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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SPACE 아모레성수
올해의 건축·공간 프로젝트에서는 대지 면적이나 주변 환경 등 제한된 환경에 대응한 솔루션과 공간 경험에 대한 디자이너의 고민이 담긴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WGNB의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 사무소효자동의 한화 파빌리온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꾀하며 독창적으로 공간을 해석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또한 올해는 레노베이션 프로젝트가 많아졌다. 에스오에이피의 ‘화성 3.1운동 만세길’, 디자인 스튜디오 유랩의 오피스 ‘정미소’,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성수’ 등은 재생이 트렌드나 노후화된 도시 건축물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공간이 유·무형의 사회적·시간적 의미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중 ‘재생’이라는 시대의 화두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을 보여준 아모레성수와 유랩의 정미소가 접전을 벌였고, 심사위원들은 제품이 아닌 브랜드 자체를 체험하는 단계로 공간의 영역을 확장시킨 아모레성수를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우경


©남궁선


©남궁선


©이우경


(왼쪽 뒷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더 가든 신준호, 아라비 스튜디오 이혜원, 아모레퍼시픽 리테일디자인팀 김성민·허유석·김영호·천나리, 아모레퍼시픽 디자인센터장 허정원, 아모레퍼시픽 리테일디자인팀 조상민, HAPSA 박천강.
아모레성수
기획 아모레퍼시픽(디자인센터장 허정원), apgroup.com
공간 디자인 HAPSA(권경민, 박천강)
정원 디자인 더가든(대표 김봉찬)
그래픽 아라비 스튜디오(대표 이혜원), araby.kr
가구 HAPSA / 씨오엠(한주원, 김세중), studio-com.kr
발표 시기 2019년 10월

함께 만든 공간 브랜딩의 진화
아모레성수는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라운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생겨난 브랜드의 공간과는 분명 다른 지점에 있다. 일단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아모레퍼시픽 허정원 디자인센터장은 “지금까지는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하고 있는 30여 개의 브랜드를 각각 어떻게 포지셔닝하느냐가 중요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제품이나 브랜드를 넘어 그 주체인 기업에 호기심을 갖고 거기서 진정성을 찾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진행한 전시 <아모레 스토어>도 주요한 도화선이었다. 이 전시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스타 브랜드, 유명 제품을 강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임을 동등하게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아모레성수는 이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물건을 파는 데 집중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과감한 기획을 시작했다. 장소는 성수동에 위치한 옛날 자동차 정비소로, 공간은 기존 골조를 최대한 활용하는 선에서 공간을 기획했다. 브랜드가 아닌 알파벳 순서로 나열된 아모레퍼시픽의 3000여 가지 제품은, 벽체를 두고 잘 보이는 앞쪽이 아닌 안쪽에 숨겨놓듯 진열되어 있다. 공간부터 디스플레이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는 제품을 강조하는 특정한 제스처도 없다. 출입구와 연결 동선은 유영하듯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의도했고, 높낮이가 들쭉날쭉한 바닥과 천장을 통해 마치 공간을 탐험하는 듯한 낯설고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중앙부에 위치한 낡은 계단을 올라가면 카페 오설록과 옥상 정원을 마주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아모레퍼시픽 제품의 샘플을 가져갈 수 있는 장소에 이른다. 아모레성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스타일의 공간을 만들까’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공간을 만들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에 따라 의기투합한 전문가들은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며 역량을 발휘했다. 특히 조경은 아모레성수의 중요한 콘텐츠였다. 건축사사무소 HAPSA와 더 가든이 구현해낸 공간과 조경은 마치 원래 그곳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내부와 연결되며 아모레성수 어느 자리에서도 정원이 보이도록 했다. 정원의 핵심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인공적인 자연이 아니라 진짜 자연이 지닌 날것의 멋을 전달하는 데 있었다. 한편 아라비 스튜디오는 아모레성수의 강한 건축적 요소에 대비해 내부를 따뜻하고 내추럴한 분위기로 구현했다. 디자이너 각자의 해석은 달랐지만 마치 하나인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에 대해 허정원 센터장은 ‘디자이너의 사고로 일하되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를 설득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 목표와 설득의 매개는 결국 고객 경험이었다. 그렇게 공간은 흥미롭고 편안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곳으로, 과거의 시간을 담은 동시에 새로운 경험이 가능한 장소로 탄생했다. 지난 10월, 대대적인 홍보 하나 없이 문을 연 아모레성수는 점차 입소문을 타고 방문에 재방문이 이어지며 ‘알아서’ 무엇을 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누가 밖에서 클렌징을 할까 싶지만 사람들은 클렌징 룸에서 자연스럽게 세안을 하고 제품을 이것저것 테스트한다. 과연 제품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어도 될까 싶지만 QR코드로만 대체한 제품 정보는 필요하면 알아서 찾아본다. 최근에는 남성 아이브로 & 메이크업이 추가됐고 제품은 물론 소품까지도 방문객 의견이 반영되며 그때그때 달라지기도 한다. “아모레성수는 브랜드가 공간을 통해 전달하는 경험의 차원을 확장시켜놓았다”는 KDA 심사위원들의 평은 결국 브랜드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한층 입체적이고 고차원적인 방식을 띤 브랜드 공간의 진화다. 각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끈기 있게 완성한 아모레성수는 그렇게 경험을 축적하며 유기체처럼 계속 변화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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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