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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조금씩 지구를 치유하는 디자인 디자인 마이애미 / 바젤 2019 리뷰


‘이끼 인간들’. 북유럽 전래 동화에서 영감을 받은 세라믹 조각상이다.


오르타미클로스의 가구 디자인.


필리프 말루앵의 사무용 가구.


 <2035>전 모습.

디자인 마이애미 / 바젤 2019
주최·주관 디자인 마이애미
큐레이팅 디렉터 에릭 첸
기간 6월 11~16일
주요 전시 섹션 Design at Large, Curio, Galleries, Designers of the Future Award, Satellites
웹사이트 basel2019.designmiami.com


지난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는 디자인 마이애미 / 바젤 2019가 열렸다. 이번 행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처음으로 큐레이팅 디렉터를 지명했다는 것. 전시 큐레이터이자 디자인 비평가로 활동하는 에릭 첸Aric Chen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중국 디자인이 해외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다. 그가 정한 올해의 주제는 '지구'다. 국제적인 화두인 환경 문제를 간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행사는 디자인의 해결사로서의 면모보다 중재자로서의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한 모습이었다. 비록 많은 디자이너들이 업사이클링과 친환경 소재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한순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따라서 올해 디자인 마이애미 / 바젤은 허황된 유토피아를 그리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소박한 행동들을 조망함으로써 꾸준히 우리 세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구가 디자인한 가구, Design At Large 섹션
이번 행사에서는 예년과 같은 화려한 연출이나 유명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Design At Large 섹션에서 그 빈자리를 대신한 것은 지구와 디자인의 상관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낸 작품들이었다. 제이슨 자크 갤러리Jason Jacques Gallery의 설치 작품 '이끼 인간들Moss People'이 눈에 띄었는데 예술에 조예가 깊은 에릭 첸의 선택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핀란드 작가 킴 시몬손Kim Simonsson이 제작한 이 세라믹 조각상은 실제 이끼가 덮인 듯한 모습으로 컬렉터들의 이목을 끌었다. 프리드먼 벤다Friedman Benda 갤러리에서 선보인 이스라엘 디자이너 에레즈 네비 파나Erez Nevi Pana의 의자 ‘블리치드Bleached’는 제작 과정이 100% 자연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수세미로 감싼 나무 프레임을 이스라엘 사해에 담가둬 프레임 주변으로 미네랄이 자연 형성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소금 결정을 두른 의자가 탄생했다. 이 작품은 인공적 가미를 최소화한, 그야말로 ‘지구의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영 블러드의 진격, 갤러리 섹션
컨템퍼러리 디자인을 취급하는 갤러리 섹션에서 올해 가장 신선한 작품을 보여준 곳은 살롱94디자인Salon94Design 갤러리였다. 그중 필리프 말루앵Philippe Malouin이 선보인 사무용 가구 시리즈는 강철 와이어 링, 고무, 나일론 등 공업 자재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었는데 거친 소재지만 기하학 형태와 밝고 생동감 넘치는 색상으로 오피스 가구는 건조하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했다. 회전식 안락의자의 상판과 하판 중간에 원형 나일론 베어링을 적용해 회전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한 것 또한 포인트였다. 올해 디자인 마이애미 / 바젤에 첫 ‘출전’한 베를린의 신생 갤러리 펑셔널 아트 갤러리Functional Art Gallery는 신진 디자인 듀오 오르타미클로스OrtaMiklos를 앞세워 관심을 모았다. 25살의 레오 오르타Leo Orta와 26살의 빅토르 미클로스Victor Miklos로 이뤄진 이 팀은 오직 재활용 소재만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데, 버려진 전기 케이블과 시멘트 등 폐기물을 이용한 독창적 형태의 의자와 조명으로 인기를 끌었다. 퍼포먼스에 가까운 작업 방식과 초현실주의적 디자인이 젊은 컬렉터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뜨거운 감자, <2035>전 
사실 이번 행사에서 (어쩌면 본전시 이상으로) 관심을 모았던 것은 비트라와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협업이었다. 사전에 열린 비트라 캠퍼스 파티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예고가 있었는데 당시 버질 아블로가 DJ로 출연한다는 것 외에는 어떤 정보도 노출되지 않아 궁금증만 증폭됐다. 베일을 벗은 전은 비트라 캠퍼스 단지 내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소방서 건물에서 열렸으며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동시에 2035년, 즉 미래의 공간과 가구를 조망하는 자리였다. 특히 투명 플렉시글라스plexiglass를 적용한 장 프루베Jean Prouvé의 의자 ‘안토니Antony’와 오렌지 컬러를 입힌 '프티 포텐스Petite Potence' 램프가 돋보였는데, 10대가 사용하는 가구라는 콘셉트로 가구와 조명을 미래적으로 재해석한 것이었다. 또 다른 포인트는 버질 아블로가 기획한 999개의 세라믹 블록. 1부터 999까지 넘버링된 이 벽돌에 대해 비트라 CEO 노라 펠바움Nora Fehlbaum은 “이미 디자인 엘리트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비트라가 젊은 층까지 포섭하기 위해서는 버질의 디자인 비전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버질답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세기를 거스르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망쳤다’, ‘비트라가 SNS 유행을 좇아 마케팅과 매출에만 집중한 나머지 졸작을 만들어냈다’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혹평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시 이틀 만에 100개의 의자, 300개의 램프, 999개의 벽돌이 완전 소진됐다. 이로써 '버질 효과'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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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양윤정 통신원 담당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