 거듭났다.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웹사이트상 세계 지도에 자신의 위치를 핀으로 나타내면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같은 지역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고, 역시 웹사이트 내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직접 만든 플라스틱 수공예품을 사고팔 수 있다. 남미와 아프리카를 비롯한 곳곳에서 이 인프라를 활용해 일군 소셜 벤처가 생겨났고, 모로코의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 쿤Koun과 같이 경제 개발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 구체적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도구나 기계, 기술이 아닙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치 있는 재료로 여기는 사고방식의 전환만이 답입니다.” 지난 5월 31일 그는 프랑스 파메 재단The Famae Foundation이 주관한 재활용을 위한 혁신 공모전에서 최종 우수 프로젝트에 선정돼 상금 30만 유로(약 4억 원)를 거머쥐었다. 다음 날 그는 유튜브 동영상 채널을 통해, 이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한 끝에 6유로의 훌륭한 비건 초콜릿을 사 먹었으며 남은 29만 9994유로는 기기의 다음 버전을 구축하는 데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뜨거운 여름 동안 네 번째 버전을 구체화해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워크숍과 서핑을 즐기러 포르투갈로 떠났다. preciousplastic.com


팔리 포 더 오션


해양 속 폐기된 플라스틱 그물을 재활용해 만든 아디다스×팔리 포 더 오션의 운동화.


코로나×팔리 포 더 오션의 하와이안 셔츠. 폐기된 해양 플라스틱을 가공한 섬유로 만들었으며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는 바다 생물 일러스트레이션이 핵심 메시지다.

“우리의 삶이 지구와 균형을 맞추려면 인간의 경제 시스템을 자연의 생태계와 동기화해야 합니다. 팔리 포 더 오션은 이 변화의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_시릴 거쉬

아디다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인텔, UN, 코로나에서 글로벌 고래 보호 운동 단체 시 셰퍼드Sea Shepherd와 UN, 그리고 몰디브 정부까지, 500여 개의 브랜드, 기업, NGO, 정부가 앞다퉈 협업을 문의해오는 환경보호 단체가 있다. ‘바다를 위한 협상’이라는 의미의 크리에이티브 이니셔티브, 팔리 포 더 오션Parley for the Ocean이다. 뉴욕에서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던 시릴 거쉬Cyrill Gutsch는 2012년 우연히 환경보호 활동가이자 선장인 폴 왓슨Paul Watson을 만난 것을 계기로 해양환경 운동에 뛰어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운영하던 디자인 회사를 없앤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를 그대로 둔 채 업종만 변경해 환경보호 단체로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것. 오직 바다를 클라이언트 삼아 인생을 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팔리 포 더 오션스는 해양 플라스틱을 수거해 만든 폐플라스틱 섬유 팔리 오션 플라스틱Parley Ocean Plastic®으로 기존의 패션, 가구 등에 사용하는 합성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이용한 각종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 2016년 6월, 해양 생물 살상의 주범인 바다 밑 플라스틱 그물로 만든 아디다스 X 팔리 런포더오션 운동화를 시작으로 코로나 맥주와는 폐플라스틱 섬유로 만든 하와이안 셔츠(칫솔과 플라스틱 물병이 굴러다니는 오염된 해변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그려 넣었다)를 제작하는 한편, 클린 웨이브Clean waves라는 펀딩 플랫폼을 구축해 그 첫 번째 결과물로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선글라스를 출시했다. 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사와는 신규 고객의 플라스틱 카드를 철저히 업사이클된 폐플라스틱으로 만들겠다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브랜드와의 캠페인뿐 아니라 2016년 겨울에는 LA 현대미술관(MOCA)의 지원으로 작가 더그 에이킨Doug Aitken의 파빌리온 설치 작품의 물속 전시를 개최하기도 하고, 2013년부터 7차례 이상 이어져오는 콘퍼런스 플랫폼 ‘팔리 토크’에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퍼렐 윌리엄스, 올라푸르 엘리아손 등 디자이너, 뮤지션, 예술가를 비롯해 저널리스트, 영화감독, 과학자 등이 연사로 나선다. 시릴 거쉬는 “우리의 삶이 지구와 균형을 맞추려면 인간의 경제 시스템을 자연의 생태계와 동기화해야 하고 팔리 포 더 오션은 이 변화의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www.parley.tv


■ 관련 기사
- 플라스틱없이 판타스틱하기
대체할 수 있을까? Plastic Cup
대체할 수 있을까? Takeout Cup
대체할 수 있을까? Plastic Bag
대체할 수 있을까? Shipping Box
대체할 수 있을까? Plastic Food Package
플라스틱 프리 소재 기업
플라스틱보다 판타스틱한 프로젝트
손으로 만드는 ‘뉴 하이엔드’ 플라스틱
정의로운 플라스틱의 가능성

Share +
바이라인 : 김은아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