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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국내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베이스캠프 서울새활용플라자


서울새활용플라자 전경. 송판 무늬 노출 콘크리트, 열처리 목재 루버, 금속 패널, 트리플로이다이트 복층 유리 등으로 이뤄져 있다. 건축 디자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20세기 중반에 대두된 환경 문제는 2000년을 전후로 디자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국내에서도 많은 디자이너가 업사이클링 분야에 뛰어들었는데* 환경 파괴적 생산 방식과 무분별한 개발 중심주의에 지쳐 있던 이들에게 이는 새로운 활로와 같았다. 즉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는 단순한 트렌드라기보다는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9월 5일 성동구 용답동에 문을 연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활용’은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순화어. 업사이클링 문화 확산을 위해 서울시가 야심 차게 선보인 국내 최대의 업사이클링 문화 공간이다.

연면적 1만 6530m2 부지에 세운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건물 안에는 전시실, 새활용 소재 라이브러리, 팹 랩, 업사이클링 전문 편집 매장 등이 갖춰져 있다. 또 지하 1층의 소재은행에는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섬유, 나무, 도자기 등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선별, 보관하고 있다. 3층과 4층에는 터치포굿, 젠니클로젯, 이스트인디고 등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의 스튜디오를 비롯해 유도영, 이유리 같은 작가들의 공방, 강원대학교 석재복합건설 신소재연구소 및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 같은 전문 기관까지 총 32개 단체 및 개인이 입주해 있다. 업사이클링 스타트업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고 볼 수 있는데, 여전히 관련 브랜드 대다수가 5인 미만의 영세 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근거지 조성은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곳이 그저 산업 육성 시설로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새활용플라자 강병길 총감독은 “공간 운영 방식을 기획하면서, 새활용이 철학이자 가치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내린 결론은 교육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teaching) 형태가 되어선 안 된다. 함께 학습(learning)하는 공간, 삶에서 실천해오던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공간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시민 체험과 학습 공간으로서 더 의미가 크다는 것.

그의 말을 증명하듯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는 여러 시민 체험 프로그램과 워크숍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어린이와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민을 위한 공간을 표방하는 서울새활용플라자가 대중교통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지자체와 운영 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하지만 시대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도 여전히 인식이 요원하기만 한 업사이클링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교류와 공생, 체험의 가치가 새롭게 생산되고 활용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www.seoulup.or.kr



서울새활용플라자 로고. 로고 디자인: 하우즈




서울새활용플라자 내부. 지상 1층부터 5층까지 중정형 연결 계단을 설치해 개방과 소통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Interview
강병길 서울새활용플라자 총감독

“새활용은 인류가 지녀야 할 태도와 철학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설립 취지가 궁금하다.
자원에 대한 시대정신은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1980년대를 ‘청소의 시대’라고 한다면 1990년대는 ‘폐기물 관리 기반 구축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2000년대에 ‘자원 순환 시대’로 변했고 이제는 ‘쓰레기 제로 시대’를 지향하게 됐다. 재활용(리사이클링)에서 새활용(업사이클링)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변화 또한 필요한데 서울새활용플라자를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새활용 산업이 아직 영세하고 작업 공간, 소재,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집약화할 필요가 있었다.

용답동에 터를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용답동은 지리적으로 서울 동남북권의 중심에 위치해 착한 소비를 통한 재활용 기업 육성 및 재사용 교육·체험·관람이 동시에 이뤄지기에 적합한 곳이다. 서울시는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중심으로 중고차 매매 시장, 자동차산업문화관, 중량물재생센터 하수도과학관, 공원 등이 어우러진 국내 최대의 업사이클 타운을 조성하고자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원을 순환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자원 순환 생태계의 허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역이 재생하고 명소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32개 단체 및 개인이 입주해 있다. 여기에서 전문 산업 육성 기관으로서의 면모가 보인다.
초기 업사이클링은 디자인 면에서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사회, 시장, 자본주의 시스템이 업사이클링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위 ‘스마트 디자인’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업사이클링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다시 말해 부가가치를 높여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굿 디자인이 시장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환경, 가치, 세대가 변화하면서 새활용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고 시장의 수요 또한 늘고 있다.

사실 아직까지 국내에는 프라이탁 같은 성공 사례가 등장하지 않았다. 새활용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브랜드 구축을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트럭 덮개를 활용한 프라이탁, 버려진 옷으로 양말을 만드는 소울삭스같이 100% 새활용 제품만으로 승부하는 빅 플레이어는 쉽게 등장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터치포굿, 래코드(Re;code)처럼 소기의 성과를 거둔 브랜드의 연간 매출액을 모두 합쳐도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새활용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다양한 강소기업들은 자신의 역할을 꾸준히 해내고 있다. 빅 플레이어가 등장하려면 우선 생산자의 독창적이고 퀄리티 높은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여기에 다양한 지원이 더해지면 좀 더 신속하고 체계적인 길이 열리는데,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전문가들과 협력해 기업 맞춤형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물건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이런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함께 진행해나갈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새활용을 산업의 관점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가 갖춰야 할 태도와 철학의 문제에 더 가깝기 때문에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인식을 축적하도록 하는 데 더 의미가 있다.

*2015년 기준 20~30대 디자인 전공자를 중심으로 한 새활용 산업 관련 업체는 1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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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