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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시그니처 Inspiration

Inspiration
토르스텐 발레우르 LG시그니처 마스터 디자이너


“명품이란 소수만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타협하지 않는 제품이며, 최상의 공예 기술과 최고의 소재로 만든 최적의 형태를 의미한다.”


토르스텐 발레우르 코펜하겐의 유명 산업 디자인 회사 데이비드 루이스 디자이너스(David Lewis Designers)의 CEO. 그가 1995년 합류한 이 회사의 창립자 데이비드 루이스는 1980년대 초반 뱅앤올룹슨(B&O) 수석 디자이너를 지냈다. 토르스텐 발레우르가 2001년부터 CEO를 맡고 있는 지금도 뱅앤올룹슨의 디자인을 대부분 도맡고 있는 명실공히 프리미엄 디자인 전문이다. www.davidlewisdesigners.com

LG의 마스터 디자이너라는 직함 아래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LG의 마스터 디자이너로서 내 역할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LG 사내 디자인팀에서 전개한 디자인을 검토하고 개선점에 대해 의견을 내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상당히 적극적인 디자이너여서 그런지, 내가 제안하는 방식을 구현할 해결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이는 또한 LG팀에서 나를 한 명의 팀원으로 여기고 세세한 목표와 목적을 공유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또 다른 역할은 선행 연구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LG의 프리미엄 가전을 디자인하는 것은 어떤 의미였나?
나는 이제껏 프리미엄 브랜드의 생명력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적인 시도를 감행하는 디자인을 해왔다. 매우 의욕이 샘솟는 작업이었다. 시그니처는 내 모든 경험과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고 전체적인 품질을 프리미엄 수준으로 단계별로 높여간, 그 자체로 굉장한 경험이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고문단으로 활동하며 LG 디자이너들의 자신감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들의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감지했달까? 디자이너가 더 큰 책임감을 안고 능동적으로 과정을 이끌 때 최상의 에너지를 발휘한다고 믿는다.

디자이너들은 언제나 디자인과 기술 사이의 조화를 위해 노력한다.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LG시그니처의 경우 기술이 얼마나 도움을 주었나, 아니면 반대로 걸림돌이 되었나 궁금하다.
나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긴밀한 협업을 무척 좋아한다. 이 두 축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탄생시킨다는 동일한 목표를 지닌다. 디자이너로서 나는 결코 기술을 맹목적으로 따라선 안 된다고 본다. 기술은 조력자이지 최종 결과가 아니다. 디자인 과정의 목표 중 하나는 기술과 최대한 투명하게 소통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기술을 진실된 경험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예를 들어 세탁기를 디자인할 때 내 목표는 하나였다. 세탁기의 본질에 따라 깔끔하고 순수한 형태를 부여해 좀 더 직관적으로 보이는 최첨단 가전을 만드는 것. 사용자에게 다루기 간단하고 쉽다는 느낌을 줘야 하지만, 그렇다고 실제 기능을 쉽게 만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래서 유리문에 모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합한다는 발상을 떠올렸다. 그렇게 하면 몸체를 깔끔하고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LG의 다른 제품들을 미루어보아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최소주의 디자인(great minimalistic design)을 아름답게 완성하려면 최적의 비례를 찾아야 하다. 하드웨어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해 엔지니어와 깊은 대화를 나눠야만 한다. 세탁기에서 어려운 부분은 세제 통을 놓을 공간을 찾는 것과 드럼 세탁기 특유의 평형 방식이었다. 이 둘은 같은 공간을 두고 싸웠다. 냉장고의 노크온 매직 스페이스 기능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에게 유용한 기능이 존재하면서도, 아주 절묘하게 통합되어 거의 보이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외관이 전혀 복잡하지 않도록 했다.

덴마크 로얄 건축학교(Royal Danish Academy of Architecture)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당신의 디자인 철학에 영향을 끼친 것이 무엇인가?
대학에서는 항상 작은 디테일을 다루고 제품 디자인을 하기 전에 건축, 심지어는 도시 계획부터 배웠다.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건축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공간을 이해하게 되었다. 건축에서 중시하는 것은 편안하고 기분 좋은 공간이다. 강렬한 영감을 주었던 경험 중 하나는, 마요르카 섬에 있는 건축가 요른 웃손(Jørn Utzons)의 집에서 보낸 하루 저녁이었다. 언덕 위의 그 집에서 이곳이야말로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공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 근 1만 년에 걸친 인류의 경험이 축적된 궁극의 장소라고 느껴졌다. 그 강렬한 전율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 본질인지를 일깨워줬고, 나는 그 본질을 어떻게든 내가 디자인하는 제품에 적용하고자 상기시킨다. 나는 학창 시절에 손으로 폭죽을 만드는 작은 폭죽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공장에는 비록 1초 만에 불길로 사라져버릴 폭죽일지라도 굉장한 열정과 성실함으로 제품을 만드는 전통이 있었다. 품질에 대한 헌신과 손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는 언제나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당신은 덴마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중국에서도 살아봤고, 한국도 자주 오가며 일한다. 3개 도시, 3개 시장에서 일해보며 느낀 소감이나 새로운 발견이 있다면?
나는 세 사회를 모두 경험했고 한국, 중국, 그리고 물론 덴마크에서 다행히도 모두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인 기분이 들거나 나 자신이 이질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집단이 아니라 개인을 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우리 디자이너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트렌드를 공유하며 아이디어로 소통하지 않나. 그럼에도 차이를 만드는 몇몇 경향을 꼽자면, 덴마크에는 뉴 노르딕 감성이라는 아늑함과 유연함을 추구하는 삶의 양식이 있다. 품질이란 본래 절제되면서도 격식 없는 특성과 연관이 있다.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 웰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게으르다거나 무관심한 것과는 다르며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한국에서는 특유의 ‘미래지향적인 최첨단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여기에 덴마크의 아늑한 인본주의적 접근법을 결합하면 뛰어난 디자인이 나올 것 같다.

당신이 이끄는 회사 데이비드 루이스 디자이너스는 의도적으로 작은 조직을 유지한다고 들었다. 일하는 방식은 어떤가?
우리는 스튜디오는 작지만 민첩함을 유지하면서 맡은 디자인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냥 또 하나의 디자인’을 하는, 혼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다이렉트 디자인’이라고 부르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의 본질을 겉돌게 하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과정을 잘라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디자인에 접근할 때 선입견에 가까운 확고한 예상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일련의 행동을 반복하며 직접 손을 움직인다. 처음부터 명확한 비전을 정하기보다는 실험하고 재조명하고 조정을 거쳐 디지털 기술과 전통적 공예 기술을 활용해 완벽하게 다듬는다. 과정 초기에 판지와 그 밖의 재료를 사용해 드로잉을 실물 모형으로 만들어 실제 크기로 사물을 다루는데, 디자인 회사가 아니라 조각가의 작업실처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최종 제품을 가장 본질적인 아이디어만으로 재빠르게 완성해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콘셉트가 실질적 목표, 즉 성공적이고 시장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행위를 가로막아선 안 된다. 제품은 회의실이 아니라 매장에서 가장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 디자인 경험이 많다. 아무리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도 엔지니어, 전문가들과 순조로운 협업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자신있다.

데이비드 루이스 디자이너스 웹사이트에 있는 소개 글을 보면 유독 ‘고수하다(keep)’, ‘지속적인(lasting)’, ‘우아한(elegant)’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데이비드 루이스 디자이너스를 관통하는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집에서 좋아하는 물건에 대해 생각해보자. 기품 있고 지속적인 매력이 있는 물건일 가능성이 높다. 몇 년 동안 간직했거나 간직하려는 물건이고, 그냥 버리는 그저 그런 물건과는 정반대인 물건이다. 거창한 철학이라기보다 매력적이고 오래가는 디자인 솔루션을 찾기 위해 따르는 몇 가지 규칙은 있다. 나는 관찰자가 무심할 수 없게 만드는 태도를 부추기는, 강렬하고 상징적인 정체성이 담긴 디자인을 추구한다. 훌륭한 디자인은 유행이나 경향을 따르기보다 사물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시각적으로 혼란스럽지 않고, 형태와 소재를 정직하게 보여주며, 존재의 이유에 충실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명품이란 소수만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타협하지 않는 제품이다. 명품이란 최상의 공예 기술과 최고의 소재로 만든, 인위적 장식을 배제하고 정직하게 만든 최적의 형태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오래된 질문으로 마무리하겠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좋은 질문이다. 여러 답이 떠오르지만 그중 하나는 이렇다. 좋은 디자인은 완벽한 선물과 같다. 완벽한 선물을 받으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 심지어는 나 스스로도 몰랐던 잠재된 열망까지 들여다본 누군가가 나만을 위해 고른 소중한 선물이라는 기분이 든다. 주는 사람의 열정, 바로 이 선물을 당신에게 주기 위해 쏟은 성실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지속적으로 이러한 매력이 느껴지는 디자인, 사용자로 하여금 그 디자인이 자신의 생활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날마다 인식하며 기쁨을 주는 디자인을 한다. 나는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 생산을 하는 사람까지도 제품에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전력을 다했음을 느껴야 하며, 미래의 주인인 사용자에게 제품을 넘기기 전, 그 제품을 우리 것이라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2016 독일 IFA LG시그니처 갤러리 내부 전경. 화이트 큐브에 LG시그니처 제품을 전시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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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은아 기자, 자료 제공: LG전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