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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DESIGN EVENT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나?


브라질의 근현대 건축 운동에 기여한 이탈리아 출신 브라질 여성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의 작업을 재조명한 디자인 갤러리 닐루파르.


다쏘시스템과 구마 겐고가 협업한 ‘Breath/ng’. 공기 중 독성 분자를 흡수하여 공기를 정화시키는 3D 조각 설치물이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한 소파 수페론다(Superonda, ‘거대한 파도’라는 뜻)는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이해 트리엔날레 미술관에서 기념행사를 펼쳤다. 급진주의 디자인 운동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디자인: 아르키촘Archizoom, 폴트로노바Poltronova.


루벨리Rubelli와 협업한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는 1928년식 트램 속에 전시를 담아 도심을 누볐다.


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대중적인 패턴을 활용한 작업을 해온 베단 로라 우드Bethan Laura Wood가 멕시코에서 영감받은 패턴으로 제작하고 연출한 <모노 마니아 멕시코Mono Mania Mexico> 전시를 펼친 모로소Moroso의 쇼룸.

올해로 57회를 맞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유례없는 성공을 기록했다. 행사 중심이 되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장에만 43만 4500여 명이 다녀갔다. 이는 올해와 같이 주방 가전 전시 에우로쿠치나Eurocucina가 함께 열린 2016년에 비해 17%, 조명 전시 에우로루체Euroluce가 함께 열린 지난해보다는 무려 26% 증가한 수치다. 티켓이 따로 없어 정확한 공식 집계가 불가능한 장외 전시 푸오리 살로네Fuori Salone가 열리는 시내에는 물론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도시 전체를 빼곡히 메운 전시장 가운데서 홍보 경쟁이 치열해진 브랜드들은 공식 행사가 시작되는 화요일에 앞서 한결 여유로운 전주 토요일에 일찌감치 오프닝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매년 전시 공간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전시 기간마저 늘어난 것. 가구, 조명, 주방, 전자, 자동차, 패션, 건축, 소재, 예술, 공예 등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만큼 다양한 영역에서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가 기능주의를 비판하며 뱉은 “간결한 것은 지루하다Less is a bore”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경구는 올해 밀라노에서도 유효했다. 이른바 4차산업의 발달로 몰개성화되어가는 사회에 반발하듯 휴머니즘과 개인의 취향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획일적인 미니멀리즘은 저문 지 오래고 오히려 맥시멀리즘에 가까운 다채로운 취향과 형태적 미학이 두드러졌다. 2017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오마주가 두드러졌다면 올해는 이보다 앞선 시기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휴머니즘 정신의 씨앗이 된 1960~1970년대의 급진주의 디자인design radicale으로 관심 영역이 확대됐다.

올해 전시에서는 특히 IT업계와 럭셔리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구글과 3D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 등 대중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판매와 큰 관련이 없는 기술 중심 브랜드가 다수 참여해 기술을 녹인 감성적인 전시를 펼쳤다. 이는 첨단 기술과 정보 영역이 사람들의 일상에 그 어느 때보다 깊숙이 침투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의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는 현황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일찍이 밀라노 디자인 위크전시에 적극 동참해온 럭셔리 브랜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규모와 완성도를 키워 패션의 중심 거리 몬테나폴레오네를 넘어 다소 외딴 지역까지, 시내 전 영역으로 참여를 확산하는 흐름을 보였다. 아르코 델라 파체Arco della Pace, 무세오 델라 페르마넨테Museo della Permanente, 팔라초 보코니Palazzo Bocconi, 밀라노 교육대학과 같이 밀라노의 역사를 담고 있는 기념비적 건축물과 미술관, 대학은 모두 까르띠에, 에르메스, 루이비통,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선점했으며 이탈리아 디자인 역사를 상징하는 밀라노 트리엔날레 미술관La Triennale di Milano 입구에는 선박 회사 산로렌초Sanlorenzo의 대형 초호화 요트가 들어서기도 했다. 미국발 경제 위기 이후 리빙 디자인 시장에 짙게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에 일말의 활기를 불어넣었던 주역은 바로 명품 브랜드였다. 지난해부터 로 피에라 가구 박람회장 전체 24개 파빌리온 중 2개 관을 엑스룩스xLux라고 명명한 럭셔리 가구 브랜드 전시로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한편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다채로운 삶’을 표방하는 디자인 경향은 최근 세계적으로 불거진 미투Metoo 운동이 시사하는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 문화적 다양성의 문제에도 화답했다. 남성이 주류인 디자인계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온 여성 갤러리스트, 편집장, 큐레이터,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가 앞장서는 움직임 또한 두드러진 것. 디자인 갤러리 닐루파르Nilufar와 디자인 잡지 <인테르니interni>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브라질 여성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를 재조명했다. 브라질 전통 장인의 기술을 근현대 건축과 조율하며 브라질 모더니즘을 이끈 그를 회고하는 콘퍼런스에는 리다 보 바르디를 롤모델로 삼아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여성 디자이너 파트리치아 우르키올라도 자리했다. 여성의 삶이 녹아 있는 전통적인 가내 수공업과 밀접한 영역인 텍스타일의 대표적인 브랜드 루벨리Rubelli는 이탈리아의 차세대 여성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Cristina Celestino와 협업해 1928년식 트램 속에 전시를 담아 밀라노 도심을 누비기도 했다. 지역적으로는 그간 등한시해온 남미와 아프리카 디자인의 가치가 재조명되었다. 모로소, 카펠리니, 카르텔, 로에베, 마르니 등의 전시장과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 살로네 사텔리테Salone Satellite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이어졌다. 예술적 상상력과 사회적 책임을 개개인의 삶에 투영하는 최근의 라이프스타일 흐름은 공간에 대한 실존적 자각을 반영하는 결과를 낳았다. 주거 공간은 더 이상 단순히 기능적이거나 심미적이지 않고 정체되어 있지도 않다. 대신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유기적으로 담아내는 그릇이 되고 있다. 이는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자기다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삶을 변화시킨다고 했던 공간적 성찰과도 맥락이 닿아 있는 듯하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주거 공간은 각자의 삶과 세상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실험과 변화를 선보여야 하는 가장 작은 공간 단위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둘러싼 일상에 아이덴티티를 반영하는 것은 자아를 탐구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공간을 채울 것인가?’ 하는 질문 뒤에는 ‘나는 누구인가?’ 혹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넌지시 일깨워준다. 마치 ‘주거 공간은 최적화된 행복을 찾기 위해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개개인의 실험실’이라고 정의 내리는 듯하다.


여미영 연세대학교에서 생활디자인학과 주거환경학을 공부한 뒤 이탈리아 도무스 아카데미와 웨일스 대학에서 디자인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에토레 소트사스 스튜디오Sottsass Associati 등을 거쳐 10여 년간 밀라노에서 일한 뒤 서울로 돌아와 디자인 컨설턴시 D3 대표로 일하고 있다. www.designdomusdigit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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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여미영 D3 대표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