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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부산항에 돌아온 힙한 과거 부산의 레트로 공간 1
지난 수십 년간 대규모 재개발이 이어지며 도시의 기억을 거의 상실한 수도권과 달리 부산은 켜켜이 쌓인 시간의 지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적산 가옥, 한국전쟁 때 몰려든 피란민들로 인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산복 도로, 국제시장을 통해 형성된 빈티지 문화 등은 오늘날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오래된 공장을 재생해 만든 복합 문화 시설, 부두의 창고를 활용한 문화·예술 공간, 빈티지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니치 마켓을 꿰뚫은 컬렉터의 매장 등이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시간을 돌이킨 우유 카페
초량 1941


초량 1941 내부. 복도와 원형 목창호 등 적산가옥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공간을 복원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작품과 빈티지 오브제를 판매하는 공간. 매장 곳곳에 이 같은 공간을 마련했다.


초량 1941 입구.
초량 1941은 말차 우유, 홍차 우유 등 시즌별 음료를 판매하는 우유 카페다. ‘풀 초草’, ‘들 량梁’ 자를 쓰는 지역명에서 영감을 얻은 구나겸 대표는 풀이 많은 들판에 뛰노는 동물들을 상상해 이를 토대로 우유 카페라는 콘셉트를 도출했다. 독특한 공간과 분위기는 이곳에 매력을 더해준다. 이 건물은 1941년 일본인 사업가가 별장으로 사용하고자 지은 것으로 일본식 주거 공간과 서양식 사무 공간이 공존하는 구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해방 후에는 여러 차례 다른 용도로 쓰이거나 방치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알루미늄으로 창호가 대체되고 다다미방이 시멘트로 덮이는 등 무분별하게 훼손되었다. 초량 1941은 카페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전통적 요소를 살리고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손을 봤다. 여기에 일본 벼룩시장에서 구한 가구를 배치해 적산 가옥의 고즈넉한 정취를 복원했다. 가게 한편에서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과 빈티지 소품을 판매한다. 그중 디퓨저 ‘초량의 향기’는 숲을 연상시키는 향이 인상적으로, 구봉산을 등지고 있는 초량 1941의 정서가 반영된 고유한 아이템이다. 정성껏 복원한 초량 1941에서는 산복 도로의 매력을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진 정승룡


구나겸 

초량 1941 대표
“초량동.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 지역으로 지리적으로는 부산의 중심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였다. 초량 1941 오픈 이후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새로운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한편으로는 지역성을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공간 기획 및 운영, 브랜드 디자인 초량 1941(대표 구나겸)
오픈 시기 2016년 2월
운영 시간 11:00~19:00(월요일 휴무)
주소 부산시 동구 망양로 533-5
인스타그램 _choryang


부산 크리에이티비티의 최전방
끄티





‘서울 가야 성공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하던 때가 있었다. 지역 인재들이 속속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김철우 대표는 뜻 맞는 동료들과 지역 문화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RTBP 얼라이언스를 설립했다. RTBP는 ‘돌아와요 부산항에Return To the Busan Port’의 준말. RTBP 얼라이언스가 2018년 선보인 끄티는 비어 있는 조선·항만 물류 센터를 활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끝’을 뜻하는 부산 사투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고스란히 되살린 산업 설비의 흔적과 12m에 이르는 높은 층고, 바닥과 벽에 남아 있는 긁힌 흔적이 인상적인 이곳에 자체 론칭한 브랜드 리:본이 조선 폐자재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가구와 오브제로 정체성을 부각시켰다. 이곳에서는 다양성을 주제로 보트 학교 프로그램, 부산의 역사를 키워드로 한 미디어 아트 및 테크노 파티 등 40여 회의 공연, 전시, 워크숍을 진행했다.

 

김철우
RTBP 얼라이언스 대표

“영도. 일제의 수탈, 조선 항만 산업으로 인한 환경 훼손 등을 견뎌낸 이 근성 있는 파수꾼은 최근 조선업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인구 감소, 고령화, 산업 쇠퇴와 맞닥뜨리게 됐다. 부산 근대 문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 대한 재평가와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간 기획 및 운영 RTBP 얼라이언스(대표 김철우), RTBPalliance.com
가구 디자인 리:본
오픈 시기 2018년 5월
운영 시간 RTBP 얼라이언스
인스타그램 계정 참고
주소 부산시 영도구 해양로 111번길 32 rtbp.alliance



햄버거 파는 문구점
버거샵





부산의 젊은 소상공인들이 원도심에 주목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전포동의 수제 버거 브랜드 버거샵도 마찬가지. 1호점인 서면점은 본래 오래된 문구점이 있던 공간인데 버거샵은 ‘Double A’ 로고가 새겨진 차양과 철제 여닫이문 등을 그대로 살려 공간의 기억을 보존한다. 내부는 벽면을 가득 채운 포스터들로 눈길을 끈다. 모두 브랜드의 디렉터를 맡은 전수민이 개인적으로 모은 것인데 이것 하나만으로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성지순례’를 오는 디자인 스폿이 될 정도다. 김동욱 대표와 이상민 부대표가 직접 뉴욕에서 공수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에서 전해지는 브루클린의 감성과 부산 구도심의 감성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김동욱
버거샵 대표

“딥슬립커피의 배성호 대표. 공간도 멋지고 지역 예술가들을 꾸준히 알리려고 노력하는 점이 멋지다.”

공간 기획 및 운영 버거샵 (대표 김동욱)
공간 리뉴얼 이상용
브랜드 디자인 전수민 service-center.kr
오픈 시기 2017년 11월
운영 시간 11:30~21:00(월요일 휴무)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동천로 108번길 11 burgershopbusan



문화·예술 생산 공장
F1963


F1963 도서관.


건물 외관.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 이전에 사용하던 콘크리트와 지붕 트러스 구조물을 건축 재료로 재사용했다.


중정은 환기와 채광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F1963은 철강 산업의 역사가 깃든 고려제강 와이어로프 생산 공장을 개조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50여 년 동안 필요에 따라 몸집을 부풀린 공장 건물이 부산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2016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되면서부터다. 전면의 벽을 허문 뒤 유리와 익스펜디드 메탈을 설치하고 대나무 숲과 생태 정원으로 자연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해 새로 문을 열었다. 로스터리 카페 테라로사, 전통 발효주 브랜드 복순도가, 수제 맥주 브랜드 프라하, 중고 서점 예스2, 국제갤러리를 입점시켜 방문객의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미술, 건축, 사진, 디자인, 음악 등 예술 전문 도서관 ‘F1963 도서관’이 개관했다. 도서관 한편에는 전위적인 예술적 실험이 일어났던 1960년대를 짚어볼 수 있는 책 전시도 함께 구성해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공장 건물 중앙에 지붕을 걷어내 만든 중정에서는 다양한 야외 이벤트가 벌어지고, 기존의 벽과 기둥, 트러스를 그대로 보존한 석천홀에서는 피카소, 줄리언 오피, 크리스 조던 등 세계 예술 사조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아티스트의 전시도 활발하게 열린다.

 

F1963

“B-Con 그라운드 조성 사업. 1980년 고가도로 건설 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오랫동안 방치했던 부지를 컨테이너형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부산의 상징인 컨테이너 구조물 194개를 설치했는데 시민 소통의 공간이자 지역 재생의 결과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공간 기획 및 운영 고려제강
브랜드 디자인 맹그로브아트웍스(대표 강재영)
건축 디자인 조병수건축연구소(대표 조병수), bchoarchitectects.com
오픈 시기 2016년 9월
운영 시간 각 공간마다 상이
주소 부산시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웹사이트 f1963.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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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최명환, 유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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