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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선박 수리 공장에서 쾌속 항해 중인 핀테크 기업 거스토 Gusto






거스토 본사. 안락한 분위기의 1층과 거친 공장 느낌이 살아 있는 2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거스토(1)는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김과 그의 스탠퍼드 대학교 동문 조슈아 리브스(현 CEO) 등이 2011년 공동 창업한 핀테크 기업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기업 급여, 혜택 및 HR 플랫폼을 제공하는 이 회사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설립 8년 만에 미국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업의 가치는 무려 38억 달러(약 4조 5300억 원). 이들이 다시금 화제를 모은 것은 2018년 공개한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신사옥 때문이다. 거스토는 19세기에 만든 군용 구축함 및 잠수함 수리 공장 유니언 아이언 웍스Union Iron Works의 폐건물을 레노베이션해 본부로 삼았다. 샌프란시스코 남동부 해안가의 낡은 조선소 지역에 대대적인 재건축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부지를 선정한 것. 이 매력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은 곳은 로벌 건축 회사 겐슬러Gensler다. 겐슬러는 건물의 역사성을 훼손하지 않고 공간을 압도하는 강철 기둥과 낡은 마감재 등을 그대로 살렸다. 또 천장에는 과거 실제 사용하던 크레인을 남겨두어 헤리티지를 보존했다. 물론 이것이 전부다면 지난 수년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재생 건축의 시류에 합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스토 본사에는 이를 넘어서는 비범함이 있다. 무엇보다 겐슬러는 사무실을 설계하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다양한 가구와 공간 메뉴를 구성하고 수차례 워크숍을 열어 직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전 직원 참여형 설계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이다. 설계 완료 이후에는 창업자들을 비롯해 수십 명의 직원들이 일주일간 회의실 벽화를 직접 그려 넣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거스토가 ‘우리는 모두 건축가’라는 신사옥의 가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유다. 오피스 디자인 전문가 김란 스튜디오 105-10 대표는 “설계 과정에 참여율이 높은 직원일수록 공간에 대한 애정이 높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거스토의 전 직원 참여형 설계는 맞춤형 편의를 제공할 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데에도 효율적이었다.

겐슬러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VR 기기를 통해 직원들이 미래 사무실의 레이아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은 일종의 깜짝 이벤트다. 전 직원이 모인 행사에서 사무실 이전 소식을 발표하고 현장에서 VR을 활용해 새로 일하게 될 사무실을 보여주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겐슬러의 디자인 디렉터 마커스 호퍼Marcus Hopper의 말이다. 물론 이것을 단순한 이벤트로 볼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경자와 일부 HR 직군 그리고 디자인 전문가의 고유한 권한처럼 여겨졌던 사무 공간의 레이아웃이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분명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편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 측면에서도 거스토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켰다. ‘거실’이라고 부르는 오피스 중앙 공간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이곳에는 러그와 소파, 커피 테이블 등 거실에 있을 만한 물건이 곳곳에 놓여 있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한다는 것. 신발을 벗는 것이 어색한 이들에게는 1회용 슬리퍼나 자체 제작한 양말을 나누어준다. 이는 사업 초기 공동 창업자 세 사람이 신발을 벗고 일했던 것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작은 아파트에 모여 살면서 회사를 만들어가던 시기를 잊지 말자는 취지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신발을 벗는 문화를 고수하는 것은 남들과 다른 기업 문화를 통해 결속력을 높이는 동시에 편안한 분위기로 직원들의 창의성을 고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거스토의 신사옥 프로젝트는 오피스를 디자인한다는 의미가 단순히 외양을 장식하는 것 이상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올바른 기업 문화를 지켜나가겠다는 확고한 신념, 회사의 주인은 ‘나’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 등이 모두 오피스 디자인의 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1) 설립 당시 이름은 젠페이롤ZenPayroll이었으며 2015년 사명을 변경했다.


거스토 헤드쿼터
공간 디자인 겐슬러(대표 다이앤 호스킨스Diane Hoskins, 앤디 코헨Andy Cohen), gensler.com
클라이언트 거스토(대표 조슈아 리브스Joshua Reeves), gusto.com
면적 약 5만 5000㎡
주소 525 20th Street, San Francisco, CA 94107, USA


VR 헤드 기어를 쓰고 미래의 사무실을 체험 중인 거스토 직원들.


거스토의 거실. 신발을 벗고 출입하는 공간으로 바닥에 온열 시스템을 갖췄다.


거스토 거실에 놓인 가구. 겐슬러는 가구 하나하나를 거스토 직원들과 상의해 결정했다.


미래의 사무실을 경험하기 위해 입장 중인 거스토 직원들.


거스토 회의실 이름은 자신들의 클라이언트명에서 따왔다.

마커스 호퍼
겐슬러 디자인 디렉터

“거실은 거스토의 심장이자 혼이다.”

샌프란시스코 남동부 해안가의 조선소 지역에 위치한 거스토 본사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면적과 개방성이다. 직원들을 한 지붕 아래 모으고 유대감을 높이는 데 안성맞춤인 것이다. 물론 공간 자체가 워낙 오래됐고 지진 피해를 입은 적도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복원 공사를 거쳐야 했다. 기초 개보수 공사를 하면서 공기 정화 시설과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을 추가했다. 거스토는 처음부터 직원들의 필요를 반한 사무실을 짓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에 대해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고 여기에서 모은 정보를 설계 팀으로 보냈다. 그리고 최종 디자인을 완성할 때 이 정보를 활용했다. 거스토 오피스의 핵심은 역시 거실이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 공간은 거스토의 심장이자 혼이라고 할 수 있다. 거스토 프로젝트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클라이언트, 설계 팀, 도급업자까지 모두 한마음이 되어 공사를 마쳤다. 다시 말해 탄탄한 프로젝트 팀을 결성한 것이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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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디자인 칼럼니스트) 사진 라파엘 가모Rafael Gamo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