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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언캑트로 치료하다 라이프 케어 디자인 키워드
#라이프 #케어 #필팩 #헬스케어 #디자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 단층촬영을 하고, 변기 물을 내리면 자동으로 소변검사가 되고, 매끼 식사 후 컴퓨터로 수명 분석이 나온다고 상상해보라.” 공상 소설처럼 들리던 미래학자의 말이 몇 년 사이 다큐멘터리로 바뀌었다. 모바일 환경이 진화하고 웨어러블 기기, 센서 등 다양한 사물 인터넷 디바이스가 발달하면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헬스 케어 기기로 병을 예방·진단·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헬스 케어 시장은 오래 살고자 하는 염원만큼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급성장하고 있다.

요즘 헬스 케어 기기는 일상생활용품과 다를 바 없어 라이프 케어로 진화하고 있다. 제품은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하드웨어뿐 아니라 앱 개발, 모바일 UI·UX 디자인 등 소프트웨어까지 포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료 산업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의 ICT 기술이 융합된 사용자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인 셈이다. 최근 몇 년간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이 헬스 케어 회사에 손을 뻗었던 움직임만 봐도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구글은 꾸준히 헬스 케어 회사를 사들였고 모회사 알파벳은 2017년까지 186건의 헬스 케어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애플은 지난 수년간 헬스 케어 사업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낸 회사다. 자신의 기록을 병원과 연계해 정확한 처방전을 제공하는 의료 데이터 플랫폼 헬스 키트 때문이다.

한편 아마존은 의료품 배달에 나섰다. 온라인 약 처방 및 의약품 택배 서비스업체인 필팩을 인수하고, 생필품을 주문하듯 의약품을 집에서 주문해 배달받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의료, 디지털 기술, 디자인 삼박자가 모인 이 현장에는 법적 규제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 일어난다. 이들의 목표는 가벼운 감기부터 당뇨병·심장병·정신 질환 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중증병까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코로나19를 진단하고 치료할 날이 머지않았다. 아니, 다시 유행하게 될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라이프 케어 디자인 경향을 소개한다.


기술을 감춘 휴대용 액세서리


유아용 디지털 청진기 오렛케어.


위딩스 수면 측정기.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칫솔 빔덴탈.


위딩스의 적외선 체온계.
나라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가정용’이란 딱지가 붙은 헬스 케어 기기는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체온계, 혈압계, 개인용 혈당 측정기 등이 있다. 사실 피임 기구, 콘택트렌즈, 모유 착유기 등도 의료 기기에 속한다. 최근에는 매달 일정 비용을 내고 의료 기기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생겼다. 가정용 헬스 케어 제품은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한 것은 물론 집에서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변모 중이다. 휴대 가능한 포터블 사이즈는 필수. 디자인의 핵심은 ‘기술 감추기’다. 기능과 작동법이 복잡한 디지털 기계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버튼 수를 줄이거나 디스플레이어를 확장한다. 심플한 외관에 액세서리처럼 보이도록 밝고 선명한 색을 쓴다. 의료 기기 같지 않게 함으로써 치료에 대한 긴장감과 병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프랑스 위딩스Withings가 대표적으로 수면 측정기나 스마트워치, 혈압계 등은 하나쯤 사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모든 기계는 스마트폰과 연동되며 위험 수치에 도달하면 집에서 가능한 간단한 치료법을 알려준다. 몸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센서로 감지하는 적외선 체온계는 체온을 재면 컬러 코드 LED 형태로 숫자를 표시해준다. 위딩스의 수면 측정기는 침대 매트리스 아래 깔아두면 알아서 수면의 질을 측정한다. 신생아를 위한 디지털 청진기 오렛 케어Owletcare는 깜찍한 양말 모양이다. 아기발에 신겨 두기만 하면 체온과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의 정보를 아이 엄마의 스마트폰으로 전달한다. 스마트 칫솔 빔덴탈Beam Dental은 타이머 기능만 있는게 아니라, 양치 결과보고서를 제공해 치아 관리에 도움을 준다. 가정용 헬스 케어 기기는 더욱 스마트하고, 더욱 친근한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실버 세대를 위한 초소형 진단기


뉴스를 들려주고 약 먹을 때를 알려주는 인스티튜션 로봇.




전기 자극으로 고통을 경감시키는 큐엘.


치매 환자에게 약 복용 상태를 확인시켜주는 프로메테우스 기기.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혼자 사는 노인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발생 시 병원에 갈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는 1인용 초소형 기기가 각광받고 있다. 심신의 부자유 정도, 기호, 선호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디자인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테이블 조명처럼 생긴 인스티튜션 로봇Instuition Robotics은 대형 스크린과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매일 날씨를 확인하고 뉴스를 들려주며 약을 먹어야 할 때를 알려준다. 자녀들에게 사진을 보내거나 영상통화를 하는 것도 명령만 내리면 된다. 약 먹을 때를 잊는 것도 문제지만,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린다면 그야말로 난감하다. 프로테우스Proteus 디지털 헬스 기기는 약을 제시간에 반드시 먹어야 하는 간질 환자나 치매 환자를 위해 약 복용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환자가 약을 먹으면 알약이 녹으면서 스마트폰에 약을 먹었다는 표시가 뜬다.

곧 시장에 나올 토이랩스Toi Labs 제품인 트루루TrueLoo는 변기 커버처럼 생겼다. 커버는 변기 자체를 스캔해 사용자가 누구인지 판단하고 배설물로 건강을 진단한다. 구체적으로 분석하지는 못하지만 긴급하게 병원에 가야 하는 질병만큼은 꼭 잡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과지는 자동으로 주치의에게 전달된다. 약물 주입 없이 전기 자극만으로 고통을 경감시키는 치료 기기 큐엘Quell은 집중 신경 자극(WINS)을 기반으로 한 장치다. 등이나 목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종아리 주변에 휴대용 장치를 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말초 감각 신경을 자극해 전체 신경계로 메시지를 전하고 몸에서 자연적으로 진통 물질이 전달되도록 한다. 노인의 몸에 초소형 웨어러블 기기를 장착해 일상을 모니터하고 이상 징후를 빠르게 체크할 수 있는 방식이 큰 대안이 되고 있다.


인류의 희망은 데이터에 있다


인공지능 챗봇 앱, 뷰오이헬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스마트 반지, 오라.


심장 박동과 호흡 패턴을 체크하는 스마트 브래지어, 옴시그널.
데이터가 곧 치료제다. 몸 상태를 투명하게 알 수 있는 의료 데이터가 있다면 정확한 처방전은 물론, 병을 진단받기 전 예방도 가능하다. 이 신념을 꾸준히 실현한 곳이 애플이다. 애플은 2014년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모바일, 웨어러블 기기에 헬스 키트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인류의 희망을 데이터에 걸었다. 그동안 애플은 기존 의료 기관, 의료 서비스업체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했고 개개인의 의료 기록을 한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헬스 레코드’를 완성했다. 헬스 레코드는 주치의는 물론 애플이 연계한 여러 병원(미국의 경우)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신제품 애플워치 4는 심전도와 부정맥을 측정할 수 있는 의료 기기에 가깝다. 한편, 일정 비용을 내고 자신의 건강 정보를 기록하고 질문할 수 있는 웹사이트와 앱 사용도 활발하다.

국내처럼 병원비가 저렴하고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는 경우는 논외지만 상황이 반대인 미국은 원격 진료, 의료 챗봇 등을 이용한 디지털 병원이 성행한다. 개인 의료 비서를 표방하는 에잔타Ejenta는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우주인의 건강을 돌보던 노하우를 이용해 소비자의 일상에서 수집한 실시간 동작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결과를 도출한다. 인공지능 챗봇 앱 중 눈에 띄는 서비스는 잔트Gyant, 뷰오이헬스Buoyhealth, 아다 헬스Ada Health 등이 있다. 이들 앱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다양한 수칙과 지식을 사람들에게 전달해 최근 더욱 각광을 받았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기록 장치를 몸에 지니고 다닐 수밖에 없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스마트 시계지만 최근에는 반지와 속옷 등으로 스마트 장치가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 반지 오라Oura, 심장 박동과 호흡 패턴을 체크하는 스마트 브래지어 옴시그널OMsignal 등이 있다. 제품들은 대부분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수영이나 샤워할 때 별도로 빼놓을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스마트폰 하나면 된다


(위부터)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검이경인 오토, 시력을 측정하는 피크비전, 심전도 측정기인 얼라이브코어.
어디든지 함께하는 스마트폰은 세련된 의료 기기와 같다. 생각해보라. 동작 감지, 조도 감지, 지문 및 동체 감식 등 다양한 센서를 갖추고 있고 고화소 카메라 렌즈, 마이크, 스피커 성능은 신제품 출시 때마다 업그레이드되니 말이다. 기존 기술만 잘 응용해도 잘 만든 디지털 청진기가 되는 셈이다. 셀스코프Cellscope의 오토Oto는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검이경이다. 스마트폰 렌즈로 고막 안을 자세히 보며 녹화해서 녹화 파일을 의사에게 바로 전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격 진료 앱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의사와 대화하며 자가 진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국 안과 의사들은 스마트폰에 추가 렌즈를 부착해 백내장과 안과 검사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피크비전Peek Vision을 만들었다. 의료 기구가 부족한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떠올린 착한 생각이 모여 비즈니스가 된 것이다. 카메라 뒤에 부착하기만 하면 첨단 돋보기가 되고, 앱을 이용해 시력 측정도 할 수 있다. 얼라이브코어Alivecor는 2개의 전극이 달린 기구에 엄지손가락을 올려 심전도를 체크할 수 있는 측정기다. 블루투스로 연결해 스마트폰으로 결과지를 보낸다. 매 시간 심전도를 측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도 자동 저장된다. 한편, 다리오 헬스Dario Health의 올인원 혈당계는 립스틱 정도의 작은 키트로 당뇨병 환자에게 실시간 모니터링을 제공한다. 안에는 애플 앱과의 연결 장치가 있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다. 애플은 광학 센서를 이용해 바늘로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측정하는 센서를 연구 중이다. 가볍게 스마트폰만 챙길 날이 머지않았다.


앱으로 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앱으로 병을 치료한다고? 허무맹랑하게 들리겠지만 이미 미국 FDA가 디지털 치료제로 인정한 앱이 여럿이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스마트폰을 켜라!”라는 구호가 생길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활용해 환자를 치료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기술을 뜻하는 ‘디지털 치료제’는 헬스 케어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분야다.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개발한 솜리스트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로, 18개월 연속 사용했을 때 불면증과 우울증 증상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중독 치료용 앱 리셋Reset은 의사가 권하는 치료제다. 의사가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환자에게 이 앱을 처방하면 환자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약물 사용 여부 등을 입력한다. 환자는 앱을 통해 충동에 대한 대처법을 배운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인공지능 챗봇 워봇Woebot도 심리치료사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가능하면 편안하고 익숙한 앱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UI ·UX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심플하지만 개성적인 스타일을 살렸다. 중요한 핵심 기능은 메신저다. 여러 개의 캐릭터 중에서 궁합이 잘 맞는 캐릭터를 고를 수 있다. 똑똑한 워봇은 매일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기분을 확인하고 질문을 던진다. 속 시원한 답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가장 긴급한 순간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국내에도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김진우 교수가 창업한 하이Haii의 새미가 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치매 예방 챗봇 서비스 새미는 음식, 여행,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대화를 통해 집행 능력, 계산 능력, 집중력, 기억력, 언어 능력을 골고루 훈련할 수 있다. 적절한 난이도를 선택해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게임을 통해 치료를 유도하는 좋은 사례가 미국 아킬리인터랙티브랩Akili Interactive Lab이 개발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용 비디오게임이다. 외계인을 조종하는 비디오게임을 하다 보면 특정 신경 회로에 자극이 가해져 치료 효과를 가져온다.



참고 도서 〈디지털 헬스 케어: 의료의 미래〉(최윤섭, 클라우드나인) 사진 제공 각 브랜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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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