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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디자인과 기술이 닦아놓은 레이싱 트랙 제주 9.81 파크


센트럴은 11m에 달하는 높은 층고가 특징이다. 곡선 형태의 계단과 바닥의 그래픽으로 개방감을 표현했다. 대형 스크린은 기둥을 따라 상하로 움직인다.


2인승 모델 GR-D.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이프 구조로 설계했다.


마스터 전용 카트 GR-X의 범퍼. 민감한 컴퓨터 내장 부위와 범퍼를 분리해 설계했다.


9.81 파크 레이싱 트랙. 기존 지형지물은 최대한 살리되 속도와 긴장감이 극대화되도록 구간을 설계했다. 사진: 모노리스 제공.
제주 9.81 파크 프로젝트

기획 모노리스(대표 김종석·김나영), monolith.co.kr
브랜드 디자인 모노리스 디자인 R&D(디렉터 정규혁)
레이스 981 인테리어 디자인 콜렉티브비(대표 정연진), collective-b.com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스탬프(대표 조희근·김태찬), stam-p.com
오픈 시기 2019년 5월
웹사이트 981park.com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문화는 놀이 안에서 놀이로 생겨나 전개된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게이미피케이션의 부상을 보면 그가 주창한 호모 루덴스만큼 인간의 본질을 잘 설명한 말도 없을 것 같다. 스타트업 모노리스는 그 놀이의 본질을고민하고 확장하며 새로운 개념의 놀이터를 제안하는 곳이다. ‘New Era of Fun’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술집약적이고 융·복합적인 놀이를 제안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 가운데서도‘터’라는 개념을 놓지 않는다는 것. 모노리스 김종석 대표는 “인간은 직접 몸을 쓰며 체험하고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말하며 “디지털 세상이 가져다주는 장점도 있지만 아날로그적이고 피지컬한 것의 가치도함께 키워가는 밸런스가 중요하다”라고 모노리스의 철학을 설명했다. 


지난 5월 제주도에 공식 오픈한 9.81 파크는 모노리스의 첫 결과물이자 모노리스의 생각이 잘 반영된 장소다. 국내 최초의 그래비티 레이싱 테마파크인 이곳은 이름 그대로 별도의 연료 없이 중력가속도로 즐기는 레이싱 트랙이다. 차량과 트랙 곳곳에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자신의 기록을 디지털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약 100년 전 유럽이나 미주 지역의 동네 놀이 문화로 시작한 그래비티 레이싱은 나무 궤짝에 작은 바퀴와 핸들을 부착하고 언덕에서 타고 내려오던 것에서 시작해 현재는 마니아들의 문화로 발전한 상태. 김종석 대표는 봅슬레이나 카트라이더를 연상시키는 이 게임을 보며 ‘여기에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사람들을 연결시키면 무궁무진한 도전과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테마파크가 탄생할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디자인은 프로젝트의 액셀러레이터가 됐다. 정규혁 브루더 대표는 아예 모노리스의 디자인 R&D 수장을 맡으며 디자인을 총괄했다. 정규혁은 “처음 사업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첨단 기술과 중력이라는 자연 에너지를 활용해 자연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점 등 여러모로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자동차 개발자와 트랙 전문가 등 수많은 전문가가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해 모여들었다. 

모노리스는 카트형 놀이 기구도 자체 개발했는데 중력가속도의 최대의 적인 마찰력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다. 데이터를 축적하는 기술이 내장되어 있는 만큼 범퍼는 유사시에도 컴퓨터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설계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인테리어다. 9.81 파크는 애월읍, 즉 한라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데 중력가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비교적 높은 부지에 터를 잡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티케팅부터 대기실, 차량 탑승 구간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섬세하게 고려해야 했다. 1층→지하 1층→3층(기록 보유자인 마스터는 2층) 순으로 동선이 연결되는데 혼선을 없애고 자연스러운 고객 여정을 제공하기 위한 연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한 것이 디자인 전문 회사 콜렉티브비였다.

이들은 9.81 파크가 추구하는 생동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처음 브랜드를 접하고 티케팅하는 입구 홀, 즉 베이스 공간부터 대기 공간인 센트럴, 안전 교육 영상을 시청하는 플랫폼 공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장장 75m에 이르는 대형 라이팅 오브제가 그 예다. 티켓을 발권하는 원형 키오스크를 크게 두르며 동선을 유도하는 이 장치는 9.81 파크의 트랙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곳곳에 반사 소재와 컬러 패턴 조명, 강한 컬러 대비를 통해 탑승 전 긴장감과 스릴을 간접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9.81 파크의 또 다른 핵심은 네트워크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경쟁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순위 게임을 통해 일면식 없는 방문객들을 열성적인 플레이어의 일원이자 테마파크의 추종자로 둔갑시킨다. 오픈 3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수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디자인과 기술이 닦아놓은 아스팔트 위로 9.81 파크의 네트워크는 무한히 뻗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베이스. 앱 예약·결제 후 밴드형 티켓을 발권받는 원형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천장의 라이팅이 고객의 동선을 유도한다.


패독Paddock. 탑승자 중 우수한 기록을 낸 이들은 마스터로 분류되어 별도의 공간을 제공받는다. 대기석에는 차량과 동일한 시트를 적용했다.


체크인 게이트는 일상 공간에서 게임 공간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조명으로 표현했다.


출발선에서 대기 중인 GR-X. 마스터 전용 차량으로 특별히 전기를 동력으로 한 부스터 기능을 한다.


윤진영, 이윤진
콜렉티브비 디자인 디렉터,  디자이너

“일반적인 놀이공원은 차를 타는 순간에만 집중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탑승 전후의 행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프로젝트 규모에 비해 스태프 수가 적은데 모바일 예약부터 차량 탑승까지 최소한의 인원이 투입된 것이다. 방문객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디자인할 때도 어려움이나 혼선이 없도록 자연스럽게 사용자 여정을 설계하는데 주력했다. 수직 동선으로 이어지는 과정과정마다 모노리스가 추구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정규혁
모노리스 브랜드 디자인 디렉터

 

“3~6개월이면 완료되는 일반 디자인 프로젝트와 달리 9.81 파크는 3년 넘게 진행됐다. 자동차 개발자, 트랙 R&D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했는데 디자이너들은 이들을 서로 이어주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했다. 브랜딩과 프로덕트 개발 등 온·오프라인에 종합적으로 관여했고, 특히 차량 개발에도 참여해 개인적으로도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참고로 무동력 카트 디자인에 적용된 파이프의 R값은 로고의 기울기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카트의 경우 앞으로 다양한 후속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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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