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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도시 산책자를 위한 디자인 서울로 7017


서울로 7017로 다시 태어난 서울역 고가도로. 퇴계로와 한강대로 주변, 서울역 광장, 중림동 방향, 만리동 방향, 청파동 램프 등 서울 곳곳을 17개의 보행 길로 이었다. ⓒOssip van Duivenbode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건물, 심각한 오염, 그리고 영혼도 마음도 없다.” 세계 최대의 여행 가이드 출판사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 2009년 서울을 ‘최악의 도시 톱 3’로 올리며 남긴 글이다. 너무 박한 평가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메마른 도시 풍경을 둘러보면 딱히 변명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랫동안 이 잿빛 도시를 장악한 것은 앞만 보며 질주하는 자동차와 그 레이스가 되어준 고가도로였다. 그중에서도 서울역 고가도로는 1970년 준공 이래 남대문시장과 퇴계로, 한강대로 주변 등 서울의 주요 거점들을 연결하는 성장중심주의 대한민국의 아이콘과 같았다.

이런 서울역 고가도로가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2015년. 2011년 부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존의 서울역 고가도로 철거 계획1)을 철회하고 대신 이곳을 공원화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부터다. 근대화의 유산인 고가도로 구조를 보존하되 새로운 쓸모를 찾겠다는 것인데, 이런 취지에 따라 서울시는 2015년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스테이션(Seoul Station) 7017’이라는 이름의 국제 지명 현상 설계 공모전을 개최했다. 총 7팀을 지명한 이 공모전에서는 네덜란드 건축 사무소 MVRDV의 ‘서울 수목원’이 최종 당선됐다.2) 고가도로를 다양한 꽃과 나무에 둘러싸인 대형 수목원으로 변신시키자는 이들의 계획은 교육적이고 생산적일 뿐 아니라 최근 화두인 친환경 측면에도 부합했다. 이런 콘셉트에 따라 1024m 도로 위에 66종류의 원형 수목 화분 645개를 설치하고 여기에 2만 4000주 이상의 꽃과 나무를 심었다. 또 화분 551개에 원형 띠 조명을 두르고 555개의 조명등을 별도로 설치해 밤이 되면 도심을 밝히는 푸른 은하수 길이 형성되도록 했다.


서울로 7017의 로고. 


서울로 7017의 야경. ⓒOssip van Duivenbode 



로고를 적용한 제품. 

유독 보행로가 부족한 서울에서 이 같은 도시 산책로의 등장은 분명 반길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일례로 재생 과정에서 남대문시장 일대 영세 상인들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은 이전부터 이어진 불도저식 개발이 되풀이된다는 인상을 줬다. 또 도심 속 초대형 공중 정원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달리 결과물은 식물도 그늘도 부족한 거대한 육교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오픈 과정에서는 디자인계와 예술계에서 오랫동안 떠돌던 케케묵은 논쟁도 함께 불거져 나왔다. 베리준오 오준식 대표가 재능 기부로 서울로 7017의 브랜딩을 진행한 것이 알려지며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 것.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로 7017의 네이밍에 대해 지적하며 그 말미에 "준식님처럼 유능한 디자이너가 서울시에 재능 기부하면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은 다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3) 반면 일부에서는 선한 의도인 재능 기부가 곡해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디자인계 내부에서 이런 관행에 대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공공 미술 프로젝트 또한 예기치 못한 비판과 맞닥뜨렸다. 특히 폐기 처리될 신발 3만 켤레를 폭포수 모양으로 잇고 꽃과 식물, LED 전등, 각종 오브제를 설치해 만든 슈즈 트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흉물스럽다’, ‘안전 문제가 걱정된다’ 같은 반응을 보였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았다.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는 이번 논란을 ‘예술에 대한 편견’이라고 못 박았고 디자인 평론가 최범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객의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작업이며, 작품의 코드도 생각처럼 그리 단순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했다. 하지만 우리는 작품의 예술성을 평가하기 이전에 ‘과연 그곳에 반드시 공공 미술이 필요했나’를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지자체가 시민들로부터 위탁받은 권위를 통해 공공의 공간을 작가에게 내주는 일인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했는데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 플랫폼을 설계할 디자이너가 부재했다는 점은 앞으로 지자체가 풀어나가야 할 또 하나의 숙제로 남았다.


1) 서울역 고가는 2000년, 2006년, 2012년 서울시가 실시한 안전 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바 있다.
2) 2등은 조성룡 도시건축의 ‘서울역 고가, 모두를 위한 길’이, 3등은 건축가 조민석이 이끄는 매스스터디스의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가 각각 차지했다.
3) 월간 <디자인>은 이에 대해 추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손 의원은 보좌관 측을 통해 ‘더 이상 논쟁을 키우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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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