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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우리의 사무실은 더 평등해질 필요가 있다 빌딩블럭스


빌딩블럭스의 15층 메인 플로어. 노출형 천장과 브라스 소재,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15층 메인 플로어. 시각적인 측면뿐 아니라 향기 등도 세심하게 연출했다.
2016년 미국에서 문을 연 여성 전용 공유 오피스 ‘더윙’이 인기를 끌자 일부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다. ‘과연 여성만의 사무실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무색하게 미국에서 여성 전용 공유 사무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일부에서는 ‘(백인 남성 우월주의를 대변하는) 트럼프 정권의 반작용’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사무실이 지나치게 남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방증은 아닐까? 2018년 빌딩블럭스가 오픈했을 때 많은 미디어는 이곳을 ‘여성 창업자를 위한 공간’, ‘여성 전용 공간’ 같은 타이틀로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강남대로에 자리 잡은 빌딩블럭스에서 여성 전용 공간은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 외의 공간은 성별을 구분 짓지 않으며 안전을 위한 몇 가지 장치가 있을 뿐 여성 전용 공간이라고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성을 위한 배려가 있긴 하지만 오직 여성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는 뜻이다. 김희 대표는 “국내 최초로 여성 전용 공간을 만들어 주목받긴 했지만, 사실 빌딩블럭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모든 크리에이터가 공존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간을 운하게 된 배경 역시 순전히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대형 회계 법인 출신인 그녀는 전문직 종사자의 사무실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지 몸소 깨닫고 여성들에게 좀 더 안정적인 업무 공간을 제공하고자 빌딩블럭스를 기획했다.

또한 이들은 창작자를 위한 공유 오피스가 유독 적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이들을 끌어모으려면 기능성과 효율성만으로는 부족했다. 창작자 모두를 환대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했는데 이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미국의 건축 사무소 SCAAA의 몫이었다. 홍대 라이즈호텔 설계를 총괄하며 역량을 증명한 바 있는 이들은 클라이언트가 설정한 코어 타깃을 면히 리서치하고 디자인에 반했다. SCAAA의 스티브 송 대표는 기존 공유 오피스들이 서포트하지 못하는 그룹을 찾아 큐레이티드 커뮤니티curated community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팀 규모가 작고 유연하며 이동성이 높은 집단, 조금 더 나은 인프라가 구축되면 서로를 자극하며 협업할 수도 있는 그룹을 찾아 이들의 업무 환경, 프로세스, 요구 사항 등을 관찰했다.” 빌딩블럭스는 총 4개 층으로 운되고 있다. 14층은 2~6명 규모의 디자인, 마케팅, 컨설팅 회사가, 16층은 일정 규모 이상의 IT 회사가 주를 이룬다. 15층은 메인 플로어로 라운지, 미팅 룸, 포토 스튜디오, 샤워실 등 공용 시설이 집되어 있다. 라운지 한편에는 입주사들의 제품을 디스플레이한 쇼룸을 마련해놓았는데 투자사나 클라이언트들이 이곳에서 미팅할 때 자연스레 결과물을 노출시키려는 의도다. 4층의 가장 큰 특징은 리틀블럭스라는 이름의 키즈존. 전문 보육 서비스업체와 제휴를 맺고 국내 공유 오피스업계 최초로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같은 층 한편에는 별도의 스위트존을 마련해 특별 회원을 위한 전용 공간 및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빌딩블럭스는 앞으로도 ‘모든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두가 출발점이 똑같을 수는 없다. 오늘날의 플랫폼은 구성원들의 빈 곳을 보완해주며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김희 대표의 이 말은 공유 사무실이라는 새로운 워크 플랫폼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말해준다. 우리에게는 조금 더 평등한 사무실이 필요하다. 젠더, 인종, 분야에 상관없이 말이다.


빌딩블럭스
공간 디자인 SCAAA(대표 스티브 송), scaaa.com(14~16층)
클라이언트 빌딩블럭스(대표 김희), bldgblcks.com
주소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51길 1


공용 워크숍 공간. 방대한 샘플 자료와 각종 제작 도구를 비치했다.


키즈존. 지열 방식으로 난방을 한다. 공간 안쪽에는 수유실도 마련되어 있다.


입주사들을 위한 프라이빗 오피스.


4층의 펜트리 공간.

김희영
빌딩블럭스 CEO

“사무 공간에 대한 재정의가 이뤄질 때가 됐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여성 전용 공유 오피스가 부쩍 늘었다. 국내에서도 헤이조이스 같은 곳이 등장했다. 이들과 구분되는 빌딩블럭스의 특징이 있다면?
출발점부터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처음 공간을 연 시기 자체가 사회적으로 페미니즘 이슈가 크게 부각된 때라 트렌드에 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가 직장 생활을 겪으며 느낀 점들을 비즈니스화한 쪽에 가깝다. 미국의 더윙 같은 경우 초기와 다르게 젠더 정치적 색깔이 짙어진 경향이 있는데 빌딩블럭스는 조금 더 실질적인 이유로 만든 공간이다. 헤이조이스는 우리보다 조금 더 커뮤니티 중심인 것으로 안다. 본래 사무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남성 중심으로 형성됐다. 상대적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늦었던 만큼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제 그 비중이 늘어난 만큼 사무 공간에 대한 재정의가 이뤄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15층 라운지 한편에 쇼룸을 둔 것도 흥미롭다.
처음부터 공간 자체를 크리에이터에 방점을 두고 기획했던 만큼 제품이든 디지털 결과물이든 노출의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했다. 일반적인 공유 사무실을 사용하는 창작자에게 부족한 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제품 디자이너의 경우 개인 쇼룸을 두지 않는 한 결과물을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하기가 어렵다. 입주사에 한해 쇼룸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2주에 한 번씩 디스플레이를 바꾼다. 4층에도 별도의 쇼룸을 마련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을 표방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IT 기업이 집한 다른 공유 사무실의 경우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만, 빌딩블럭스의 구성원들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직접 판매를 통해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싶어 하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해외 진출 방법을 함께 모색한다거나 처음 이곳에 입주한 회사를 다른 입주사와 일대일로 연결해준다거나. 확실히 친목 위주의 모임보다는 비즈니스에 도움 되는 모임에 더 호응이 좋은 것 같다.


스위트존 . 별도의 라운지와 미팅 룸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다.


어라이벌 플로어 리셉션.스위트존 .


회의실. 다양한 규모와 프로그램을 적용한 공간을 마련했다.


스튜디오 플로어. 라운지 한편에 입주사들의 제품을 디스플레이한 미니 쇼룸을 구성했다.

스티브 송
SCAAA 대표

“주요 고객층을 ‘모던 크리에이티브스’로 정의했다.”

리서치 단계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
우리는 빌딩블럭스의 주요 고객층을 ‘모던 크리에이티브스modern creatives’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비교적 적은 인원이 팀을 이뤄 일하며 규모도 시즌과 업무에 따라 유동적인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의상 디자이너,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이 이에 속한다고 여겨 이들을 인터뷰하고 공통된 업무 프로세스를 추출했다. 즉 주요 단계와 구성 요소를 파악했는데 이것이 공간을 조직하는 기초가 되었다. 크게 패션, 공간, 시각 및 제품 디자인으로 항목을 나눈 뒤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디자이너부터 한남동에서 쇼룸을 운하는 디자이너 그리고 성수동에 자리 잡은 디자이너 등 분야별로 5~6개 팀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 결과가 실제 공간에 어떻게 반됐나?
모던 크리에이티브스는 다양하면서도 특화된 인프라 구조를 필요로 하며, 협업과 네트워킹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용자가 ‘심리스seamless’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필요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빠짐없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례로 넓은 책상(일반적인 공유 사무실의 개인 책상은 크기가 작은 편이다)과 넉넉한 수납공간을 들 수 있다. 15층의 쇼룸은 패션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공간이다. 이들에게는 사무 공간과 작업 공간만큼이나 잠재적 파트너, 클라이언트, 소비자를 만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여타 공유 사무실과는 다른 부분이다. 온라인 플랫폼이나 플리마켓 등의 이벤트도 중요한 요소로 보이는데 이는 빌딩블럭스 팀이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브라스 소재와 파스텔 톤을 적극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각 층의 디자인 콘셉트를 소개해달라.
실제로 취향이 명확하고 트렌드에 예민한 디자이너들을 불러 모으는 공간인 만큼 컬러 톤이나 가구 디자인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14층과 16층의 스튜디오 플로어는 하얀색 철제 프레임과 투명 유리, 콘플로어와 오픈 천장 등으로 뉴트럴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밝은 우드 톤 가구와 스튜디오 유리 안쪽 커튼을 사용해 소프트한 터치감을 주었다. 15층 어라이벌 플로어의 기본적인 실내 마감은 스튜디오 플로어와 비슷하지만, 다양한 컬러를 활용하고 부드러운 촉감의 가구와 디스플레이용 가구를 추가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가구에 대담한 컬러를 적용해 특별한 인상을 주고, 디스플레이용 가구 프레임 등에는 브라스를 적용해 진열된 상품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공간이 연출되도록 했다.

공간 배치에서 특별히 주안점을 둔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각 공간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이에 충실한 기능을 부여하고자 했다. 혼자 스튜디오에 앉아 집중해 작업하는 것, 워크숍 공간에서 샘플을 제작하는 것, 잠재적 클라이언트에게 디스플레이된 자신의 상품을 보여주는 것은 모두 성격이 다르되 동일하게 중요하다. 따라서 일하는 공간(스튜디오 플로어)과 보여주는 공간(어라이벌 플로어)을 명확하게 구분한 뒤 사용자들이 목적에 맞게 공간을 100%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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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디자인 칼럼니스트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