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진짜 공간 로벌과 로컬 사이, 한국형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은 전문성을 강조한 모더니즘 이후를 반영한다. 값싸고 기능적인 철문으로 교체하면서 화려한 금속 장식의 한옥 문짝을 싹둑 잘라 부재료로 사용했다. 과감하면서 멋진 변용이다.




* 한옥의 대문처럼 기와를 얹었다. 흙을 빚어 구운 기와 대신 시멘트로 찍어낸 기와를 사용하고 연꽃 대신 나라꽃 무궁화로 장식했다.




** 이 지형에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 옥상 위에 정자를 만들었다. 전통적 요소들을 직선으로 구성했다. 지붕은 전통기와 형태의 ‘함석지붕’으로 만들었다. 함석철판에 칠이 잘 벗겨지지 않도록 고열로 강력한 페인트 도장을 해서 ‘컬러강판’이라고도 한다.




*** 목조로 결합된 건축양식에서 사용하는 디자인을 콘크리트로 재현했다.




마당과 대문이 없는 건물임에도 출입문 처마 위에 기와를 얹어 도드라지는 입구를 만들었다. ‘여기가 문이야’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 서양 문화권에 등장하는 프레임에 동양의 민화가 결합돼 있다.
* 대문이나 문지방에 깃들어 잡귀나 부정을 막아주고 복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문신에 염원을 담아 장식했다.




** 야나기 무네요시는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유통되는 그림이 민화’라고 정의 내렸다. 이처럼 21세기 민화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정통’이 아닌 것들은 지금도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의 계승을 이야기하지만, 대중은 이미 생활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 문손잡이에 서로 부리를 맞댄 두 마리 학이, 그 배경엔 소나무가 새겨져 있다. 학은 고고한 선비나 신선에 비유되기도 했고 장수의 의미를 지니는데 소나무, 파도, 해 등과 함께 그리기도 했다.


글로벌과 로컬 사이 한국형 포스트모더니즘
여행 중에 북 카페를 방문했다. 폐공장을 디자이너의 작업실과 전시실, 매장 등으로 바꾼 곳이다. 디자이너 같은 사람들이 디자인된 공간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이 쏟아졌다. ‘그런데 여긴 어디인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너무나 세계적인 디자인. 사진을 찍어서 연남동이라고 해도 될 판이고, 어느 도시를 갖다 대도 무방할 세계적인 디자인이다. 마당의 나무를 보니 열대 지방인 것 같고, 성황당 나무처럼 색색의 천을 감아놓은 것을 보니 아시아권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곳이 태국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단서는 밖으로 보이는 나무와 시장 골목이다. 디자인으로 통제하지 않은 곳, 생활이 우선되는 주거 공간, 마을 골목길, 시장 등 일상이 이뤄지는 공간이 그 지역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주택과 공장을 고쳐 상업 공간으로 만들면서 내부 디자인을 볼 수 있게 돼서 좋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이곳의 생활은 사라진다. 우리 동네도 그렇다. 많은 주택이 사라졌고 집을 개조한 예쁜 가게가 늘었다. 디자인은 확대되고 생활은 축소되고 있다.

한 사회 집단의 문화, 생활양식, 정체성은 고정되지 않고 주변의 영향을 받으며 변화한다. 변화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동질성을 지니면서 다른 지역과 구별할 수 있는 지역성이 존재한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질문, ‘한국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분명히 한국의 정서가 존재한다는 ‘느낌적인 느낌’의 답변을 들었다. 해석하자면 미국에서 자라던 낑깡을 한국 땅에 심으면 달라지는 이치랄까. 한편 오랜 시간 이어져온 관습과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암암리에 통하는 규칙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과 행동은 공간에도 반영된다. 한국인은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한다.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로 앉고 바닥에도 드러눕는다. 소파를 놔두고도 바닥에 앉아서 탁자 위에 음식을 놓고 먹기도 한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 모두 지역색을 만든다. 기후도 영향을 준다. 한국의 겨울은 너무 춥기 때문에 천창을 만들기 어렵고 발코니에 꼭 덧창을 만든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지역색을 만들어낸다.

정부 주도로 지은 건축물은 건축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갓을 형상화했다거나(예술의전당) 연을 형상화했다(월드컵경기장)는 둥 민족적 수사로 홍보한다(지금도 한반도를 형상화했다는, 한옥의 지붕 선을 따왔다는 디자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조선에서만 찾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다양성을 주장하는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국뽕’ 혹은 ‘인정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는 데 사용하는 것은 퍽 소모적이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겠다고 국가 차원에서 장려한 한국적인 디자인 결과는 대개 어색했다. 한글의 세계화, 한복의 현대화 같은 유명 디자이너의 과업은 매체의 조명발을 받아 빛났지만 나는 그런 물건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은 이미 다 알아서 하고 있더라. 소나무와 학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은 21세기식 민화로 집을 장식하고, 콘크리트 대문 위에 뜬금없이 기와지붕을 올리기도 한다. 동양의 양식에 서양의 표현이 결합되기도 하며, 로컬과 글로벌이 합쳐진 자리에서 태어나는 또 다른 양식이 발견되기도 한다.

홍윤주 건축과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건축’을 주제로 생활건축연구소를 운한다. 생활 착형 웹진 진짜공간jinzaspace.com을 운하고 있으며 저서로는〈진짜공간〉이 있다.


■ 관련 기사
- 현재진행형 건축

Share +
바이라인 : 기획·글 홍윤주 디자인 프론트도어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