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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한 편의 패션 아카이브는 이렇게 탄생했다 막스마라 Coats!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2일까지 열린 <코트! 막스마라, 서울 2017Coats! Max Mara, Seoul 2017>(이하 코트Coat! 서울)전.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막스마라의 역사를 선보인 이 패션 아카이브 전시는 DDP 아트홀 내에 돔과 7개의 분더카머(Wunderkammer: 진열실 혹은 경이로운 방을 뜻함)를 만든 독특한 방식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탈리아 건축 스튜디오 밀리오레+세르베토 아키텍츠(Migliore + Servetto Architects)가 구현한 공간은 코트뿐만 아니라 전시 디자인 자체에도 집중하게 만들었다. 전시가 끝나고 구조물도 사라졌지만 궁금했던 전시 디자인의 탄생 과정을 통해 막스마라가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어떻게 드러냈는지 들여다본다.


돔과 전시 공간의 스케치.


돔과 7개의 분더카머로 구성된 전시 공간은 콘셉트 구상부터 완성까지 1년, 실제 구조물 설치는 일주일 정도 소요됐다.

전시 공간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고, 전시의 연대기를 만든다. 전시 오프닝에 맞춰 방한한 밀리오레+세르베토 아키텍츠의 공동대표 이고 밀리오레는 ‘모든 것은 공간 디자인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모든 생활 양식의 근간이 되는 곳이 공간이라는 개념에 기인한다. <코트Coat! 서울>전 또한 이러한 생각을 바탕에 두고 공간을 구상했다. 에티엔루이스 불레(Etienne-Louis Boullee)의 이상적 불기둥에서 영감을 받은 돔과 7개의 분더카머는 모더니즘을 기반으로 한 기하학적 모양을 띤다. 불레는 고대 건축을 원형으로 한 거대한 구조물을 선보였는데, 이를 모티브로 탄생한 전시 공간과 외형은 그 자체로도 완벽한 건축물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는 2006년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한 이후 도쿄(2007), 베이징(2009), 모스크바(2011)를 거쳐 다섯 번째로 열렸다. 막스마라의 코트를 공통 주제로 한 아카이브 전시지만 각 나라마다 붉은 컬러와 전시 이름 외에는 서로 완전히 다르게 구성한다.

이번 서울 전시와 기존 전시의 가장 큰 차이는 자료와 코트를 전시하는 방식에 더해 당대 유명 포토그래퍼와의 협업, 패션쇼 등을 통해 코트가 아닌 시대의 아카이브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막스마라 재단이 보유한 풍성한 아카이브에서 각 테마를 도출하고, 7개의 방은 1950~2010년대 코트와 시대의 문화 그리고 공간이라는 공통된 요소를 품도록 했다. 또 중점을 둔 부분은 중앙의 돔과 동선의 연결이었다. 이에 대해 밀리오레는 ‘각 방으로 연결되는 복도를 통해 중앙의 돔을 함께 경험하게 되고, 이는 마치 전시장이 시간 여행을 위한 공간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구조물은 철제에 외피는 블랙 컬러 PVC를 사용했다. 특히 블랙 컬러는 화이트로 칠한 DDP 아트홀 내부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전시 공간을 더욱 부각시켰다. 창립자,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콜로라마(여러 컬러가 모여 하나를 이루어낸다는 의미), 아이콘, 포토그래퍼의 스튜디오, 막스마라의 여성들, 패션쇼를 테마로 한 각 방은 막스마라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 막스마라는 ‘서랍 안에 자료를 넣고 열린 형태로 두는 방식으로 창립자를 소개하고 싶다’거나 ‘계단을 오르는 느낌을 통해 코트의 역사를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전시 디자이너와 긴밀히 의견을 교환했다. 1000여 점의 자료와 90벌이 넘는 코트는 때로는 누군가의 옷장 속에, 때로는 아서 엘고트나 스티븐 마이젤 같은 유명 포토그래퍼의 앵글 안에, 또는 패션쇼의 런웨이에서 펼쳐진다.

이탈리아 건축가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와 함께 일하기도 했던 이고 밀리오레는 20세기 중반부터 이탈리아 디자인과 건축을 이끈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작품을 막스마라의 아카이브와 함께 배치함으로써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분더카머를 둘러싼 돔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판테온과 이탈리아의 광장을 본뜬 중앙의 돔에서는 한국의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큐레이터였던 이대형과 함께 기획했으며,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의 프로젝트 매핑을 통해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돔 아래에 놓인 소파에 누워 퍼포먼스를 관람하는데, 이런 요소는 막스마라의 이탈리아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연결하는 모티브인 동시에 밑에서 위를 보는 시선을 통해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매개체가 된다.

<Coat!>전, 전시 공간 디자인 제작 과정
사진 제공: 밀리오레+세르베토 아키텍츠


01 돔을 둘러싸고 시대별로 구성된 분더캄머가 놓인 랜더링.


02 분더캄머의 측면 랜더링. 바깥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사형으로 디자인했다.


03 전시 구조물의 목업 단계.


04 전시 구조물을 모형으로 완성했다. 뒤쪽으로 보이는 검은 구조물이 PVC로 외피를 둘러싼 돔의 모습.


05 일 주일간 진행된 설치 작업.


06 분더캄머가 둘러싼 돔 하부의 모습. 돔의 높이는 약 13m에 이른다. ©이우경

Interview
이고 밀리오레(Igo Migliore)
밀리오레+세르베토 아키텍츠 공동대표



“패션 아카이브 전시는 그 자체로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된다.”

2006년 베를린을 시작으로 <코트Coats! 서울> 전시를 맡아오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막스마라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우리가 디자인하는 건 전시가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다. 막스마라는 패션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막스마라는 소재 연구와 개발부터 선도적으로 콘셉트 스토어를 선보이는 등 많은 혁신을 이루어냈다. 나는 브랜드의 혁신과 그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싶었다. 애플이 단순한 휴대전화가 아니고, 또 애플이 개별 디자이너보다는 브랜드 자체의 정체성을 강조하듯 막스마라가 자사 디자이너를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것 역시 이런 이유다. 그 정체성은 영원불멸한 정신이고 전시를 통해 이를 드러내고자 했다.

전시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밀리오레+세르베토 아키텍츠의 키워드이기도 한데, 바로 ‘소통’이다. 공간 자체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패션 브랜드의 전시는 브랜드의 핵심 아이템 외에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이집트 유물 전시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밀리오레+세르베토 아키텍츠는 설립 이후 20여 년간 제품부터 건축, 전시, 도시에 이르는 영역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직원은 30명 정도로 멀티미디어, 소재, 사운드, 라이팅, 인터랙티브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이 팀을 이루어 작업한다. 다양한 분야의 다국적 직원으로 이루어진 만큼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건축 스튜디오지만 물건에서 도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것 또한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가진 직원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지난 11월 17일 노루인터내셔널 컬러 트렌드 쇼 초청 연사로 방문했는데, 당시 <레드 라이트 아키텍처Red Light Architecture>라는 팝업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케치를 기반으로 한 개인적인 프로젝트였다. 건축가로서 빛과 공간, 그리고 레드 컬러에 주목했다. 당시 선보인 스케치들을 올해 3월쯤 서울에서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 갤러리를 물색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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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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