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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아이돌의 무대가 완성되기까지 음악 방송 무대 디자인


3M 다이크로익 필름을 활용한 Mnet <엠카운트다운> 의 우주소녀 ‘비밀이야’ 무대. ⓒCJ E&M


뮤지컬 콘셉트로 구성한 SBS <인기가요> BTS ‘디오니소스’의 공연 장면. ⓒSBS


무대 디자인은 조명 쇼라고 할 정도로 조명 연출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사진은 Mnet <엠카운트다운>. ⓒCJ E&M
음악과 퍼포먼스를 위한 3분 남짓의 시간, 무대가 없는 가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제 팬들은 컴백 쇼와 신인 가수의 데뷔 공연, 연말에 열리는 큰 시상식까지, 유튜브 등을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모습을 반복 재생해 보면서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무대에도 관심을 갖는다. 컴백 가수의 무대를 방송사별로 비교 분석하는 글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평균 9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수십 팀의 가수가 등장하는 음악 방송은 수많은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가 펼쳐지는 각축장이다. 그렇다면 음악 방송 무대는 어떤 과정으로 탄생할까?

음악 방송 무대는 크게 출연 가수들이 돌아가며 사용하는 메인 무대와 컴백하는 가수를 위한 사전 녹화 무대로 구성된다. 하나의 세트를 만들기 위해 연출 팀, 조명 팀, 카메라 팀을 비롯해 세트 팀, 전식(전구나 방전관으로 구성하는 옥외 디자인) 팀, 트러스(구조 설치) 팀 등이 협업하며 디자이너는 보통 2~3명이 투입된다.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가 핵심인 만큼 연출 팀, 가수 소속 팀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필수다. MBC <쇼! 음악중심>을 담당하는 김진희(아트 디자인부)는 “신인의 경우 되도록 인물이 강조되도록 디자인 강약을 조절하고 팀 로고 등을 직접적으로 노출시켜 인지도를 올리는 데 집중한다. 이름이 알려진 가수의 경우 관람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곡 해석에 더 초점을 맞춘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는 사전에 가수의 비주얼 콘셉트와 뮤직비디오, 앨범, 안무 영상까지 다양한 시각 자료를 공부한다.

특히 시청자의 주목도가 높은 컴백 공연은 디자이너가 가장 신경 쓰는 무대이기도 하다. 주로 가수와 음악이 추구하는 콘셉트를 차용하지만 차별화를 위해 일부러 참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SBS <인기가요>와 2019년 SBS <슈퍼콘서트 in 홍콩>의 무대 디자인과 프로덕션 매니저로 활동한 공성현 감독(미술 본부 아트1팀)은 “<인기가요>에서 선보인 위너의 ‘Ah Yeah’는 해변을 배경으로 한 밝은 콘셉트의 노래인데, 나는 실내를 배경으로 해 조금 어두운 콘셉트로 풀었다”라고 설명했다. 가수 입장에서는 디자이너의 색다른 해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비주얼 레퍼런스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 음악의 콘셉트와는 별개로 디자이너가 비교적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 진행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시청자는 인지하지 못할지라도 무대에 대한 여러 실험이 가능하다.

Mnet <엠카운트다운>의 김민욱 디자이너(테크&아트 본부 아트크리에이션1팀)는 우주소녀의 ‘비밀이야’ 무대를 디자인하며 당시 잘 사용하지 않던 3M의 다이크로익 필름을 활용했다. 각도에 따라 컬러가 변하는 필름으로 ‘우주’라는 그룹의 키워드와 멤버들의 소녀적 감성을 해석하는 소재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그는 3일 정도의 짧은 준비 기간 때문에 완성도는 조금 아쉬웠을지라도 이러한 시도를 통해 보다 다양한 무대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편 음악 방송의 또 다른 구성인 메인 무대는 여러 가수들이 돌아가며 사용하는 공간을 말한다. 전식, 조명, LED 영상을 주로 활용하는데, 특히 영상을 통한 연출은 시간과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변환이 가능해 메인 무대에 많이 사용한다. 이에 따라 매주 다른 콘셉트의 영상 디자인은 필수적이다. KBS <뮤직뱅크>와 <열린 음악회> <가요무대>를 함께 담당하는 홍소연 팀장(KBS 아트비전)은 “우리가 만드는 결과물은 일상과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그것이 영상으로 보여지고 기록되기 때문에 콘서트나 뮤지컬 등의 무대 디자인과는 접근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가장 큰 차이는 카메라라는 매개체가 있다는 점이다.

또 대부분 스튜디오에서 녹화를 진행하기에 공간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큰 규모의 세트에서 가수들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거나 혹은 반대로 공간이 작아 가수의 동선에 제약이 생기는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카메라나 방송 기술로 이런 제약을 극복해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공성현 SBS 무대감독은 “우리끼리는 ‘눈 세트’라고도 하는데, 이는 특정 카메라 샷이나 효과를 고려하고 세트를 만들었으나 전혀 다른 효과가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라며, 사람의 시점과 카메라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나 감이 있으면 더욱 효과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음악 방송의 무대 디자인은 짧게는 1주, 연말 무대와 시상식의 경우 1~2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취재 중 만난 디자이너들은 하나같이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의 결과물을 끌어내야 하는 스펙터클함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완성된 세트 안에 선 가수와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폭발적인 시너지를 통해 희열을 느낀다고. 그 감정은 짧은 시간에 최고의 에너지를 쏟아내는 가수와 비슷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K-팝의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디자이너들은 가수의 콘셉트나 시청자의 반응에 의존하기보다 무대의 다양성과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도 무대 밑에서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치열하게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를 쏟아내는 중이다.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감동을 극대화시키는 최고의 무대를 위해.


SBS <인기가요>의 BTS ‘디오니소스’ 무대 세트. ⓒSBS


SBS <인기가요> BTS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무대 세트. ⓒSBS


MBC <쇼!음악중심>의 마마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컴백 무대. ⓒ김진희


2018 의 본식 무대. ⓒCJ E&M

공성현
미술감독, SBS 미술 본부 아트1팀




“SBS <인기가요>는 한 주에 방송되는 각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 중 가장 마지막에 방송되기 때문에 더욱 차별화된 무대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좀 더 조형적인 방향으로 세트를 디자인하거나 주로 규모가 큰 공연에서 사용하는 장치를 시도하기도 한다. 최근의 또 다른 변화라면 팀별 멤버수가 많아졌다는 것과 퍼포먼스가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는 점이다. 사전에 비주얼 레퍼런스를 충분히 받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다. BTS ‘디오니소스’의 경우, 음원만 듣고 뮤지컬 형태의 콘셉트를 잡았다. 웅장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노래 전개가 뮤지컬과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 특히 천장 쪽으로 묵직한 설치물을 두어 무게감을 주었다. 이는 화면 상에서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잘 시도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무대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BTS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김민욱
디자이너, CJ E&M 테크 & 아트(T&A) 본부 크리에이션1팀






“무대 디자이너는 최신 음악과 패션 등을 이해해야 하기에 늘 새로운 트렌드를 접한다는 매력이 있다. 특히 Mnet <엠카운트다운>의 경우는 매주 방송되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각 가수들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빨리 잡아내야 한다. 또 간혹 음악의 콘셉트가 유사한 아이돌이 같은 회차에 출연하는 경우, 차별점을 두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엠넷에서 진행한 <마마MAMA, Mnet Asian Music Awards>를 비롯해 <슈퍼스타K>, 2016~2017 지산밸리록페스티벌, 평창올림픽 등 대규모 프로젝트도 함께 했는데, 특히 <마마>는 <엠카운트다운>에서 시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적용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마마의 무대는 가능한 어떤 제약도 두지 말자는 것이 팀의 생각이다. 마마는 해마다 주제가 있어서 무대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전개할 수 있다. 지난해는 주제인 ‘이카루스’에 맞춰 무대의 양 옆으로 날개 형태의 설치물을 배치하기도 했다.”


김진희
<쇼!음악중심> 무대 디자이너, MBC 아트 디자인부




“학부 시절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실내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자격증 공부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간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방송 무대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이었다. 사실 별 관심 없이 보면 무대가 비슷해 보이지만 방송사 혹은 디자이너마다 조금씩 특징이 있다. 나는기본적으로 전공이 서양화이다 보니 노래의 콘셉트에 회화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반영한다. 다양한 컬러와 선의 요소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무대를 보고 “이건 진희 씨가 했구나”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디자인할 때 무엇보다 고려하는 것은 안전이다.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는 가수들이 오가고, 짧은 시간에 무대가 빨리 변환되는 데다 관객과의 거리도 좁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무대를 디자인하는 개념이 아니라 안전하게 세트를 세울 수 있도록 풀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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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