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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빛나는 순간 라이트하우스 LIGHT HOUSE


라니앤컴퍼니를 이끄는 박정애 대표. 집의 아늑함을 유지하면서도 일하는 공간으로서의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 사옥, 라이트하우스의 새 식구를 최근 맞이했다. ©김동규

라니앤컴퍼니 켈로그, 씨티뱅크, LG텔레콤, ELCA 등에서 마케팅 또는 사업 총괄을 하고 CJ그룹 CMO를 역임한 박정애 대표가 2012년에 설립한 브랜드 컨설팅 회사. 브랜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디자인과 문화가 연계된 상품· 공간·브랜드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사와 원료 공급사가 협업하는 화장품 브랜드의 기획과 패키지 디자인을 완료했고, 영종도에 개발 중인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의 브랜딩 전략과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가전 회사와 자동차 회사의 브랜드 공간과 운영에 관한 콘텐츠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raneecompany.com

라니앤컴퍼니 사옥
공간 디자인 디자인서다, designseoda.com
외부 디자인(담장, 주차장) 선재 건축, archsunjae.com
설계 디자인서다(홍희수, 이승민, 김지원 이태영), 선재건축(차선주)
시공 위인종합건설, 02-579-1600
위치 서울시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224
사진 김동규

하얀 등대를 품은 듯한 형상의 가정집이 3개의 회사가 모인 오피스 건물로 변모했다. 박정애 대표가 이끄는 라니앤컴퍼니를 중심으로 라이프앤샬롬과 벨보이가 합류해 ‘한 지붕 세 가족’을 이루었다. 박정애 대표는 1989년에 완공한 이 주택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대문을 열면 너른 마당이 펼쳐지는 3층짜리 가정집으로, 그 시대의 통상적인 주택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건축물 자체가 품고 있는 세월의 흔적, 기억을 되살려 새로운 미감을 지닌 오피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디자인서다의 홍희수 대표와 함께 레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30여 년간 주택으로 사용한 공간을 오피스로 바꾸는 작업은 결코 순조로운 과정이 아니었다.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여 꼭꼭 숨겨진 느낌의 주택. 매끈한 루버 스타일의 주차장 필로티를 세워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각 공간이 오피스로 기능하도록 전체적으로 설비와 배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마쳐 현재는 지하 1층과 1층은 라니앤컴퍼니, 2층은 벨보이, 3층은 라이프앤샬롬이 사용하고 있다. “박태일 대표는 에디터 시절부터 알았다. 그를 닮은 <벨보이> 매거진이 한결같이 멋지게 만들어지는 것을 보아왔고, 새로운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적극 권했다. 라이프앤샬롬의 조원석 대표가 작업한 공간 디자인에서도 좋은 느낌을 받았는데 인연이 닿았다. 서로 취향과 개성은 다르지만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에서 결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튀지 않으나 결코 무르지도 않은 공고한 성향, 무엇보다 인간적인 면에서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었다.”

라이트하우스는 구조적으로 보면 크게 각 층의 사무 공간과 연결 통로로 나뉜다. 지하 1층에서부터 옥상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이 라이트하우스의 중심에 있고, 평면에서 보면 각 층의 공간이 3개의 아치형으로 붙어 있는 형태다. 나선형 계단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간이 나뉘는 셈인데, 하나의 주택을 공유하지만 독립성이 보장된다. 라운드로 된 벽체, 지하층에 위치한 삼면을 둘러싼 선큰 등 기존 건물이 조형적 요소가 강했기 때문에 컬러나 소재 등의 내부 마감재는 모노톤으로 심플하게 처리했다. 이번 공간은 라니앤컴퍼니의 세 번째 스튜디오. 그간 택해왔던 스튜디오 환경이 그래왔듯 개방성을 중요한 디자인 키워드로 삼았다. 마당의 나무와 빛과 공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내부로 스며드는 공간을 위해 회의실, 주방, 오피스 어느 공간에서도 마당의 나무가 보이도록 신경 썼다. 지하 1층은 팀원들의 사무 공간, 2층은 박정애 대표의 사무실 겸 회의실, 주방 등으로 나누어 편안함과 프로페셔널한 긴장감 사이의 균형을 추구했다.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디자인과 상품, 다양한 공간을 컨설팅하는 박정애 대표는 창의적인 일은 혼자만의 창의력보다 협업을 통해 공고해진다고 생각한다. “일반 주택의 거실 느낌이 드는 내 사무실은 회의실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작업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집의 아늑함을 유지하면서 일하는 공간으로서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로 또 함께, 언제든 새로운 개념의 작업과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코워킹 공간으로서의 유연함도 이번 오피스 공간에서 시도한 실험 중 하나다.” 라이트하우스 곳곳을 살펴보면 사소한 것 하나라도 허투루 결정한 것이 없다. 무엇을 하든 ‘조금 다르게’ 해야 하고, 한 끗이 다른 결과물을 추구해온 박정애 대표의 작업 스타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만드는 순간에도 여유로움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주방에 너른 창을 냈고, 회의실에서도 창이 보이게끔 주방 벽면의 반만 가렸다. 하루 중 회사에서 수많은 순간이 벌어진다.


라운드형의 벽체를 따라 둥글게 창을 낸 공간은 박정애 대표의 개인 사무실이자 회의실로도 기능한다. 프랑스 브랜드 콜리네Collinet의 클럽 체어를 비롯해 가구와 오브제는 회사를 만들 때부터 갖고 있던 물건을 거의 다 수용하고, 새로운 물건은 최소한으로 병합하여 조화를 이루었다. ©김동규


팀원들의 사무 공간이 위치한 지하 1층 곳곳에서도 예술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김중만, 김용호, 표기식, 김제원, 최다함, 안하진, 정준모, 김동규 등의 사진 작품이 사무실 곳곳에 놓여 있다. ©김동규


음식을 만드는 순간에도 여유로움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리 공간에도 너른 창을 냈다. ©김동규


전체적으로 내추럴한 마감재를 사용했지만 공간 곳곳에 생기를 주는 포인트 컬러를 사용했다. 골드 컬러의 타일로 포인트를 준 화장실과 조리 공간. ©김동규
라니앤컴퍼니 박정애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일들일 것이다. “프로페셔널하게 자기 몰입을 필요로 하는 순간,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나누어야 하는 순간, 크리에이티브한 영감을 인사이트로 전환해야 하는 순간, 손을 씻고 매무새를 다듬는 순간,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주방에서 스스로 점심 식사를 만들기도 하는 순간. 일하는 공간에서 매우 다양한 순간을 마주하게 되고, 그 순간들이 서로 이어져 하루를 만든다. 라이트하우스가 매 순간에 충실하게 집중하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박정애 대표는 이 집을 ‘라이트하우스’라 명명했는데 이는 단순히 사옥의 이름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 박정애 대표가 등록한 브랜드명으로, ‘라이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사업을 확장한 즐거운 일을 기획하고 있었던 것. 바람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등대를 닮은 집을 찾았고, 누군가에게는 업무 공간일 뿐인 사무실을 라이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하나의 이미지로 다듬어가길 원하는 방향성에 공감하는 두 파트너도 만났다. ‘결이 같은’ 세 회사가 따로 또 같이 만들어갈 미래의 일들이 기대된다.


천장을 걷어내고 복잡한 공조 시설을 정리하면서 쾌적한 사무 공간을 확보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라니앤컴퍼니 사무 공간.


처음 라이트하우스를 보고, 망망대해에서 빛을 발하는 등대와 같다고 생각했다. 유니크한 형태의 건물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 공사를 진행, 3층짜리 가정집이 ‘라이트하우스’ 오피스로 변모했다. ©김동규


라니앤컴퍼니의 브랜드 컬러인 녹색과 자주색은 가구 제작 시 포인트 컬러로 활용했다. 박정애 대표의 책상 위로 매달린 조명은 매끈한 마감과 세련된 금속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상민 작가의 조명이다. ©김동규

공간 디자이너의 코멘트
홍희수 디자인서다 대표




“처음 사이트를 보았을때 빽빽하게 잘 가꾼 정원에 감탄했다. 건물 앞뒤의 형태가 원형이라 공사가 쉽지 않았지만, 이곳만의 유니크한 느낌을 더 잘 드러내고자 했다. 공사가 다소 커지긴 했지만 천장을 걷어내고 복잡한 공조 시설을 정리하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건물로 만들었다. 박정애 대표는 수납 공간과 직원의 동선, 책상 위치까지 하나하나 확인하며 직원들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전체적으로 내추럴한 마감재를 사용했고, 라이앤컴퍼니의 브랜드 컬러인 녹색과 자주색을 포인트 컬러로 가구에 적용했다. 공간은 사용할수록 주인을 닮아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트하우스의 모습은 점점 더 완성되어갈 것이다.”


라이트하우스를 공유하는 스튜디오


라이프앤샬롬 조원석 대표가 사용하는 3층 오피스.

조원석 라이프앤샬롬 대표





“라이트하우스를 처음 보았을 때 그리스 산토리니의 주택이 떠올랐다. 영화 <맘마미아>의 촬영 배경지라고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 화이트 컬러와 라운드 셰이프의 주택을 떠올리면 낭만과 여행의 설렘이 느껴진다. 실제로 안온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일반 사무실과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입주하면서 주방 공간 구성에 가장 공을 들였다. 원래 있던 붙박이장을 없애고, 벽과 문을 철거하여 미팅 룸과 하나의 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꼭대기층이라 어느 정도 기대를 했는데 천장의 합판 마감을 철거하자 예상보다 더 재미있는 구조가 나와 아주 마음에 든다. 지역이 한남동이라 업무의 기동성이 높아졌고, 나의 취향을 반영한 인테리어를 일하는 곳에 적용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럽다.”

테라로사 인테리어팀에서 일했던 조원석은 라이프앤샬롬을 통해 공간 디자인과 전시 기획을 한다. 오래된 것, 변하지 않는 것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편집하는 것을 자신의 일이라 생각한다.



벨보이 컨설턴시 박태일 대표가 사용하는 2층 오피스.

박태일 벨보이 컨설턴시 대표





“여러 형태의 사무실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카페 언더야드 파티션 너머를 사무실로 썼고 공유 오피스에서 생활한 적도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급하게 사무실을 정리하느라 누나 사무실 한편에서 지냈는데 짐 더미 속에서 정말 우울하게 보냈다. 여러 장소를 겪으며 어쩌면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이야말로 진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생겼다. 지금의 사무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남서쪽으로 난 둥근 창가다. 사무실에 들어가 이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리프레시가 된다. 옷을 다루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먼지가 가득하고 우중충한 지하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기분 좋게 일하는 것이야말로 업무 효율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벨보이 컨설턴시는 콘텐츠 메이킹, 패션 & 라이프스타일 비주얼 작업과 스타일링을 하며 온라인 매거진 <벨보이>를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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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김만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