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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디자인 -2 언젠가 한번은, 안티-스마트폰 디자인
전지전능한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곳에서 하루쯤 벗어나고 싶었던 적은 없는지 물었다. 스마트 디바이스 서너 대를 멀티태스킹하는 일쯤은 누워서 떡 먹기일 것 같은 4명의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들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나름의 도피법을 디자인했다. 이들이 보내온 스케치에서는 무수한 이메일과 PDF 파일을 보느라 잊고 지냈던 정성과 시간을 읽을 수 있었다. 참, 4개의 디자인은 무단으로 도용하거나 복제할 수 없다.

분노력 발전소

이남희
분노는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제품을 선보이는 스트레스컴퍼니(Stress Company) 대표다. 
www.stresscompany.net 

화가 나면 어디선가 분노 에너지가 솟아나서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벽을 부수거나 거울을 깨는 등 괴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분노의 칫솔질, 유리 깨기 등은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그런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저 엄청난 에너지를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고민을 했다. 그렇게 3년 전부터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아이디어의 결과물이 바로 ‘분노력 발전소’다. 이 분노력 발전소를 통해 3가지를 전하고 싶다. 하나, 분노라는 감정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 감정 때문에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 둘, 분노 에너지를 건설적으로 활용한다면 나와 주변 사람에게 더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 셋, 결정은 오직 나에게 달려있다는 것.


불편한, 혹은 스마트하지 않은 걸음

박진오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이며 매듭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브랜드 엘놋 (eL_Knot) 대표다. www.elknot.com

인물 사진 김잔듸
스마트한 세상에서는 매일매일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똑똑한 디바이스는 매일 새로운 기능으로 업그레이드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새로운 기능을 익히고 활용하기를 종용받는다.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시작한 스마트함이 경쟁력의 잣대가 되어버린 요즘이다. 스마트한 시대에도, 스마트 하지 않던 시대에도 우리가 늘 하는 것 중 하나는 걷는 것이다. 걸으면서 무엇인가를 더 해야 한다거나 더 많이 걷는 것을 강요당하지 않은 채로 삶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 신발에 덧대는 앞굽 덧신이다. 뒷굽이 없어서 발을 내딛을 때는 발등을 몸 쪽으로 더 당겨야 하고 발등을 힘주어 밀어내야 나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몸의 중심이 뒤꿈치에서 발끝으로 계속 이동해가며 다리가 스트레칭 되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코어 근육을 기를 수 있다. 근육을 조금 더 세밀하게 써서 체력 소모는 늘어나지만 건강해질 것이니 스마트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디자이너의 응원쯤으로 여겨주길 바란다.


SCSR: 스마트폰 액정에 간 금으로 보는 운세

조형석
알록달록하고 디자인 날이 선 결과물로 사랑받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로 구슬모아당구장과 대림미술관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chohyung.com

손금만큼 그 사람의 사주팔자를 잘 대변하는 것도 없다. 인생길에 전개될 숙명을 읽어내는 데에서 손금 분석은 마치 꿈 해몽에 비유할 만하다. 하룻밤 꿈이 아니라 평생 동안 정교하게 실현되어가는 꿈과 같다. 손금은 한 영혼의 생에 대한 기록이나 삶의 이정표와 같아서 그 영혼이 어떠한 삶의 길을 걸어갈지에 대한 모습이 담겨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 사람은 하루 평균 2시간 20분 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고 한다. 2014년 통계청 조사 기준 하루 평균 식사 시간이 1시간 56분이라는 점과 비교해보았을 때 밥 먹는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손바닥 위의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것이다. 건강, 금융, 연애, 사회생활, 모기 퇴치까지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세상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이제는 손바닥 위의 스마트폰 속에 실제의 세상, 삼라만상이 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그런 스마트폰의 액정이 불의의 사고로 깨진다면 그건 단순한 사고가 아닌 중대한 징후가 아닐 수 없다. 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다친 내 손바닥보다 금 간 스마트폰액정을 보면 더 가슴이 아픈 것이 이를 방증한다. SCSR(Smart Cracked Screen Reader)은 조각난 액정에서 운세를 읽어내는 리더기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손금 운세란 바로 전지전능한 스마트폰을 무심코 떨어뜨렸을 때 조각나버린 액정 위의 운명적 선이 아닐까?


스마트폰 줄게 휴식 다오, 트랜스루센트

전경빈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패션 브랜드 핏보우콜렉티브의 디자이너이자 캔들워머로 잘 알려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메모리래인(Memorylane)의 전속 디자이너다. arkestra.co.kr

기존에 발표한 스마트폰의 기능을 차단하는 디자인은 그 의도와 관계없이 강제성을 전제하므로 자칫 반대를 위한 반대 디자인으로 오해받기 쉽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방식보다는 마치 기회비용처럼 자발적인 선택과 등가 교환을 통해 또 다른 가치를 보상받는 방식의 디자인이 본연의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한 트랜스루센트(TransluScent)는 금박 띠를 두른 달걀 모양의 충전기 겸 향기 나는 조명이다. 스마트폰을 도킹하면 조명이 켜지고 충전도 되지만 달걀 뚜껑을 닫으면 휴대폰은 자연스럽게 손에서 멀어진다. 동시에 LED 조명에서 발생한 열을 플레이트로 모아 휴식에 도움을 주는 향이 곳곳으로 퍼진다. 그 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에서 영감을 받은 메모리래인(Memorylane) 전속 조향사가 만든 향이다. 샌들우드와 시더우드에서 추출한 향료에 재스민 향을 더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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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백가경 객원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6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