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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지키키 위한 변화 현대카드 가파도 프로젝트


선 두 개로 표현한 가파도 로고. 친근하고 엉성하면서 손으로 쓴 것 같은 서체를 직접 그렸다.


가파도 청보리밭 ©천호정

제주도 남서쪽에 자리한 가파도 加波島는 파도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다. 또 최고 해발 고도가 20m에 불과할 만큼 지형이 낮고 평평하며 청보리가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졌다. 모슬포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다 가파도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감탄이 나왔다. 아, 로고랑 똑같이 생겼네. 그저 선 두 개를 쓱 그은 것 같은 디자인은 이렇게 해서 나왔다. 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여객선 터미널도 가파도처럼 나지막하니 평평하다.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을 옆에 두고 2시간에 걸쳐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아티스트 인 인 레지던스, 스낵바, 가파도하우스, 레스토랑, 마을강당, 어업센터 등 새로 들어선 건축물 투어를 하는 동안에도 뭐 하나 튀거나 거스르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난 6년간 약 0.84㎢에 불과한 작은 섬 가파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김동옥 가파도 이장의 말처럼 오랫동안 이곳은 사람들을 가득 싣고 마라도 가는 배만 쳐다보던 ‘사람이 그리운 섬’이었다. 17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가파도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지만, 청보리축제가 열리는 4~5월을 중심으로 6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관광객을 겨냥한 임시 시설물이 늘어나고 마을 상권이 흔들리는 등 본연의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현대카드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가파도가 처한 현실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꿔보자는 의지를 갖고 시작한 일이다. 그리고 프로젝트 구상과 설계를 맡은 원오원건축사무소는 2013년부터 기본 계획을 세우고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가파도 리서치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낼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난개발이 아닌 자연의 보존과 유지, 지역과 문화의 공존, 그리고 섬 주민을 위한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 가파도를 청보리축제 시즌에만 사람이 몰리는 섬이 아니라 1년 내내 방문하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여행자들의 편의를 돕고 가파도에서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숙소를 짓고 여객선 매표소와 스낵바, 레스토랑을 마련하고 가파도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도 기획했다. 건축물은 새로 짓기보다는 기존 가옥을 보호하면서 최대한 활용했으며, 가파도 특유의 낮고 평평한 지형을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새 건물을 올렸다. 또한 가파도에서 생산하는 각종 농어업 가공품의 개발과 판로 개척을 비롯해 레스토랑과 스낵바 등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도록 해 여기서 발생한 수익이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되는 경제적인 생태계도 고민했다.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몇 년간 이를 위해 섬을 관찰하고 주민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내기 위해 애쓴 결과다.

지난 4월 12일 가파도 마을강당에서 열린 가파도 프로젝트 개막식에 참석한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는 “이 아름다운 섬이 난개발을 겪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어떤 작은 도움을 줄 수 없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보존이라는 것은 잘못하면 삶을 석화시킬 수도 있다. 난개발도 피해야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야 한다. 처음엔 주민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어색해했을 수도 있는데, 진정성을 믿어주어 감사하다”라며 “가파도 주민을 위한 프로젝트였지만, 앞으로 지역 개발과 자생적인 생태계를 지속해가는 좋은 사례이자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를 6년간 진행한 최욱 원오원건축사무소 대표는 누군가의 삶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4년 전 주민들이 사무실에 찾아온 적이 있다. 그때 해녀 회장님이 바닷속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걸 아느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이분들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에 끼어드는 일이다. 그들의 삶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건축물과 재료도 최소화했다.” 가파도에 하나밖에 없는 초등학교는 매년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단다. 조금이나마 이 섬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 다행스럽다. 사람이 그리운 섬이 아니라 살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섬이 되고 그곳에서 적당한 경제 활동을 영위하면서 지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파도를 가파도답게 만들고자 한 본래의 목표가 달성되는 셈이다.


Interview
김성렵 현대카드 스페이스디자인팀 팀장

“섬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자 했다.”



단지 선 두 개로 섬을 표현한 로고를 디자인했다.
배를 타고 가파도에 들어가다가 처음으로 섬을 봤을 때의 느낌을 옮긴 것으로 섬 전체와 바다와 자연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적은 표현을 위해 어마어마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냈다. 브랜딩은 규칙과 가이드가 있어야 하지만 섬을 위한 브랜드 가이드를 강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도록, 선 두 개 긋고 가파도라고 쓰면 그만인 로고를 떠올렸다. 섬 주민들이 정말로 따라 그리길 바라면서. 가파도의 발견이 디자인 콘셉트 그 자체였다. 보기에는 존재감이 적은 로고라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의도를 알아봐주었다.

섬 주민들은 눈에 띄는 디자인 요소와 결과물을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강원도 봉평장, 광주 1913송정역시장 등을 통해 소상공인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자인이 너무 강하면 정작 사용자는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섬 주민들이 디자인을 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주안점 중 하나였다. 이번 가파도 프로젝트는 그간 우리가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은 프로젝트였다.

지금까지 해온 여느 프로젝트와는 성격이 달랐을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지역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의 목표는 커뮤니케이션을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가파도의 최종 결과물은 매우 심플하지만, 여태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너희는 도대체 뭐 한 거니?”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우리가 잘했구나,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웃음)


지붕, 돌멩이, 미역 등 가파도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을 모티프로 해 그래픽 심벌을 디자인했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판매하는 지역 특산물


그래픽 모티브를 적용한 공간


가파도 사이니지

Interview
정성엽 현대카드 브랜드1실 차장, 가파도 프로젝트팀 팀장

“우리가 제시한 느슨한 가이드가 마을의 향약처럼 유지되길 바란다.”



가파도 프로젝트 팀장으로 오랜 기간 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해왔다.
현대카드는 가파도 프로젝트를 위해 사내 전담 팀을 꾸렸고 나는 프로젝트 팀장을 맡아 지난 몇 년간 서울과 제주, 가파도를 오가며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콘셉트를 논의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디자인과 건축을 비롯해 자생적인 경제 시스템을 주민들이 마치 마을의 향약처럼 스스로 합의하고 지키고 활용해주었으면 좋겠다.

가파도 주민과 여행자 모두의 필요를 고려해야 했겠다.
가파도는 청보리축제 기간이 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임시 설치물을 비롯해 형형색색의 간판 등이 온 섬을 뒤덮는데, 일 년 중 벌이가 생기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그래왔으니 그 패턴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축제 기간뿐 아니라 일 년 내내 지속시킬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초반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더라도 이런 경제 사이클의 변화를 함께 겪어보면서 서서히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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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전은경 편집장 자료 제공: 현대카드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