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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DESIGN EVENT 2018 밀라노 디자인 위크 트렌드 키워드 7
디자인 속 휴머니즘이 한층 강화하며 더욱더 실험적인 성향을 보인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예술적 창의력과 감성적인 기술, 사회적 책임의 메시지를 골고루 담고 있었다. 대표적인 가구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선보인 신제품과 관람객의 관심이 집중된 전시를 바탕으로 그 속에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디자인 이슈를 모았다.

1 시공을 넘는 시나리오 속 디자인
과거의 불가능을 가능케 한 정보 기술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자유를 줬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라이프 스타일링을 일상의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이는 메가트렌드와 유행을 좇으며 다수의 취향을 따르는 시대는 가고, 고유의 취향을 중시하는 시대로 변화하는 현재의 흐름을 반영한다. 장외 전시에서 큰 인기를 끈 전시 <갤러리 디모레Dimore Gallery>가 대표적이다. 브리트 모란Britt Moran과 에밀리오 살키가 운영하는 디모레 스튜디오는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모아 5개의 텐트에 ‘실크로드의 여행자’, ‘이탈리아 캠핑’, ‘프랑스 리비에라 해변’, ‘아라비안 하렘’ 등을 주제로 공간을 구성하고 각각에 어울리는 음악과 향을 매치했다. 멸균실처럼 흰 낙하산 천을 씌운 전시 공간은 관람객에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두오모 성당 앞에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세운 실험적인 파빌리온 ‘리빙 네이처Living Nature’가 설치됐다. 각기 다른 사계절의 온도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인공적 공간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주거 공간에서 기후를 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드리아데Driade는 우주 여행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부상하는 ‘달’로 공간적 관심을 확장시켰다. 드리아데의 전시 <문 미션Moon Mission>에서는 달에 착륙한 우주인이 구할 수 있는 한정된 소재인 달 모래와 인간의 소변에서 추출할 수 있는 레진을 주재료로 만든 가구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시공을 초월한 콘셉트의 오브제와 가구, 인테리어로 연출한 디젤 리빙Diesel Living.


달에 있는 물질만으로 제작 가능한 가구를 선보인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드리아데Driade의 50주년 기념 전시 <달에서의 임무Moon Mission>. 디자인: 누클레오Nucleo. ©Sebastiano Pellion di Persano




두오모 대성당 앞에 설치한, 사계절을 기술적으로 구현한 파빌리온 ‘리빙네이처. 디자인: 카를로 라티 아소시아티Carlo Ratti Associati.

2 아트 오브 리빙, 일상으로 들어온 예술
통상적으로 떠올리던 가구의 형태와 규칙은 잊어라. 무심코 끄적인 낙서인 듯 자유롭게 떠오른 상상의 이미지를 유연하게 공간으로 옮긴 디자인이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벽 속에서 머리를 내민 기린이 샹들리에를 입에 물고 있는 형태의 조명 이름은 ‘그녀는 사랑에 빠졌지만 아직 알지 못한다.’이고, 기존의 조명 제품을 마치 종의 군집처럼 표현해 거대한 샹들리에로 제작한 맞춤형 조명 ‘메가 샹들리에’부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에 등장하는 거대한 조개껍질을 연상시키는 캄파냐 형제의 소파 ‘푸시아블루 봄보카’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는 살아 숨 쉬는 자연을 사랑하는 인간의 본능인 생명애生命愛를 반영한 최근 디자인의 경향을 보여준 것으로 역시 휴머니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물결의 잔상처럼 핸드 페인팅으로 그러데이션한 프리츠 한센의 거울이나 신축성 있는 원형의 천 속에 앉을 수 있는 캄페지Campeggi의 의자도 형태에 대한 기존 통념을 엎는 디자인 미학을 드러냈다.


무이 웍스Moooi Works가 디자인한 메가 샹들리에Mega Chandelier, 무이.


캄파냐 형제의 소파 ‘푸시아-블루 봄보카Fuchsia-Blue Bomboca’, 루이비통.


‘그녀는 사랑에 빠졌지만 아직 알지 못한다She’s in Love but She doesn’t know it yet’ 조명. 디자인: 마르칸토니오Marcantonio.


스튜디오 로소Studio Roso가 디자인한 거울, 프리츠 한센.

3 오감을 일깨우는 감성적인 기술
기술이 진보할수록 거추장스럽고 기계적인 하드웨어는 자취를 감추고 기술 그 자체만 남는다. 차가운 질감을 벗은 기술은 인간의 감성에 녹아들어 삶의 경험을 확장시킨다.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는 전자 회사들은 이를 잘 인지하고 있는 듯했다. 8년 만에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귀환한 소니는 <숨겨진 감각Hidden Senses> 전시에서 동작에 따라 춤추는 조명, 메아리를 만드는 기둥, 시소처럼 반응하는 벤치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새로운 감성 경험을 주거 공간에 접목시켰다. 파나소닉은 철저히 물리적인 디자인을 배제하고 ‘나노 엑스nanoe X’, ‘실크처럼 섬세한 분무silky fine mist’ 기술과 고해상 어안 렌즈 프로젝터를 활용해 색다른 공기를 경험하는 전시 <에어 인벤션>을 펼쳐 푸오리 살로네 협회로부터 올해 최고 기술상을 수상했다.




파나소닉의 <에어 인벤션 Air Inventions> 전시.


소니의 <숨겨진 감각Hidden Senses> 전시. 한층 스마트해진 디지털 기술이 주거 공간에 제공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담았다.

4 뉴 럭셔리의 상징으로 떠오른 ‘소재’
예술적인 실험은 소재로도 확산되고 있다. 주거 공간이나 가구에 쉽게 접목하지 않았던 소재를 과감히 접목시키면서 전에 없는 감성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 특히 고가의 디자인 브랜드가 혁신적인 실험을 선도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폐기된 플라스틱을 비롯해 메타크릴레이트 등을 활용해 드라마틱한 연출을 선보여온 아티스트 야코포 포지니Jacopo Foggini는 폴리카보나이트를 녹여서 만든 시트에 24K 금을 입힌 금속 기반의 회전 스툴 ‘엘라 골드Ella Gold’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급진주의 디자인의 영향으로 최근 테라초terrazzo(백색 시멘트에 대리석 조각을 넣어 경화시키는 이탈리아식 바닥 마감)가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카펠리니 역시 이를 접목시킨 가구를 선보였다. 파트리치아 우르키올라와 카펠리니가 협업한 책장 ‘급진적인 가짜Radical Fake’는 다양한 색상의 베네치아 대리석 조각에 떡갈나무 조각을 넣고 표면을 테라초로 특수 처리했다. 세라믹 소재를 가구에 접목하는 사례 또한 부쩍 늘고 있는데, 플라스틱 가구로 유명한 카르텔은 ‘상하이 커피 탁자’의 상판으로 플라스틱이 아닌 대리석 효과를 낸 세라믹을 매치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UK 브랜드 세Se´는 세라믹이나 래커 칠을 한 받침대에 대리석을 얹은 탁자 ‘헬리오스’를 선보였다.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의 ‘상하이 커피 탁자Shanghai Coffee Table’, 카르텔.


야코포 포지니의 ‘엘라 골드Ella Gold’, 에드라Edra.


파트리치아 우르키올라의 ‘급진적인 가짜Radical Fake’ 책장, 카펠리니.


5 한층 가까워진 ‘지역’
저평가해온 저개발 국가의 디자인 가치에 대한 편견이 옅어지는 신호일까? 각국 전통 공예의 가치를 존중하며 이를 새로운 시대에 맞는 디자인 언어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전통 공예를 고가의 제품으로 해석해 럭셔리 브랜드와 함께 나란히 선보이는 것도 상징적인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적 구조가 절실한 저개발 국가에서 일상적이고 친근한 수공예 기술을 디자인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긍정적 효과를 야기한다. ‘PET 램프’는 쉽게 버려지지만 재생이 힘든 플라스틱 페트병과 지역의 수공예 기술을 접목시켜 만든 전등갓 프로젝트로 지난해의 칠레에 이어 올해는 호주 라민지닝에서 현지인과 제작한 모델을 선보였다.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는 토고, 세네갈의 아프리카 패치워크, 인도의 리본 자수 등 전통 수공예 기법을 살려 제작한 태피스트리와 한정판으로 제작한 가방의 판매 수익금을 소수 커뮤니티의 여성 교육과 전통 공예 계승을 위해 기부했다.


로에베의 전시장 모습.


세바스찬 허크너Sebastian Herkner가 서아프리카 앵무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아웃도어 ‘세쿠Seku’, 모로소.


‘펫 램프 라민지닝PET Lamp Ramingining’ 전등갓. 알바로 카탈란 데 오콘Alvaro Catal´an de Oco´n의 디자인과 8명의 라민지닝 주민의 공예로 완성되었다.

6 두 손을 움직이는 나만의 목공소
정보 기술의 발달과 보급으로 DIY의 문턱이 낮아지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직접 만드는 메이커를 자처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가구의 기본이 되는 목공예의 순수한 감성을 보여주는 가구 또한 인기를 끌었다.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사바이아 & 모로니 Sawaya & Moroni는 뜻밖에도 북유럽 전통의 목공 벤치를 선보였다. 이 작품을 선보인 노르웨이의 건축·디자인 그룹 스뇌헤타Snøhetta는 현시점에서 수작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창작 도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테이블은 실질적인 목공 작업을 수행해낼 수 있는 동시에 독특한 형태의 탁자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오늘날 이러한 빈티지 목공 벤치는 실제 목공소에서보다 트렌디한 카페의 인테리어 요소로 더 자주 접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이를 본질로 접근한 방식이 흥미롭다. 이 외에도 마감 처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나무 본연의 질감과 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가구와 소품이 돋보였다. 투박하지만 정직하게 소재를 드러낸 이들 제품에는 편안한 감성을 뿜어내는 에너지가 깃들어 있는 듯했다.


넨도의 ‘N01’ 의자, 프리츠 한센.


벤저민 허버트의 바구니, 프리츠 한센.


스뇌헤타의 ‘슬로이드 벤치Sloyd Bench’, 사바이아 & 모로니.

7 ‘세대 교차’를 위한 기발한 마케팅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젊은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가구 브랜드는 어떤 시도를 해야 할까? 이 지점에서 70년 넘는 전통의 가구 브랜드 카르텔이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줬다. 전혀 새로운 디자인을 찾기보다 협업 브랜드 간의 유대 관계를 장려해서 시너지를 발현하게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이러한 브랜드 전략을 반영한 카르텔의 ‘세대 교차 프로젝트Crossing Generation Project’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목표로 기존 카르텔 제품을 활용해서 새로운 접근을 감행했다. 새로운 세대에게 주목받고 영향력을 펼치는 청년 기업가, 스타일리스트, 음악가, 디자이너, 중국 디자이너와 협업하고 60대 디자인 전문가 크리스티나 모로치Cristina Morozzi와 유튜버인 그녀의 10대 손녀를 초대해 제품의 철학과 일상 속 디자인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SNS상으로 자신의 의견과 개성을 표현하는 데 거침없는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언어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방식은 기존 가구 회사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함이었다. 인형을 이용한 SNS 여행 사진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방식을 활용해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와 협업한 조명을 홍보하는 방식도 주목을 끌었다.


카르텔이 모스키노와 협업한 조명 ‘이것은 모스키노 인형이 아니다This is not a moschino Toy’의 홍보 이미지.




투라티 거리의 카르텔 쇼룸에서는 다양한 배경의 젊은 아티스트와 소셜 인플루언서가 카르텔의 기존 제품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펼진 ‘세대 교차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신진 주얼리 디자이너 마디나 비스콘치 디 모르로네Madina Visconti di Mondrone는 카르텔과 자신의 공통적인 가치관을 실험적인 색채로 연출한 섹션 ‘사이키델릭 정글’에서 강렬한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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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여미영 D3 대표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