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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지금,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10 지금, 한국 디자인계는 균형을 바로잡는 중


김린 여성 디자이너 정책 연구 모임 WOO 대표. 도시 속에서 디자인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이화여대와 런던 예술 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현재 1인 출판사 겸 디자인 스튜디오 서울할머니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변화에는 랜드마크가 있다. 서양미술사에는 1971년 월간 〈아트뉴스ARTnews〉에 실린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의 에세이 ‘왜 위대한 여성 예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s?)’가 기념비를 세웠다. 〈아트뉴스〉는 이후 특집호 ‘위대한 남성 예술가는 어디 있는가?(Where are the Great Men Artists?)’, ‘여성과 예술: 우리가 걸어온 지난한 길(Women and Art: We’ve Come a Long Way)’, ‘페미니스트 예술, 차세대 물결(Feminist Art: the Next Wave)’ 등을 통해 페미니즘이 미술계에 개입하는 과정에 꾸준한 목격자이자 증언자가 되어왔다. 45년이 흘렀고 2015년 ‘특집: 미술계의 여성들’은 ‘여기서 정리 한번 하고 갈게요’ 하듯 미술관, 비엔날레, 매체, 미술 시장에 일어난 변화를 통계로 짚어본다. ‘SINCE 1971’이라는 말을 증언하듯, 막대 그래프는 미술계 여성 작가의 비율 증가를 확연히 보여준다. 아직도 가야 할 길도.


월간 〈디자인〉은 매년 1월호에서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00인’ 특집 기사를 다룬다. 이때는 매 12월호에서 발표하는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가 디자인 프로젝트를 조명하는 것과 달리, 외부 심사위원 위촉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편집부의 주관적 레이더망에 포착된 디자이너를 10명 내외로 소개한다. 매체가 주목하는 디자이너를 보여주는 지면일 뿐 아니라, 독자에게는 매체의 레이더를 작동시키는 원천에 주목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40여 돌을 맞은 월간 〈디자인〉이 최근 10년간 주목한 디자이너들의 연도별 여성 비율은 다음과 같다.

12%(2008년), 15%(2009년), 33%(2010년), 52%(2011년), 23%(2012년), 25%(2013년), 16%(2014년), 14%(2015년), 40%(2016년), 40%(2017년).

1 2016년을 지나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디자인계의 여성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모여서 일을 벌이며, 꾸준히 이슈를 만들어낸다. 여성 디자이너의 일과 삶에 필요한 정책적 변화가 무엇인지 조사하고 입법에 참여2하고, 여성 디자이너로만 연사를 구성한 콘퍼런스를 개최3하며, 여성 디자이너 및 시각예술업계 종사자들의 네트워킹과 협업을 모색4한다.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움직이는 이들 가운데 (구성원 대다수가 여성으로 이루어진) 월간 〈디자인〉 편집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변화의 주역을 ‘디자이너들로 제한하지 않는 이유다. 이들이 만든 이번 ‘특집: 지금,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10’은 유례없이 여성 디자이너만을 주목한다. 대학의 디자인학과에서 배출하는 여학생 졸업생 비율을 생각할 때 지난 40년간 (매체의) 주목을 받은 여성 디자이너의 비율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으려면 이번 호 같은 특집이 100호는 더 나와도 어려울 테니, ‘아직도 가야 할 길’ 역시 또렷이 보인다. 위대한 디자이너를 논하는 것은 역사의 영역으로 남겨두자.

2030 젊은 디자이너에게 주목하는 이 특집의 독자에게 와 닿는 표현일 ‘힙하고 멋진 디자인’의 기준은 과연 여성 디자이너들 스스로가 만든, 이들이 주목받기 유리한 잣대일까? 흔히 여성의 디자인은 장식적이고 공예적인 것으로 여겨왔고 디자인계 내부에는 엄연한 주와 부가 존재한다. 여성 디자이너들은 지속 가능한 직업으로 대기업 인하우스 등을 선택해왔고 이들은 스타성이 부각되기 어려운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동시대 남성 디자이너들이 ‘대담한’ 선택을 하는 동안 ‘가능한’ 선택을 하는 대다수 여성 디자이너들이 딛고 있는 출발선은 2017년 현재도 여전히 동일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 출발선을 갓 지나,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상부의 골대를 향해 한창 드리블에 가속하는 10명의 젊은 여성 디자이너를 주목한 이번 이슈는 한국 디자인계에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2017년을 기수 삼아 빠르면 5년 뒤, 10년 뒤에 여성 디자이너들이 발 딛고 있는 신의 기울기가 얼마나 완만해졌는지 추적하며 월간 〈디자인〉이 페미니즘으로 디자인계에 개입할 모습을 지켜볼 일이 흥분되는 이유다. 페미니즘을 이야기만 하지 말고 살아내자. 변화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움직이자. Right the balance. 균형을 바로잡자.


1 월간 〈디자인〉 매 1월호에 다룬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00인’ 특집의 사진을 기준으로 통계를 산출했다. 개인 디자이너뿐 아니라 혼성, 동성 켈렉티브도 있으므로 각 호 특집에 다룬 디자이너의 총 인원수 대비 여성 디자이너 수의 비율로 계산.

2 여성 디자이너 정책 연구 모임 WOO는 여성 디자이너들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일과 삶에서 온전히 자신의 역량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2016년 11월 27일
발족했다.

3 2017년 6월, WOO는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 7인의 강연 〈WOO WHO: Women Talk Graphic Design〉을 개최했다.

4 오늘의풍경 신인아 디자이너는 ‘파일드-타임라인-어드벤처’ 행사의 일환으로 선진국의 문화·예술계 성 주류화 정책을 리서치했으며, 여성 디자이너들의 협업을 독려하는 네트워킹 행사 ‘콘엪팅’을 공동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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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린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