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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Hallyu! The Korean Wave>전


전시장 입구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관람객들을 흥겹게 맞이한다.


〈Hallyu! The Korean Wave〉전

기간 9월 24일~2023년 6월 25일
장소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제네시스
전시 기획 총괄 로잘리 킴
전시 큐레이터 최유진
전시 리서치 어시스턴트 성다솜, 이솔, 김제니
크리에이티브 리드 김영나
디자인팀 이예주, 전산, 고준호, 글래머샷, 김혜준
전시 디자인 Studio MUTT
조명 디자인 Studio ZNA
그래픽 제작 Displayways
전시 제작·설치 madeWORKSHOP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나온 지 올해로 꼬박 10년째다. 한류는 그사이 음악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재발견되면서 더 많은 팬을 끌어모았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수출된 문화로써 한류를 다뤘다는 점이다. “1960년대에 GDP 기준으로 제3세계 국가로 취급받던 한국이 어떻게 21세기 들어 선도적인 문화 강국으로 발전했는지를 설명하고 싶었다.” 전시의 총괄 큐레이터를 맡은 로잘리 킴Rosalie Kim의 말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한류가 철 지난 유행어 취급을 받지만, 해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며, 실제로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이하 V&A 뮤지엄)을 방문하는 관람객이나 학생들로부터 자주 이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단편적인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 나라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는 현상 역시 이번 전시가 주목한 포인트다.



디지털 아바타를 멤버로 구성한 걸 그룹 에스파의 무대 의상과 MV 등을 전시한 K-팝 섹션.

〈Hallyu! The Korean Wave〉전은 크게 한국전쟁 이후 사회와 역사의 변화, 그리고 K-드라마와 영화, K-팝과 팬덤, K-뷰티와 패션 섹션으로 나뉜다. 현대 대중문화와 함께 20세기의 사회적 변화를 다룬 것은 전시의 목적이 단지 한류가 이룬 성취를 칭송하기보다 영화, 드라마, 음악에 내포된 정서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대중문화와 결합, 진화, 확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흥’, ‘정’, ‘효’, ‘빨리빨리’ 등의 용어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삼성 스마트폰,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 싸이월드를 콘텐츠로 삼기도 했다. 총괄 크리에이티브를 맡은 김영나는 ‘하이브리디티Hybridity’를 전시 디자인의 키워드로 삼았다. 각 섹션마다 다른 배경 컬러를 사용해 차별화했는데, 섹션의 콘텐츠와 어울리면서 다른 섹션과 명확히 구분하는 게 관건이었다. 일례로 K-시네마와 드라마는 크로마키에서 힌트를 얻어 그린을 배경 컬러로 사용했다. 이번 전시가 한류의 모든 것을 망라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한류라는 시대적 현상을 다층적으로 짚어내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V&A 뮤지엄 한국 예술 큐레이터 & 전시 기획 총괄
로잘리 킴

“상반된 유형의 관람객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좌우로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어떤 계기로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나?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런던, 파리, 뉴욕에서 건축가로 경험을 쌓다가 마침 V&A 뮤지엄에서 한국 예술 큐레이터를 채용하는 공고가 나서 지원해 2012년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큐레이터라고 하면 예술 관련이나 박물관학 전공자여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V&A 뮤지엄은 공예, 디자인, 예술과 그를 둘러싼 사회사(social history)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큐레이터들이 함께 일한다. 새로운 관점의 전시를 만들 수 있는 건강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셈이다.
벨기에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잠시 한국에서 살기도 했고, 부모님이 엄격하게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셨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어서 H.O.T.가 브라운관을 장악하던 시기에 한국의 건축설계사사무소에서 인턴십을 하며 한국을 경험해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 회사에서 매주 분야별 예술가를 초대해 행사를 연 덕분에 한국의 영화감독, 작가, 뮤지션을 알게 됐다. 한국에 살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느라 정작 자국 문화를 깊이 있게 배울 기회가 없지 않나. 그래서인지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보다 더 한국인 같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아이돌 응원봉을 통해 팬덤 문화를 소개했다.
전시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며,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전시는 한류의 퍼포먼스적인 측면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사실 물리적 공간의 한계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불가피하게 문학, 음식 관련 등은 다루지 못했는데 더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운 면도 있다.

전시를 관람할 주요 타깃층으로 어떤 대상을 고려했나?
기획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였는데, 크게 두 타입을 염두에 뒀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이었던 때를 기억하는 관람객과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된 젊은 세대. 그래서 전시 전반에 걸쳐 한국 사회와 역사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택했다. K-팝의 역사를 꿰고 있지만 새마을운동은 들어본 적 없는, 그리고 반대로 아이돌 그룹은 모르지만 달항아리는 알고 있는 완전히 상반된 유형의 관람객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좌우로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다섯 팀의 한국 디자이너, 다섯 팀의 영국 디자이너에게 오픈 콜 참여를 제안했고, 김영나 디자이너의 제안이 전시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협업하게 됐다. 2D, 3D, 음악, 의상까지 매체가 너무 다양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한 전시에서 만나는 일도 흔하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 각 섹션 별로 맥락이 동떨어져 보일 수 있는 콘텐츠나 공간을 물 흐르듯 유기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해줘서 만족스럽다.




그래픽 디자이너 & 전시 크리에이티브 리드
김영나

“국내에서 하이브리디티가 일어나는 물리적인 구조를 고민하다 보니 광장과 방 문화가 떠올랐다.”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V&A 뮤지엄으로부터 이번 전시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포지션에 지원해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한류라는 콘텐츠가 고정되어 있다기보다는 살아 있는 생물 같은 특징이 있으니, 작업하면서 이런 성격을 녹여내거나 드러내보자는 계획으로 공간과 시각적인 요소에 대한 디자인 콘셉트를 만들어 보냈다. 선정된 이후에는 현지에서 도와줄 팀으로 리버풀의 건축 스튜디오 무트MUTT를 프로젝트에 합류시켰다. 내가 꾸린 크리에이티브 팀과 V&A 뮤지엄 사이를 이어줄 프로젝트 매니징 팀을 비롯해 조명 디자인 팀, 공간 그래픽 제작 팀까지 함께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처음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전시 도입부에는 1910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코너가 마련됐다. 88 서울올림픽 자원봉사자 유니폼과 호돌이 포스터 등을 전시했다.
전시 키워드를 ‘하이브리디티’로 선정한 이유는?
가장 적합한 키워드라고 봤다. 지금의 한류는 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툴을 통해 특정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것인데 그 주체가 한국인이나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니까. 한국 사회나 역사, 문화에서도 하이브리디티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디티가 일어나는 물리적인 구조를 고민하다 보니 광장과 방 문화가 떠올랐다. 찜질방은 ‘방’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광장 같은 공간에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려 자기 집 안방인 양 누워 있다. 광화문광장은 혼자 나들이하기도 하지만 집단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자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을 전시 공간에 녹이고 싶었는데 안전과 예산, 전시 동선의 흐름 등의 이유로 대폭 축소되어 아쉽다.

전시 콘텐츠가 너무 다양해서 디스플레이 방식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앞서 얘기했지만 한류를 살아 있는 생물 같은 콘텐츠라고 봤기 때문에 그 구성이나 디스플레이 방식에서 전시 막바지까지 변수가 많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각 고유성에 맞춰 디자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 캐비닛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정했다. 어떤 하나가 더해지거나 빠져도 전체 맥락을 해치지 않게 말이다. 섹션의 배경 컬러를 설정할 때는 파란색에 보랏빛이 돌 때는 BTS 컬러 같다가 오렌지색에서 코럴빛이 날 때는 블랙핑크가 생각난다는 코멘트에 따라 의견을 조율하기도 했다.(웃음)



K-뷰티와 패션 섹션에서 선보인 박소희 디자이너의 ‘피오니 가운Peony gown’. 2020년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작품으로 발표한 이 드레스는 팝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가 입어 화제가 됐다.
실제로 일해보니 기대나 예상과 달랐던 부분이 있었나?
V&A 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이니만큼 K-디자인을 하나의 섹션으로 다루지 않더라도 공간 디자인의 한 요소로서 어떤 제스처를 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그에 대한 의견이나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또 그게 유럽에 살고 있지만 한국 디자이너들과 접점이 많은 나에게 그 자리를 제안한 이유이기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아니었지만.

뮤지엄 내부의 큐레이터 팀과 외부의 디자인 팀 간에 으레 생길 법한 보편적인 이슈였을까?
큐레이터는 외부 디자인 팀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콘텐츠를 보고 또 봐왔던지라 그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잘 보여주고 싶고, 오독이 되는 상황도 최대한 막으려고 한다. 이번 전시의 경우, 큐레이터는 한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을 어떻게 압축하면서도 디테일을 보여주느냐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것을 전체적으로 바라본 뒤 공간 디자인으로 풀어내야 하는 디자이너 입장인 나는 지금의 너무나 다채로운, 멜팅폿 같은 한국 디자인 신을 보여주면 전시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관점의 차이가 있었다.



〈오징어게임〉 〈응답하라〉 시리즈, 〈올드보이〉 등을 전시한 K-드라마와 영화 섹션.
해당 뮤지엄의 특수성도 어느 정도 반영된 상황이라고 생각하나?
이번처럼 큰 팀을 이끌면서 진행한 프로젝트가 더 많았다면 비교가 좀 더 쉬웠을 테지만 영국 공립 뮤지엄 고유의 성격도 분명히 있다고 느꼈다. 한국의 미술관과 일할 때는 비교적 내 의견이 잘 받아들여진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의사소통이 잘 된다고 봐도 좋겠다. 잘 맞는 협업자,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그렇지 않나. 그러나 좀 더 넓게 창작자가 제안할 수 있는 의견의 폭이나 그것이 반영되는 수준, 그 빈도를 보면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럽 쪽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V&A 뮤지엄은 워낙 큰 조직이라 그런지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나 예산을 활용하는 방향이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 팀도 아주 세분화되어 있다. 홍보 팀 외에 관람객과 더 가깝게 소통하는 인터프리테이션interpretation 팀이 따로 있을 정도로. 포스터나 도록 디자인도 내가 아닌 내부의 다른 팀에서 진행했다.

공간 디자인을 지휘한 디렉터이자 디자이너로서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이 전시를 추천할 수 있을까?
V&A 뮤지엄이 전시를 기획하고 여는 목적 중 하나가 이 시대의 맥락에서 중요한 것을 수집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V&A 뮤지엄 내 한국관에 가본적 있다면 한국 문화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 이번 전시가 여러모로 어떤 의미와 가능성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반이라는 디자인 작업 기간 동안 전시에 들어갈 한국 전통 오브제를 사진으로만 보다가 오프닝 때 실제로 봤는데, 현대적인 콘텐츠와도 전혀 도드라짐 없이 잘 어울리고 아름답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단순히 한국 전통 의복이어서가 아니라, 〈대장금〉에 나왔던, 그리고 88 서울올림픽 자원봉사자 유니폼이었던 한복을 한류라는 주제와 맥락 아래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전시라고 생각한다.

자료 제공 V&A 뮤지엄, vam.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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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신정원 통신원 담당 서민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2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