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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화장이라는 행위의 본질적인 즐거움 아모레성수


화장품을 마음껏 사용해볼 수 있는 가든라운지. 아모레성수를 위해 개발한 굿즈 중 무색무취의 저자극 토너인 성수토너는 의료용 수액을 담는 콘테이너를 용기로 사용해 재미를 더했다.


아모레성수의 가드닝은 김봉찬 더 가든 대표가 진행했다.


아모레성수 오픈을 기념한 ‘아모레퍼시픽 헤리티지’ 특별전.
아모레성수
기획 아모레퍼시픽 리테일디자인팀 (김성민, 김영호, 조상민, 천나리, 허유석) apgroup.com amore_seongsu
공간 디자인 HAPSA(권경민, 박천강)
정원 디자인 더 가든(대표 김봉찬)
그래픽 아라비 스튜디오(대표 이혜원), araby.kr
가구 디자인 HAPSA(권경민, 박천강) / 씨오엠(한주원, 김세중), www.studio-com.kr

아모레퍼시픽이 성수동에 새로운 개념의 뷰티 라운지 아모레성수를 오픈했다. 브랜드 체험 공간이라는 본질을 놓지 않으면서 엔터테인먼트와 휴식의 가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으로, 고객 경험 중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공간은 크게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을 모아둔 ‘뷰티라이브러리’, 화장품을 마음껏 써볼 수 있는 ‘가든라운지’, 시그너처 아이템인 성수토너를 판매하는 ‘성수마켓’, 플라워리스트가 상주하는 ‘플라워마켓’, 그리고 ‘오설록카페’로 나뉜다.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플라워마켓에서 꽃 한 송이를 들고 이곳을 나갈 때까지 방문객의 동선을 섬세하게 계획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 리테일디자인팀에서 전체 공간 기획을 진행한 아모레성수의 주요 콘텐츠는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30여 개 브랜드, 3000여 가지 화장품을 자유롭게 만져보고 발라볼 수 있는 경험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클렌징룸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손등에 발라보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제대로 써보라는 제스처로 느껴진다. 헤어밴드와 수건, 산소 발생기를 비치해두어 창밖의 정원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세안할 수 있다.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방식도 진화했다. 원하는 화장품을 바구니에 담은 후 소파에 앉아 테스트해볼 수 있어 화장이라는 행위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일깨운다. 3000종에 이르는 화장품의 분류 방식에서도 고객을 중심에 두고 꽤 고민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브랜드별로 분류한 게 아니라 제품군에 따라 유형별, 톤별로 분류한 것이다. 가령 토너의 경우 ‘편견 없이 나의 화장품을 찾아보라’는 콘셉트로 향과 기능을 빼고 오로지 사용감만으로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찾을 수 있는 키트를 연구소에서 따로 제작했다.

건물 가운데에 자리 잡은 성수가든은 아모레성수의 핵심 장소로 건물 중앙의 비어 있던 장소에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식물을 심었다. 아모레성수의 가드닝을 맡은 김봉찬 더 가든 대표는 성수가든을 ‘숲의 감각을 깨우는 정원’으로 기획했다. 그는 “숨겨져 있던 안개 분수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목마른 식물을 촉촉히 적셔주고,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습지로 변한 정원에서 물속에 잠긴 채 살아가는 식물의 놀라운 생명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 고층습원 조성 분야의 전문가인 김봉찬 대표는 제주도 베케정원으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아모레성수의 건축은 HAPSA(권경민, 박천강)가 진행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정원을 둘러싸는 회랑의 공간 구조를 제안한 덕분에 아모레성수는 실내 어느 곳에 있더라도 다채로운 풍경의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건물 내부는 높낮이가 다른 바닥이나 한때 자동차를 들어 올리는 역할을 했던 호이스트 등 옛 건물의 흔적을 남겨두어 현재의 시간과 절묘하게 중첩된다. 또한 일견 한 덩어리로 보이는 벽이나 바닥도 표면 재질의 처리를 달리하여 가까이에서 보아야만 알아챌 수 있는 차원의 장소다. 건축가가 콘크리트 PC 패널을 이용해 제작한 진열장이나 빅 테이블, 스튜디오 씨오엠의 스탠드 등은 각기 다른 바닥 레벨에 따라 공간에 맞춰 제작한 가구로 각각이 부속품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핵심으로 존재하며 각자의 물성을 뽐낸다. HAPSA는 “아모레성수를 방문하는 고객뿐 아니라 주변의 직장인과 주민 또한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장소를 초기 단계부터 고려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플래그십의 개념이 아니라 지역의 풍경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모레성수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오픈을 기념한 요란한 행사 대신 자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과거 자동차 정비소였던 공간이 차츰 변해가는 과정을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 소곤소곤, 다정한 어투로 말하며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공간을 기획한 아모레퍼시픽 리테일디자인팀은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하는 만큼 문화 클래스 구성도 세심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클래스 외에 사내 전문가의 향 클래스, 꽃꽂이 클래스 등 일상에 영감을 주는 다양한 클래스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아모레성수에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영감을 화장이라는 즐거움, 동시에 공간으로 경험할 수 있다.


야외 테라스에 오르면, 2호선 지하철이 지나가는 모습과 함께 금속, 재단 가게들의 세모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헤어밴드와 수건, 산소 발생기를 비치해두어 창밖의 정원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세안할 수 있는 클렌징룸.

권경민·박천강 HAPSA


“새롭게 들어간 구조체와 기존 건물의 대비로 적절한 긴장감이 흐르는 공간이다”

자동차 정비를 진행했던 곳이라 바닥이 아래로 꺼진 부분도 있고, 천장 높이도 다양했다. 이러한 과거의 흔적이 공간에 새롭게 적용한 규칙적이고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체와 어우러진 모습을 상상 하며 디자인했다. 아모레성수에서 핵심 공간은 성수가든으로, 초기부터 정원을 둘러싸는 회랑의 공간 구조를 제안했다. 고대 로마에서 호르투스 콩클루수스hortus conclusus라 불린 이 구조는 중정을 중심으로 실내 공간들이 순차적으로 동심원을 이루는 방식이다. 10m×23m밖에 안 되는 비교적 좁은 면적에서 사람들이 자리한 장소마다 각기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더 가든과 긴밀한 협의 과정을 거쳐 정원의 다채로운 시퀀스를 보여주는 디자인이 나왔다. 비교적 어두운 곳에는 낮은 창을 내고 음지식물인 고사리, 이끼 등의 식물을 조합했고, 빛이 가득한 라운지 영역은 높은 창을 내고 교목류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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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만나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