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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Digital Media 판킹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올해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부문 출품작들은 전체적으로 콘셉트와 조형성이 부각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중 바이널아이가 디자인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의 UX·UI 프로젝트, 스크루바의 애플리케이션 구닥, 그리고 행동하는 디자이너의 표본을 보여준 판킹이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프로젝트는 첨단 기술을 공간 안에 유효 적절하게 녹여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자동차 제조 과정과 R&D 스토리를 새로운 체험 요소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구닥은 모두가 편리함과 첨단 기술을 외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불편함의 낭만성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심사 끝에 수상은 판킹에 돌아갔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내고자 한 디자이너의 자발적 움직임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 “디자인이란 시각적 즐거움이 아닌 이에 담긴 메시지”라고 역설한 네빌 브로디(Neville Brody)의 말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판킹

디자인 판킹(대표 이상인), www.panking.net
디자이너 이상인, 김혜인, 이헌준
엔지니어 유상엽, 강민석, 홍기락, 이건희
프로젝트 매니저 홍주리, 황지영, 최장호
프로젝트 서포터 홍진석, 백윤미, 정윤하
발표 시기 2017년 8월


손바닥 위에 민주화 광장을 세운 디자이너
2017년은 유독 사회적 피로감이 큰 해였다. 혼란스러운 정치적 이슈가 많았던 만큼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활발한 때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목도한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 뉴욕 지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상인은 디자이너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뉴욕, 시애틀, 서울에서 활동하는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프로젝트 그룹 판킹을 결성하고 정치를 소재로 한 동명의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판킹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정치인들의 정보와 최신 동향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이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유도하고 그 활동을 일련의 시각화된 랭킹으로 보여준다. 정보의 시각화를 통해 정치에 대해 다각적이고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 특정 정치 이슈에만 작용하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서비스라 더욱 눈길을 끈다. 언제 어디서나 손바닥 위 ‘디지털 민주화 광장’에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란 소수의 권력자만 향유할 수 있는 일종의 사회적 지위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 사회에서는 누구나 정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죠. 바로 이때 비로소 정치가 소수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모두의 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시차에 따른 구성원 간의 일정 조율, 촉박했던 제작 기간,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UX·UI 개발 및 기술적 이슈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포부와 열정, ‘계획보다는 행동’을 강조하는 이상인의 리더십 덕분에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사실 이상인은 판킹 이전부터 꾸준히 이러한 활동을 이어왔다. 아버지 다음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로 세종대왕을 꼽는 그는 개인 블로그 ‘상념(Sangster Idea)’, 뉴욕의 비영리 예술가 단체 ‘커뮤니티 크리에이트(K/REATE)’, 팟캐스트 ‘비어스 & 매터스(Beers & Matters)’ 등을 통해 한국 문화와 사회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그런 까닭일까, 이상인에게 정치와 디자인은 전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와 디자인은 뜻을 전달하고 사람들을 이끈다는 면에서 유사성이 많습니다. 판킹을 통해 디자인이 프로파간다적 수단이 아닌, 우리 사회를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현재 판킹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눈앞에 산재해 있던 여러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가 안정되어감에 따라 지방선거, 총선 등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상인과 판킹 멤버들은 지금껏 쌓아온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 서비스를 꾸준히 다듬어나갈 예정이다. 디자이너는 문제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형성이나 기능성을 고려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문제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에 항상 거대한 자금이나 엄청난 계획, 거창한 사명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끝없이 화두를 던지고 주변의 크고 작은 문제를 돌아보며 그것을 하나씩 해결해나가고자 행동하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판킹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디자이너의 미덕과 소명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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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지혜 객원 기자, 담당: 최명환 기자, 사진: 홍주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