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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 <다른 곳Elsewhere>




노상호의 ‘더 그레이트 챕북 3 - 다른 곳’(2020)


김희천의 〈‘다섯 명의 저택관리인’ 쓰기〉(2020)


손광주의 〈가위 바위 보〉(2020)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안소연 아티스틱 디렉터가 5명의 작가에게 건넨 키워드는 ‘다른 곳’이다. 이는 현실에서 파생된 다른 차원의 공간일 수도, 현실에 존재하지만 밀실처럼 드러나지 않는 공간일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이 구현한 새로운 시공간일 수 있으며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다. 평소 공간의 구조, 부분을 사용해 작업하던 김동희는 미술관 안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었다. 아뜰리에 에르메스 중정에 파빌리온처럼 세운 ‘시퀀스 타입: 3’가 그것으로, 이 역시 하늘을 향해 개방된 구조로 중정의 형태를 반복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가는 에르메스 매장의 실내 벽과 정확히 같은 색으로 도장하고, 무늬목의 패턴까지 섬세하게 차용함으로써 중정이라는 야외 공간에 건물 내부가 존재하게 만들었다. 관람객은 허리를 굽히고 안으로 들어가 벽을 끼고 걷거나 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내부에 설치한 거울을 통해선 끊임없이 확장되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야기되는 시·지각적 혼란이 바로 ‘여기 안의 다른 곳’을 호출한다.

스스로 ‘가벼운 그림’을 그린다고 표현하는 노상호는 SNS에 존재하는 ‘다른 곳’에 주목했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지만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공적일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SNS에서 이미지를 채집하는 것이다. ‘더 그레이트 챕북 3– 다른 곳’은 그렇게 수집한 방대한 이미지를 대형 화면에 펼쳐낸 작품이다. 실제로 존재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누군가의 일상을 담고 있지만 결코 일상적이지 않은 풍경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조재영은 종이 구조물과 철제 프레임으로 위아래가 뒤집힌 도시 공간을 구현하고(‘허공의 단면들’), 손광주는 실험적인 영상으로 어른과 아이의 세계를 오가며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다른 곳’을 소환한다(〈가위 바위 보〉). 한편 주어진 전시장을 벗어나 별도의 좁은 통로에 진입하면 또 다른 공간에서 전시되는 김희천의 〈‘다섯 명의 저택관리인’ 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조재영의 ‘허공의 단면들’(2020)


김동희의 ‘시퀀스 타입:3’(2020)
작가는 밀실 살인 사건을 주제로 소설을 쓰는 소설가이자 유튜버인 화자를 등장시켜 21분짜리 비디오로 만들었다. 브이로그를 찍으며 집필 과정을 타임 랩스 영상으로 기록하는 화자의 일상과 실제 에르메스 전시장과 카페, 중정 등을 살인 사건이 일어난 가상 공간으로 치환한 디지털 설계가 교차되는 식이다. 평소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만든 새로운 시공간에서의 존재 방식을 고민해온 김희천은 이 작품을 통해 밀실 살인 사건을 추적하듯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불확실한 세계를 가늠한다. 무엇보다 살인은 이미 일어났다는 게 핵심이다. 일찍이 미셸 푸코가 정의한 개념인 ‘헤테로토피아(다른 장소)’는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모든 장소의 바깥에 있는 곳을 의미한다. 결국 ‘다른 곳’이란 지금 여기, 현실로부터 멀리 동떨어진 곳이 아닌 연속되는 곳, 어긋나는 곳, 중첩되는 곳, 닮은 곳, 불확실한 곳, 그 안에 있는 다른 곳이다. 이 모든 헤테로토피아는 8월 28일부터 10월 25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는 〈다른 곳Elsewhere〉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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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민정 기자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