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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한국적 미감을 가장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디자이너 김백선 1966~2017


2016년 학고재에서 열린 <김백선>전에서 만난 김백선. 사진: 이경옥 기자 


오로라(Aurora) 플로어 램프(2016), 프로메모리아. ⓒDaniele Cortese


호라이즌(Horizon) 벤치(2016). 프로메모리아. ⓒDaniele Cortese

공간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김백선을 만난 건 작년 10월이었다. 그는 지난해 학고재에서 <김백선>전을 열며 월간 <디자인>과 인터뷰를 가졌다. 프로메모리아(Promemoria), 판티니(Fantini), 포로(Porro) 등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는 전시였다. 한국 디자이너와 이들 브랜드와의 조우는 디자인업계에서도 큰 화제였다. 그 역시 자신의 작품이 세계적인 브랜드에서 인정받은 사실에 무척 고무되어 있었다. 그리고 올해 명품 수전 브랜드 판티니와 먹과 벼루를 모티브로 한 신제품 AK25를 선보였고, 이를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11월 4일 새벽 별세했다. 유족에 따르면 급작스러운 뇌사 상태에 빠진 뒤 6일 만에 운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세계 무대에서 더욱 큰 역량을 펼쳐 보이려던 찰나 갑자기 들려온 비보였다. 그는 본래 대학에서 동양학을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하지만 공간에 매력을 느껴 백선 디자인 & 아키텍츠를 설립하고 한남동 유엔(UN)빌리지 빌라, 대안공간 루프, 덴마크 주재 한국대사관, 페럼 타워 공용 공간, 하나은행 프라이빗 뱅크를 비롯해 2015년 롯데월드타워의 레지던스와 커뮤니티 공간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한국의 미감이 발현된 현대적인 아름다움’, ‘동양 철학과 예술, 그리고 자연의 조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뛰어난 한국적 미감을 발휘한 그의 작품은 전통이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현대적 미감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특히 그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2007), 서울디자인페스티벌(2008), 천년전주명품 ‘온’(2007~2009), 설화문화전(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제관(2013)의 전시와 아트 디렉팅을 통해 한국 문화와 장인을 조망하며 그 가치를 일깨우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천년전주명품 ‘온’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면서는 디자이너가 적극적으로 한국의 명장들과 협업하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의 발전과 계승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했고, <설화문화전>에서는 ‘소금이 자연과 인간이 만나 만들어내는 하나의 예술이요, 그 자체로 무형문화재만큼 가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당시 전시는 소금 장인 박성춘, 동양화가 김선형, 도예가 김윤동, 한지 장인 장용훈 등이 참여해 한국 전통의 문화와 의식주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의미 있는 결과물로 남았다.

그는 200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누들 바 부스를 자신의 색깔이 가장 잘 묻어난 작품으로 꼽기도 했다. 5대 도시의 핫 플레이스에 레스토랑을 오픈한다고 가정하고 국수 가락의 모티브와 붓 놀림을 연상해 만든 부스는 동양화를 전공한 그의 장기와 개성이 잘 드러난 프로젝트였다. 그는 작년 월간 <디자인>과의 인터뷰에서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디자이너는 일상에서도 문화적 가치를 찾아낼 줄 알아야 하고 문손잡이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자신뿐 아니라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그런 신념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을 하는 모습을 보며 여전히 젊은 청년 같다고 생각했다. 최근까지도 B&B 이탈리아, 프로메모리아와 함께 2018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전시를 준비하고 있던 그의 성장사를 더 이상 볼 수 없음이 안타깝다. 하지만 김백선은 자신의 역량을 공간과 건축, 가구를 아우르는 전방위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담아낸 커다란 롤모델로, 또 그의 작품으로 우리 곁에 남을 것이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클럽(2016). ⓒ정태호


T라운드 라운지 바(2009).


AID 카페(2014). 머그컵과 종이 매트, 케이크 패키지 등 브랜딩 디자인도 맡았다.


‘화풍:경복궁으로의 초대’. 경복궁 수랏간 터에 음식 문화를 감성적 공간으로 풀어냈다(2009). ⓒ남궁선


판티니의 프리미엄 라인 ‘어바운 워터’ 수전 컬렉션(2017). 벼루와 먹에서 영감을 받았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코리안 다이닝 국수’ 부스(2009). ⓒ남궁선

인생은 축적이다.
우리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부지런히 축적하며 산다. 끊임없이 자기 수정을 마다하지 않는 삶을 불같이 살다 간 김백선! 그가 우리 곁을 훌쩍 떠났다. 매력적인 디자인을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데 탁월했던 그가 우리 곁을 떠나는 방법은 왜 그리 서툰 것인가. 학생 때부터 남다른 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그의 작품 세계에 반해 세계적 기업들이 그의 작품을 막 출시하려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창조적이고 위대한 예술가는 전통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했다. 그는 보여주고 있었고, 또 더 보여주려 했다. 그리고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어느 날 만취한 그가 “선배님, 술 한잔하시지요.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피했는데, 지금 그립다. 몹시._ 최시영, 리빙엑시스 대표


디자이너 김백선을 기리며…
고인이 되시기 보름 전 선배를 뵈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일하다 나온 모습이 피곤해 보였지만 소년처럼 설레는 마음이 말씀에 녹아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야 큰 그림의 절반을 그리셨다’며 축하했고,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그때까지도 그 시간이 선배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많은 후배 디자이너에게 그치지 않는 창작의 열정과 지향점을 제시해주던 선배와의 마지막 대화를 마음 깊은 곳에 묻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간과 기회를 주셔서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던 멋진 선배의 모습,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_ 김상윤, 리슨 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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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