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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쌀집, 밥집 그리고 동네 사랑방 동네, 정미소
다양한 연령대의 1~2인 가구가 많은 성산동의 어느 골목에 쌀을 도정해주는 정미소이자, 생산자가 분명한 식재료로 한 끼를 차려내는 밥집이 있다. 건강한 쌀이 주인공인 밥상 너머에는 건강한 커뮤니티가 있다.




1호점인 동네, 정미소 성산점에 이어 서대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하루 최대 4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며, 상에 오른 모든 음식의 재료를 구매할 수 있다.


우보농장의 토종 벼를 팔고, 매일 아침 새로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다.




동네정미소는 각지의 농부들에게 구입한 곡물과 콩, 깨 등을 소포장 단위로 판다.
‘성미산마을’은 행정구역상 이름은 아니다. 성미산은 마포구 성산동, 서교동, 망원동이 만나는 지점에 솟은 해발 66m의 나지막한 뒷동산이고, 마을이란 이 근방에 거주하는 1000여 명의 주민들이 1993년부터 공동 육아와 공동 교육 등을 실천해가며 이룬 대안적인 공동체 모델을 이른다. 다양한 이상적인 실험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이 동네 골목에 모던한 정미소가 들어섰다. 지난 12월 문을 연 동네정미소 성산(이하 동네정미소)은 다양한 품종의 쌀과 농가 직거래 농산물을 팔고, 갓 도정한 쌀이 주인공인 식사를 제공하는 쌀가게이자 밥집이다. 53㎡ 남짓한 크지 않은 공간에 4개의 테이블을 두고 하루에 점심과 저녁 합쳐 최대 40인분 식사를 판매한다. 이천 쌀, 경기미 등 지역 이름을 내세운 쌀 대신 추정, 신동진, 하야미, 대보, 호품 등 낯설지만 독특한 개성이 느껴지는 이름의 쌀을 400g 소량 패키지에 판매한다. 벽면을 둘러싼 선반에는 다양한 품종의 개량 쌀과 토종 쌀을 비롯해 콩, 밀가루 등 잡곡류와 김, 다시마 같은 해조류, 수제 막걸리와 맥주 등 지역에서 담근 술,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다양한 목재 식기류가 진열돼 있다. 한 끼 잘 차려내기 위한 밥과 반찬은 물론 소품까지 구색을 갖췄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운영자들이 오랜 신뢰 관계를 구축한 전국 각지의 협동조합이나 일반 기업, 개별 농부에게서 직접 구매한다. 여기서 ‘직거래’란 세간에서 통용되는 의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흔히 직거래라고 하면 유통 마진을 줄인 저렴한 제품으로 생각하죠. 예를 들어 삼겹살 데이를 맞이해 정육 식당들이 농가나 대형 유통업체와 직거래로 물량을 수급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싸게 팔 수 있다고 말해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경우 농민들과의 소통은 하나도 직접적이지 않아요. 동네정미소는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가와 소비자가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를 추구합니다. 저희가 대부분의 쌀을 구매하는 곳은 괴산에 있는 웅골이라는 작은 마을이에요. 이곳의 농부와 땅과 대규모 정미소가 우리의 밥상과 직접적으로, 가장 가까이 연결되는 것이죠.” 황의충 공동대표가 말한다. 정미소를 운영하는 황의충 공동대표는 도시 농업 활동을 10년 이상 해온 도시 농부이자 활동가다. 그는 현재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구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운영위원을 맡아 농가와 도시 가정을 잇는 직거래 장터와 교육용 생태 텃밭을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빵과 국수에 주식의 자리를 내준 쌀이 점차 기호 식품으로 변해가는 요즘의 ‘트렌드’에서 농민들이 소외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서울의 어느 작은 골목과 시골의 작은 농가가 교류하는 건강한 커뮤니티’가 그가 구상한 이상적인 동네정미소였던 이유다. 올해 안에 서대문에 2호점을 낼 예정인 동네정미소는 올봄을 시작으로 다양한 주민 모임이 이뤄지는 장소로 기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맛있게 밥 짓기’, ‘쌀 고르는 법’, ‘막걸리 빚기’ 등 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일종의 동네 사랑방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이를 통해 동네정미소는 결국 건강한 밥상이 곧 건강한 커뮤니티의 근간이 될 수 있음을 자연스레 상기시킬 것이다. 인스타그램@local_jungmiso

Interview
황의충 동네정미소 공동대표,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운영위원

“쌀 품종별 세세한 특성을 알아가는 재미를 안겨주고자 한다.”



지난 3개월간 동네정미소를 운영하며 느낀 주민들의 쌀 인식 수준은 어땠나?
일반인이 잘 모르는 쌀 중에 농민청에서 김밥용으로 만든 ‘백진주’라는 기능성 쌀이 있다. 식어도 맛이 변하지 않아 김밥에 사용하기에 제격이지만 애초에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니까 사려는 시도조차 할 수가 없다. 각기 기능이 다른 다양한 쌀을 어떤 방식으로 홍보할지 고민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가격을 높여서 프리미엄 쌀이라고 판매하는 전략이 대부분인데, 이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동네정미소는 소비자에게 쌀 품종별 세세한 특성을 알아가는 재미를 안겨주고자 한다. 커뮤니티 활동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주식 자리를 내준 쌀이 이제 기호 식품으로 다가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본의 아코메야가 대표적인데.
국내에도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이런 흐름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농민과 일반 소비자 간 관계의 측면에서 이러한 흐름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가 우리의 관심사다. 아코메야 같은 곳과는 아예 결이 다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농민은 일련의 (트렌디한) 흐름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기에, 서울의 작은 골목과 시골의 동네가 교류하면서 만들어가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시작점이었다.

좋은 쌀로 지은 좋은 밥맛이 대중화되면 입맛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자연스레 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흔쾌히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자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동의하는가?
이렇게 말하면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웃음), 쌀은 결국 밥이니까 맛이야 다 비슷비슷하다. 다만 미세한 차이가 존재할 뿐이고, 이 미세한 차이를 일렬로 놓고 보면 이 끝과 저 끝이 꽤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 차이를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면 그만이다. 커피를 즐기는 것과도 비슷하다.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마키아토를 달리 부르기 시작하면서 커피에 대한 관심이 비롯되고, 원두의 산지부터 로스팅 기간까지 세세한 관심이 생긴다. 결국 생활적인 습관이자 삶의 재미가 되는 모든 과정이 커피에 대한 경험 아닌가. 쌀이나 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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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은아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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