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Project <호모 파베르>전
기술의 발전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은 일하는 손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지난 9월 14일부터 30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공예 전시 <호모 파베르Homo Faber>전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맥락과 맞닿아 있었다.


<호모 파베르>전의 ‘베스트 오브 유럽’ 섹션.

주최 미켈란젤로 재단 Michelangelo Foundation, michelangelo foundation.org
전시 감독 미켈레 데 루키, 스테파노 보에리, 인디아 마다비, 주디스 클락, 장 블랑샤트Jean Blanchaert 등
전시 기간 9월 14일~ 9월 30일
전시 장소 폰타치오네 조르조 치니
웹사이트 homofaberevent.com

역사학자이자 기업가, 콜로니 공예예술재단의 설립자이기도 한 프랑코 콜로니Franco Cologni와 남아공 출신의 사업가 요한 루퍼트Johann Rupert는 2016년 ‘몇 세기에 걸쳐 보존해온 창의적 기술의 가치를 미래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미켈란젤로 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고안한 첫 아이디어가 바로 세계 최대의 공예 전시였다. 전통 기술이 지속 가능하려면 우선 장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젊은 인재들을 이 분야로 끌어모으려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이들의 신념이 바탕이 된 것이다. 그렇게 2년여 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호모 파베르>전이 마침내 지난 9월 베네치아 폰다치오네 조르조 치니Fondazione Giorgio Cini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전시장만 봐도 세계 최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인데 현재 조르조 치니재단 본사로 사용하는 이곳의 면적은 무려 4000㎡. 사실상 섬 하나를 통째로 전시장으로 변신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 인원도 상당했다. 미켈란젤로 재단은 35개국 410명의 장인들이 만든 작품 900여 점을 전시했고 그중 91명을 행사장으로 초대해 직접 작업 과정을 시현하도록 했다. 만년필 촉부터 실제 베네치아 바다에 띄운 요트까지 실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는데 그중 상당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의 공예품이었다. 알베르토 카발리 미켈란젤로 재단 디렉터는 “가격부터 생각하는 태도를 버리고 공예품의 우수성을 먼저 바라봐달라”는 말을 남겼지만 머릿속에서 숫자를 지워내는 게 쉽지 않을 만큼 고가의 작품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전시 관람을 돕는 도우미만 105명에 이르렀는데 ‘영 앰버서더Young Ambassador’라고 불린 이들은 유럽 내 26개 디자인·공예 학교에서 발탁된 학생들이었다. 여기에서 미켈란젤로 재단의 섬세한 배려가 느껴졌는데, 이들을 고용한 것은 단순히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미래의 장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다는 목적이 커 보였다(실제로 영 앰버서더들은 전시 오프닝 당시 직접 리본을 커팅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13명의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큐레이터로 참여한 16개 테마의 전시장이었다. 이탈리아 디자인계를 이끈 리더 중 한 명인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hi, 수직 숲 개념을 고안한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 컬러의 여왕이라 불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인디아 마다비India Mahdavi, 전 V&A 뮤지엄 수석 큐레이터 주디스 클라크Judith Clark 등 슈퍼스타들이 한 공간 안에서 각기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했다. 전시는 크게 럭셔리 브랜드, 의상, 교통, 인테리어, 복원 기술,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기술을 보유한 특수 장인 분야를 나뉘었다. 이 중 특히 인상적인 테마는 ‘발견과 재발견Discovery and Rediscovery’이었다. 가죽 공예, 자수, 유리, 도자 채색, 시계, 향수 제조 등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브랜드들의 쇼케이스로 안경테, 부채, 만년필 촉 등 일상용품이 장인의 손길을 거치며 특별한 오브제로 환골탈태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인디아 마다비가 큐레이션한 ‘가상 건축Imaginary Architecture’ 역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앙리 루소 영원히Henri Rousseau Forever’와 ‘메리고라운드Mary-Go-Round’라는 파빌리온을 만들고 장인들과 협업해 공간을 완성했다. 프랑스 등나무 가구 전문가 프랑수아 파솔륑기Francois Passolunghi가 제작한 벽과 동물 마스크, 이탈리아의 모자이크 전문 연구 기관인 프리울리 모자이크 학교Scuola Mosaicisti del Friuli에서 만든 바닥 타일, 영국 커스텀 오더 메이드 전문 회사 드 고네De Gournay의 환상적인 물고기 자수 등은 관람객을 동화 속 공간으로 인도했고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장인의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라는 인디아 마다비의 말을 실감케 했다.


<호모 파베르> 로고.




‘형태의 세기들Centuries of Shape’. 도서관을 배경으로 20세기와 21세기에 만들어진 유러피언 화병 50점을 전시했다.©Michelangelo Foundation


‘가상 건축’.©Michelangelo Foundation
이번 <호모 파베르>전에는 6만 25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인류의 미래를 인도하는 공예 기술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전시는 단지 전통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었다. 공예가 우리 생활에 얼마큼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디자이너와의 협업, 새로운 기술과의 조응을 통해 앞으로 얼마큼 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이었다. 성공적으로 마친 <호모 파베르>전은 앞으로 격년 주기로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2020년에는 유럽을 넘어 비유럽권 국가의 장인과 공예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적절히 배합해 빚어낸 이 행사는 처음 취지처럼 장인의 가치, 손으로 다루는 기술의 중요성과 이것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homofaberevent.com

Share +
바이라인 : 양윤정, 최명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