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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셰프들이 줄 서는 농부의 방앗간 앤슨 밀스
앤슨 밀스는 미국판 토종 쌀이라고 할 수 있는 ‘캐롤라이나 황금미’를 생산하는 20년 된 브랜드다.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유통하기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는 품질 향상과 연구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앤슨 밀스가 의도한 바다.






브랜딩을 최소화한 패키지. 제품 촬영과 웹사이트는 <뉴욕타임스> 다이닝 섹션의 프리랜스 저널리스트이자 글렌 로버츠 대표의 아내인 케이 렌슐러Kay Rentschler가 관리한다.
지난해 6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백악관은 캐롤라이나 황금미를 사용한 비빔밥을 대접했다. 미국은 벼농사가 정착된 17세기 이래 기후변화와 외래종의 유입으로 기존의 남부에서 서부로 경작지가 옮겨갔고, 이 과정에서 토종 품종이 대거 유실되는 위기를 겪었다. 캐롤라이나 황금미를 비롯한 미국의 토종 곡물을 다시 부활시킨 쌀 브랜드가 바로 앤슨 밀스Anson Mills다. 1998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시작한 앤슨 밀스는 셰프와 페이스트리 셰프를 대상으로 고품질의 토종 곡물을 판매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없이 오직 품질에 대한 입소문 하나로 자리 잡은 앤슨 밀스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자를 연구, 개발, 보존하는 데 앞장서온 생산자다. 앤슨 밀스의 캐롤라이나 황금미는 미국쌀협회USA Rice Federation가 선정한 기본 게놈으로 인정받으며 유전학자들의 연구에도 회자되는 곡물이기도 하다.

창립자 글렌 로버츠Glenn Roberts는 유년 시절 어머니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에서 셰프들과 어울리며 식재료 본연의 맛을 익혔고 농업에 대한 막연한 꿈을 키웠다. 어느 날 그는 주방에서 유효 기간이 다 된 쌀에 쌀바구미가 생겨 일일이 손으로 벌레를 제거한 경험을 토대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곡류를 영하 23℃ 이하의 저온에 보관하고 유통하는 방식을 이르는 앤슨 밀스만의 ‘콜드 밀링cold milling’ 방식의 근원이 됐다. 앤슨 밀스는 클래식한 캐롤라이나 황금미를 주력 삼아 아로마를 더한 찰스톤 황금미 등을 다양한 입자 크기로 판매하며 밀, 호밀, 귀리, 메밀, 콩 등의 곡물도 생산한다. B2B 방식이 주요 판로지만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기도 하는데, 웹사이트에는 곡물에 따라 100가지가 넘는 레시피가 자세히 소개돼 있기도 하다. “우리는 스스로가 매우 까다롭다고 생각합니다. 토양을 다루는 것부터 씨앗을 심고 재배하고 제분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이를 소비하고 섭취하는 방식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지요. 일반 곡물로 우리가 제공하는 레시피를 따를 수 없듯 우리 곡물을 일반 레시피에 적용할 수 없다고 자부합니다.” 글렌 로버츠가 말한다.

앤슨 밀스는 전 세계에 걸쳐 약 300명의 엄선된 셰프들에게 매 분기마다 햅쌀을 비롯해 그해 새롭게 경작한 수수, 참깨, 아마씨 같은 농작물을 소개한다. 셰프를 통한 F&B업계와의 B2B 네트워크는 앤슨 밀스가 지향하는 비즈니스 개념을 보여준다. 세심하게 작물을 관리하고 실험을 거듭하다 보면 단가는 껑충 뛸 수밖에 없는 대신 품질이 최상인 곡물을 보장받는다는 신뢰가 있기에 셰프들은 앤슨 밀스의 셰프 리스트에 들기 위해 안달이 난다. 글렌 로버츠는 “진정성 있는 셰프들과 함께 곡물 본연의 맛에 대한 기억을 널리 공유하고자 한다”고 자신의 비즈니스 철학을 밝힌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앤슨 밀스는 미국 동부와 서부에 걸쳐 100개가 넘는 농장을 직접 관리하며 여전히 새로운 곡물 품종과 도정, 제분 방식을 개발 중이다. 50여 명의 직원들은 계속해 새로운 종자를 연구하고, 미국 전역의 유명 셰프와 페이스트리 셰프를 직접 찾아가 이를 소개하며 농업계와 미식계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ansonmills.com


Interview
글렌 로버츠 앤슨 밀스 대표

“‘언브랜딩’이 우리의 브랜딩이다.”



“전문 셰프들은 햅쌀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잘 알 뿐 아니라 여러 곡물의 특성을 살려 조리할 줄 안다. 우리가 최고의 셰프나 레스토랑과 B2B 협업하는 것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다. 곡물 본연의 맛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우리가 개발한 레시피를 철저히 따라 요리하기를 권장한다. 우리 제품은 화려한 포장이나 로고가 없다. 애초부터 상점의 매대보다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주방에 직접 전달될 것을 고려했기에 별도의 마케팅이나 브랜딩 작업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앤슨 밀스를 브랜드로 대한다기보다 곡물을 대하는 우리 스스로가 앤슨 밀스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기에 오히려 언브랜딩unbranding한다고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Interview
마크 폭, 앤지 원트
디자인 이즈 플레이 디자이너 앤슨 밀스 아이덴티티 디자인 담당

“진정성을 계승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앤슨 밀스는 고집스러운 연구 개발 과정, 유통 방식 전반에 걸쳐 크래프트적인 진정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글렌 로버츠 대표는 이미 훌륭한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보기에 우리는 최대한 절제된 패키지 레이블로 제품에 신뢰감을 더하는 데 주력했다. 앤슨 밀스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곡물과 이를 처음부터 키워온 원주민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철학적 근간을 두고 있다. 우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북동부의 인디언 부족 중 하나인 호피Hopi족이 사용하는 ‘숨결’ 기호에서 영감받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씨앗 심벌을 사용했다. 이는 ‘씨앗은 우리의 숨결이자 삶’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기호를 사용하기 위해 원주민들에게 허가를 받았을 정도로 진정성을 계승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designispl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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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이진희 통신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