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과 한국 디자인의 방향을 논하다 월간 <디자인> 특별 좌담회
한국 디자인계가 또 한 번 격동기를 겪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 국내 디자인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불합리한 관행과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어느 때보다 디자인이 주목받는 시대이지만 4차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은 토양을 마련하지 않으면 도태될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이렇게 명암이 교차되는 상황에서 과연 디자인계는 어떤 시각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할까? 월간 <디자인>은 한국 디자인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고자 두 차례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 중 첫 번째 시간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서울디자인재단,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등 디자인계를 대표하는 주요 기관 대표들과 디자이너 최초로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모시고 지난 7월 6일 한국 디자인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좌담회 패널

이길형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봉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윤주현 한국디자인진흥원장
이영혜 월간 <디자인> 발행인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각 단체별 동향과 이슈

전은경 오늘 모인 디자인 기관 및 단체장님, 그리고 손혜원 의원님은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디자인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교류가 적었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각 기관의 현황과 비전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머리를 맞대고 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요.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은 내년에 설립 10주년을 맞이합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재단을 운영할지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시민을 중심으로 일상생활 속 의식주 기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통해 디자인 사업의 방향을 펼쳐 보이고자 합니다. 또한 DDP의 명소화는 현재 저희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입니다. DDP는 지금까지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 공간이고 안팎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된 곳입니다. 앞으로 동대문이라는 지역 그리고 디자인 생태계와 어떻게 호흡하고 시너지를 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데요, 지난 4월 재단의 네 번째 대표로 부임한 제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단은 향후 3년간 ‘디자인과 더불어 품격 있는 서울 시민’이라는 비전 아래 시민 중심의 공감 복지, 디자인 산업 활성화, 품격 있는 서울 라이프를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많은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방향을 전개해나가야 하는데, 지금 이 자리 역시 좋은 토양이 될 것 같습니다.

이길형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이하 디총)는 국내의 대표적인 디자인 NGO로 28개 디자인 단체와 4개 특별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디총 안에는 디자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3요소, 즉 기업(산업), 연구(교육), 디자이너(인력)가 있는데 이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잘 조율하는 한편 정부 기관과 협력하기도 하고 지원해가며 건강한 디자인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가 주력하는 것은 플랫폼 구축입니다. 최근 디자인 회사들이 전반적으로 규모가 축소되거나 개인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된 환경에 걸맞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올해는 여러 지역의 디자인 센터를 특별회원으로 모셔 디자인 현안을 공유하고 역할을 나누는 방안 또한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봉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KCDF)은 공예와 한복 그리고 공공 디자인 분야에서 정부 진흥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 주된 영역은 공예와 한복이죠. 저는 기본적으로 팔리지 않으면 그것은 소장품일 뿐 상품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품의 속성은 시대와 맞물려 변화합니다. 공급만 하면 시장이 열리던 시대에서 소비자가 시장을 견인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 그 예입니다. 앞으로는 문화가 시장을 견인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 봅니다. 이에 따라 KCDF도 그동안 초점을 맞췄던 생산자 입장의 정책에서 벗어나 함께 문화를 누리고 경험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지난 상반기에 진행한 공예 주간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올가을에는 한복 주간 행사를 열려고 하는데 지난해까지 운현궁 앞에서 하루 저녁 행사로 끝났던 것을 주 단위로 확장한 것이죠. 또 하반기에는 코엑스에 공예트렌드페어도 진행할 계획이고요.

전은경 지난 5월 공예 주간에 맞춰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마켓유랑은 이러한 종류의 마켓 형태가 또 하나의 유통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윤주현 지난 4월 말 한국디자인진흥원(이하 KIDP)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리스닝 경영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020년은 KIDP가 5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 시기에 맞춰 올해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계획입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단 한국의 디자인 DNA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핵심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생각입니다. 그다음 해에는 4차산업 혁명과 관련한 디지털 이슈와 관련해 디자인디비닷컴(designdb.com)도 개편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2020년을 목표로 한국 디자인의 데이터베이스를 총망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인데, 이 모든 것이 KIDP가 디자인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손혜원 저는 디자이너 출신 최초로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 만큼 국가가 디자이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디자이너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타개책을 찾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한국 디자인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시가 디자인 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2008년에 출연한 기관이다. 디자인 산업 육성 및 디자인 문화 확산을 통한 서울의 디자인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 2014년 DDP 개관 이래 이곳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디자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서울새활용플라자를 개관하기도 했다. www.seouldesign.or.kr


디자이너의 생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전은경 손 의원님 말씀처럼 현재 디자이너의 일자리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손혜원 요새 조선업계의 위기라고 모두 이야기하죠.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경예산안으로 몇조 원씩 편성하고 있고요. 하지만 디자인계는요? 이제 갓 디자인 대학을 졸업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최저 연봉 수준의 직장조차 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성 디자이너들은 좀 나을까요? 대기업에서는 40대 중반을 넘지 못하고 회사를 나와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죠.

최경란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서울디자인재단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어요. 현재 대대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서울디자인클라우드를 비롯해 사업과 행사, 공모전 모두 청년 창업 및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휴먼 시티 프로젝트’, 유니버설 디자인에 스마트한 개념을 도입한 ‘스마트 유니버설 디자인 거점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자 합니다.

윤주현 KIDP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지만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다른 정부 부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 중 국토교통부와 여러 지역의 도시 재생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인데 이것을 일자리 창출과 연결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세대융합창업캠퍼스를 개소하고 우수 퇴직 인력과 청년 창업가를 연계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한 팀은 70대 노인의 재봉틀 기술을 활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선보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죠. 이와 더불어 올해 열리는 디자인코리아는 잡 페어도 포함하여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길형 저는 대학을 갓 나온 디자이너들이 자기 기준에 걸맞은 기업을 찾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일자리 문제의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주현 제 생각에도 현재 일자리 부족 문제는 실제 자리가 없다기보다는 미스매치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기업에서는 여전히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지만 디자이너가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거죠.

손혜원 잡 페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국내 미술대학들이 모두 연합한 형태의 졸업 전시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기업들도 이 자리에 초대하고요. 행사 자체가 바로 잡 페어가 되게 하는 것이죠.

윤주현 사실 디자인코리아에서도 희망 학교에 한해 졸업 전시회를 개최해왔습니다. 올해는 잡 페어를 포함시킨 만큼 학생들의 작품이 취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손혜원 하지만 총연합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참여 학교가 적었죠. 킨텍스라는 지리적 한계도 있고요. 차라리 DDP 같은 곳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어떨까요? 공정하게 동일선상에서 실력을 겨루고 그 자체로 즐길 거리가 되어야 해요. 물론 여러 세부 사항을 다듬어야 하겠지만, 분명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취업이 아닌 창업이 목표인 학생들에게는 에인절 투자가 이뤄질 수도 있고요.

최경란 말씀드렸듯이 서울디자인재단은 DDP 도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뉴욕 MoMA나 밀라노 트리엔날레, 파리의 퐁피두 센터 등 도시의 아이콘 같은 뮤지엄들처럼 메갈로폴리스 서울의 상징적인 DDP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죠. 저희는 중앙 정부 기관이 아닌 만큼 ‘한 나라의 산업을 일으킨다’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우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일자리 창출과 엮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일례로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을 대표할 만한 기념품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젊은 디자이너와 작가들이 간단한 문구류를 제작하게 하는 ‘문방사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죠. 유통으로는 형편이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고 청년 창업가와 청년 작가들에겐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일련의 프로젝트로 젊은 인력이 DDP로 모여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손혜원 디자이너들의 벤처 창업을 독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벤처기업들에 적잖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길형 회장님께 이런 기회를 활용해서 디자인 벤처를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말씀드렸죠. 공예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지원 정책을 영리하게 활용하면 훌륭한 공예 벤처가 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초기 지원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영세한 소규모 디자인 벤처나 공예 벤처로서는 인건비가 부담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5인 이내의 소규모 디자인 기업에 한해서 고용노동부가 4대 보험을 지원해주는 법안을 발의하려고 합니다. 벤처 회사들이 모두 IT 비즈니스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아무리 4차산업 혁명을 운운해도 결국 디자이너들이 나서서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일들을 해줘야 합니다.

최봉현 일자리 문제는 비단 디자인계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구호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만큼 거국적 관점과 투자, 효율적인 시스템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죠. 예를 들어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에 인건비의 일정 비율을 지원해준다거나, 디자이너와 소상공인을 연결할 때 디자이너에게 혜택을 준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겠죠. 아니면 손 의원님 말씀대로 디자이너가 벤처 창업을 했을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겠고요.

윤주현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시장 진출 또한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케임브리지, 보스턴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바이오벤처사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비즈니스를 전개하기에는 미국의 디자인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에요. KIDP는 그런 기업들과 한국의 디자인 전문 회사나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연결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윤주현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한국디자인진흥원 산업 디자인의 연구 및 개발을 촉진하고 산업 디자인 진흥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고자 설립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 기관이다. 1970년 한국디자인포장센터로 출범했으며 2001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각종 디자인 관련 전람회와 교육 및 연구 사업, 기업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한다. kidp.or.kr




이길형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28개 디자인 단체와 4개 특별회원이 연합한 국내 최대 규모의 디자인 NGO다. 1995년에 창립했다. 디자인 관련 법규 개정 건의 등 디자인 진흥 정책 개발을 비롯해 각 회원 단체의 활동 지원 및 건강한 디자인계 풍토 조성 등에 앞장서고 있다. kfda.or.kr

인재 육성과 스타 디자이너 만들기

이영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디자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전략적으로 스타 디자이너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손혜원 영국 YB 프로젝트가 좋은 예일 것입니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사치 갤러리가 앞장서 젊고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을 육성했죠. 결국 그 안에서 데미안 허스트라는 거장이 탄생하면서 미술계의 판도가 뒤집힙니다. 물론 스타는 물고만 터주면 그 뒤론 알아서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독지가가 나서서 이들을 지원했죠. 저는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여기에 있다고 봐요.

전은경 일종의 마중물이 되어주자는 거죠?

윤주현 일본이 그런 것을 정말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의 굿 디자인 어워드는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죠. 현재 KIDP 산하에만 7개의 공모전이 있는데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인증 및 선정 제도로 GD 마크의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경란 GD 마크는 좀 더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크를 받는 것 자체가 큰 영광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말이죠. 일본 G-마크의 경우 총 16개 분야에 걸쳐 심사하는데 2단계의 심사를 통해야만 인증을 받을 수 있어요. 그만큼 심사 기준이 높고 까다롭다는 뜻이죠.

이길형 디자인을 심미적 차원에서 심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시장에서의 반응과 같은 디자인의 결과까지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이 그런 방식으로 심사하죠.

손혜원 팔리는 게 곧 굿 디자인이고 스타 디자이너죠. 상은 심사위원이 아닌 시장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봉현 공예 분야에서도 스타 배출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만약 케이팝 스타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류 또한 존재할 수 없었겠죠. 스타의 상징성이 비단 개인의 성공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죠.

전은경 맞습니다. 스타 디자이너 만들기의 목적은 단지 몇몇 디자이너의 이름을 알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이너를 동경하고 디자이너가 되길 꿈꾸게 만드는 데 있죠.

최경란 요새는 디자이너조차 자기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최봉현 결국 스타의 비전은 그가 속한 사회와 산업에 비전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그 비전을 보고 유능한 인재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죠. 스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장기적 관점을 갖고 재능 있는 인재를 육성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윤주현 그런 점에서 KIDP가 진행했던 차세대 디자인 리더 육성 사업이 명맥을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제가 진흥원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낸 안건 중 하나도 이 사업을 되살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부임한 시점에 이미 예산 계획이 끝났기 때문에 당장 살려낼 수는 없었지만,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려보고자 합니다. KIDP가 운영하는 명예의전당 역시 넓은 의미에서 스타 만들기라고 생각해요. 보통 위대한 인물도 사후에 동상이 세워지기 마련인데 KIDP 명예의전당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수여를 합니다. 이런 상징적인 존재가 계속해서 늘어나야죠. 인재 육성 차원에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어요. 바로 CES 참관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해마다 CES에 나가는데 이때 디자이너들도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한 바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손혜원 같은 맥락에서 해외 공모전에 우리 디자이너들이 참가하는 데 KIDP가 좀 더 힘써 주었으면 해요. 현실적으로 현재 국내 시장만으로는 스타 만들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들을 한 100명쯤 선발해 전략적으로 해외 공모전에 참가시키는 건 어떨까요? 해외 디자이너들과 겨루어 수상을 하면 그들을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죠. 서울디자인재단이나 디총에서 그런 역할을 감당해도 좋고요. 분명 한국 디자인의 수준은 단기간에 빠르게 올라왔습니다. 우리 때와는 달리 글로벌한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가 많죠. 하지만 실력에 비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윤주현 결국 사람은 스타로 만들고 제품은 명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겠죠? 그런 점에서 KIDP가 주목하는 디자인 혁신 성장 사례도 스타 만들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플이나 다이슨 신화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국내 사례를 발굴하고 계속 소개하는 것이죠.

최봉현 축구를 예로 들어볼까요? 과거에는 공을 잘 다루고 주파 능력이 있는 사람을 훌륭한 선수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체력과 기술은 기본이고 공간과 전략에 대한 이해까지 더해져야 좋은 선수로 평가받습니다. 제대로 된 스타를 탄생시키기 위해선 전략적인 구상과 전체를 관망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거죠.

전은경 유통 기회를 주는 것 또한 디자이너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주현 사실 지금도 GD 마크를 받으면 조달청에서 혜택을 주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습니다. 또 앞으로는 조달청에 디자이너를 취업시키는 것도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영혜 그 기회를 좀 더 확장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종종 세계적인 와인 콘테스트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선정되면 전 세계 5성급 호텔들에 비치되잖아요? 그것만으로 와이너리들에게 큰 힘이 되죠. 그런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봉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 및 디자인 문화 확산을 위해 설립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 기관이다. 2000년에 설립한 재단법인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의 후신으로 2010년 통합 법인으로 설립되었다. 공예, 한복 관련 공공 사업을 추진 중이며 공공 디자인 사업도 병행한다. 인사동 KCDF 갤러리와 문화역서울 284를 관장하고 있다. www.kcdf.kr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혜원 20대 국회의원.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국회 문화관광산업연구포럼 대표의원. 1986년 브랜드 전문 회사 크로스포인트를 설립했다. 2015년 더불어민주당(전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으로 활동하다 2016년 디자이너 출신 최초로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체질 개선과 일원화된 목소리의 필요성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로 부임하고 보니, 우선 외부 기관과의 협업 이전에 조직 내의 부서 간 협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상생하는 사업 추진 구도가 필요하다고 파악했습니다. 디자인 생태계와 경계 없는 선제적 협업으로 상생하는 구조가 절실함을 느꼈죠. 당분간 저희는 동대문 지역 살리기에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이른바 ‘Design by Dongdaemun’이죠. 공모전 형식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개발하고 매칭시키는 작업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보여주기식 정책보다는 소통과 참여를 유도하고 현실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쪽으로 운영해나가려고 합니다.

윤주현 KIDP는 최근 조직을 새롭게 개편했는데요, 사업을 진행하는 전략경영본부, 4차 산업혁명과 융합 시대에 대응하는 연구와 교육을 맡는 역량강화본부 그리고 수출 및 국제 교류, 문화 확산, 글로벌 스탠더드를 세우기 위한 동반성장본부 이렇게 세 파트로 나눴습니다.

손혜원 저는 쓴소리를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솔직히 국가 예산으로 운영하는 디자인 기관들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사업을 진행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DB를 구축하는 것도 의미는 있죠. 하지만 디자이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나요? 특히 KIDP는 디자인계를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새로 원장님이 부임하셨으니 앞으로 달라지겠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지금까지 아쉬움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전은경 조직의 태생적 조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시다시피 KIDP는 1970년에 한국포장기술협회로 시작했습니다. 제품을 수출하는데 패키지에서부터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제품을 보호할 만큼 견고하지 못하다 보니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죠. 물론 디자이너의 일자리 문제도 시급한 과제이지만 제품 경쟁력 강화와 무역 증진 등이 KIDP로서는 더 중요한 임무였다는 뜻입니다.

손혜원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1960~1970년대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죠.

이길형 이걸 꼭 진흥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인의 위상이 올라갔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는 하는데 디자인 산업을 지원하는 데에서 제대로 된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정 기준이나 지원 방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정부 역시 디자인 산업 육성과 디자인 싱킹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디자인계가 디자인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경란 확실히 함께하는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지금 런던 디자인 위크나 밀라노 디자인 위크만 보더라도 여러 기관이 따로 나가서 흩어져서 전시를 하잖아요? 상당히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봅니다.

이영혜 디자인계의 각 기관에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동시에 하나 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윤주현 KIDP는 디자인계의 축소판이자 한국 디자인계의 맏형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 기관과 함께 연대하는 일을 하죠. 먼저 서울디자인재단과는 공동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지역디자인센터와는 지역 특화 산업 활성화를 연구하기로 했고, 디총과 디자인 관련 법을 만들어가기로 약속했죠. 이런 식으로 조직적인 혁신과 사회적인 가치 혁신을 병행하려고 합니다.

이길형 디총 역시 서울디자인재단과 협력과 상생을 위한 MOU 체결을 준비 중입니다.

윤주현 말씀드렸듯이 올해 디자인코리아는 잡 페어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만, 내년에는 좀 더 디자인계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향을 검토 중입니다. 일례로 서울디자인재단과 지금까지 진행했던 서울디자인위크를 ‘디자인의 달’로 확장시키는 문제를 논의 중입니다. 더 힘을 모아 함께 가자는 것이죠.

최경란 확실히 최근 세계적인 동향을 봐도 위크보다는 먼스month의 형태가 더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규모의 확장 이전에 행사가 너무 산발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져야지 의미 있는 성장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단일 기관이 모든 사업과 행사를 잘 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분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영혜 결국 ‘따로 또 같이’를 얼마나 잘 수행해내느냐가 관건이겠군요. 오늘 논의가 단지 대화에서 그치지 않고 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서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이야기 나눠볼 수 있길 바랍니다.

Share +
바이라인 : 진행: 전은경 편집장, 정리: 최명환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배석: 이영혜 월간 <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