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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102팀의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디자인계에 도움이 될 만한 31개 질문들 (4)

09 (8번에서 언급한) 기관들이 잘하고 있는 점 혹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기창 정말 많은 도움을 주지만 조금은 적게 서류를 요구해야 한다. 

송봉규 행정과 페이퍼가 아니라 실전과 현장 중심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진 디자인 사업이 아닌 디자인 상품을 직접 만드는 업체 또는 디자이너에게 좀 더 유통 판로를 확대해줄 수 있는 지원책이 지금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 결국 디자인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이규현 디테일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매우 잘 알고 지원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잘하고 있는 점이다. 반면 그런 지원이 지닌 시장 및 산업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라는 한계점은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신인아 표준 계약서는 잘 쓰고 있다. 감사하다. 그런데 지체 상여금은 피드백 늦게 주는 클라이언트에게도 내도록 해야 한다.


10 요즘 업무에서 무엇 때문에 가장 힘든가?

맛깔손 전체적으로 그래픽 디자인업계의 견적(인건비)이 낮게 책정된 점. 디자인 작업 문의를 받고 견적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면 업무의 난이도나 작업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이 낮게 책정되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제작비 및 과업에 대한 세부 항목별 견적을 자세히 작성하여 합의점을 찾아보려 애쓰지만, 기존에 잡혀 있는 디자인 인건비가 낮기 때문에 좌절하는 순간이 많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고, 개인이 극복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김다희 디자인과 양육 두 가지를 오랫동안 잘 해내고 있는(30대를 거쳐 40~50대) 여성 디자이너 롤모델을 찾기 힘들다. 업무에 관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때 조언을 구할 선배 디자이너들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박신우 서로 다른 종류의 일들을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점. 요즘은 디자인보다 그 외 일을 다루는 것에 더 시간을 쓰는 것 같다. 

임일진 국공립 단체의 무대 제작 시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의무 사항이 되는 제작사 선정 입찰 시스템이 가장 문제이다. 공연 무대를 단순히 상업적, 소비적 대상으로 보고 모든 제작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대표적인 시스템인 제작사 입찰 제도는 무대 디자인을 하나의 공사로 이해해 건축이 아닌 건설을 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준 높은 무대 디자인도 결국 입찰을 통해 (적정하다는 이름으로 포장된) 값싼 제작비로 제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마치 싸고 질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과 같다. 예술로서의 무대 미술은 ‘무대 마술’이 아니다. 

선정현 어쩔 수 없다. 세무·노무 관련 업무. 법인으로 전환 후 갖춰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다. 

이재영 일은 많은데 돈이 안 된다. 

김린 유머를 잃는 것. 

이의현 대장 노릇. 나와 생각이 다른 여러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지지를 얻어내는 일. 생계형으로 일하느라 관리자로서의 일보다 제품 개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공동체의 대장으로서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것을 살펴야 하기도 한다. 관점이 다양해질수록 ‘상’을 맞추는 것이 늘 가장 어렵다. 

정영주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줄어든 작업 시간 내에 이루어내야 하는 훨씬 더 높은 완성도와 크리에이티브를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강영화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니 디자인 업무 외에도 채용, 커뮤니티 빌딩, 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끌고 가는 게 어렵다. 사실, 하는 건 그냥 하면 되는데 잘하려니까 그만큼 고민이 많고 시간을 많이 들인다. 힘들다기보다는 어렵다는 게 맞고, 한편으로 재미있으면서 도전적이다. 

정덕희 작은 회사가 늘 큰 회사와 비교되곤 한다. 싫든 좋든. 작은 회사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주변에서 많이 보고 있다. 

전가경 대구에 산다. KTX로 움직이면 서울 시내에서 대구까지 1시간 50분밖에 안 걸린다.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간과 크게 차이가 안 난다. 그럼에도 대구 정착 5년 차가 되다 보니 지역 차에서 오는 여러 문화적 박탈감이 쌓이는 중이다. 지역은 중앙(서울)을 모델로 삼아 모방하려 안달이고, 중앙은 중앙의 이슈가 아닌 이상 관심이 없다. 흥미로운 건, 이 중앙 또한 결국 세계의 글로벌 시티 등을 벤치마킹하려고 안달이다. 모 이론가가 말했듯이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이 하위 제국이라면 서울은 지역 관계에서 하위 제국으로 군림한다. 아무튼 인쇄를 비롯한 책 제작도, 문화 행사도 서울 중심으로 이어지는 상황의 지역 차가 안타깝다. 대구는 상대적으로 개인의 부가 축적된 도시임에도, 여타 유럽의 소도시에서 볼 수 있는 미술 문화계의 열려 있는, 진보적 태도는 보기 힘들다. 자본의 축적만큼 열려 있어야 하는 게 (현대)미술 분야라고 보는데, 대구는 그 반대이다. 

박이랑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내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아무도 모른다. 

크래프트콤바인(김예진) 모든 것에 완벽한 끝은 없고 배움의 길도 끝이 없는 것 같아서 힘들다. 하고 싶은 것도 점점 더 많아지고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늘 하게 된다. 

이주영 매일이 논쟁, 나는 가는 곳마다 불청객. 

김희봉 소통. 디자인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이 업무 단위에서조차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나이, 젠더, 성격 등 수많은 구분 사항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해간다. 

최소현 요즘은 클라이언트의 눈높이도 높아졌을뿐더러 우리 스스로가 일하는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평가 기준이 높아지다 보니 늘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일,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밸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자문의 과정이 힘들면서도 뿌듯하다. 

햇빛스튜디오(박철희) 공짜로 콘텐츠를 얻어 가는 인터뷰 요청. 내 이야기로 돈을 벌 생각이면 돈을 내야지? 

신인아 페미니즘 활동하느라 시간이 모자라…. 

둘셋(홍윤희) 2년 차가 가까워지니 여러 방면에서 기어 나오는 나름의 고민거리가 몇 가지 정리되고 있다. 첫 번째는 체력이 필요한 분야여서 그런지 체력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단순하게 3개를 들고 싶어도 1개밖에 못 드는 것이라든가 수면 시간을 줄이는 데에 마지노선이 있다는 것과 같은. 두 번째는 일하면서 얽힌 인간관계에서의 조율과 타협에 대한 고민 정도다. 

황신화 클라이언트의 사업 규모에 따라 예산 정도가 매우 다르고, 머릿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개입해야 하는 정도에 대해 갈등을 느낀다. 더 다른, 더 좋은 디자인이 과연 그들에게도 더 나은 디자인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김영철 UI·UX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면서 어려운 것 같다. 첫 번째는 디자인팀 외 다른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 여러 부서가 모여 진행하는 만큼 서로의 방향이 같아야 하고, 그들을 설득시키거나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레퍼런스나 디자인을 통해 설명하거나 인터랙션이 들어간 프로토타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서비스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우리는 사용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평가를 받는다. 때로는 사용자와 토론하고 귀 기울여 들으며 반성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신중해진다. 모든 사용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큰 어려움이며 숙제이다. 

오래오 스튜디오 클라이언트와의 소통과 불통. 

김영나 늘 시간이 부족하다. 

유선 52시간 근무가 아니라 주 4일 근무라면 어떨까 생각한다. ‘9 to 6’가 아닌 탄력 근무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자주 한다. 많이들 그렇지만 나는 올빼미형 인간인데, 야근은 안 된다 하고 아침에는 온전치 못한 정신이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해 고민이다. 

김나나 요즘 업무에서 힘든 점이라기보다 늘 겪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충분히 내용을 이해하고 긴 시간을 들여 아이디어를 짜내고 스토리를 만들어 구성한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컨펌이 이루어지면 작업에 착수하여 그것을 구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작업하는데, 이런 과정에서도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계속 수렴하며 작업하게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렇게 모든 과정을 녹여 완성한 작업물이 클라이언트 상부 보고 때 한마디 말로 뒤집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말 한마디는 그간의 과정과 시간을 ‘0’으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작업자 입장에서 그것을 지키고자 펼치는 논리적인 설득은 당연히 효과가 없다. 물론 그렇게 해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10년을 넘게 일했어도 늘 처음 겪는 일처럼 쉬이 굳은살이 생기지 않는다. 

김기창 수동적인 사람을 만나거나 수동적인 학생을 가르치는 건 너무나 힘들다. 

성예슬 속도. 소비자의 의식의 흐름 속도를 쫓아가기가 힘들다. 특히 빠르게 지나가는 SNS 피드의 경우 소비자의 눈에 띄고 그들로 하여금 멈춰 서게 만들고, 구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매력적인 소구점을 찾아야 해서 가장 힘든데, 동시에 가장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다. 

석윤이 눈의 피로와 운동 부족. 

이석우 어떻게 하면 삶과 일의 리듬을 깨지 않고 집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나와의 싸움. 

박영하 아이러니하게도 주 52시간 근무. 

주면 첫째는 일의 지속성이다. 어느 일이든 다 그렇지만 클라이언트에게는 선택지가 많으니까 늘 시한부적인 한계성을 담보한 채 목을 걸고 일한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정치력이 없다. 그래서 더 힘들다. 둘째는 갈수록 사전 컨펌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 셋째는 인력 충원의 어려움이다. 요즘엔 이 일 하려 하지 않는다. 3D, 최악의 업종으로 분류된 지 오래다. 그리고 이건 절대 개선되지 않겠지만 해마다, 분기마다 이뤄지는 ‘네고’ 역시 큰 문제다. 이유도 다양하고 상황도 가지각색이라 설명하기도 힘들다. 이 바닥에 ‘인상’이란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호영 요즘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풍기를 개발하는데, 바람을 디자인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단순한 날개 모양이 아닌 바람으로부터 느껴지는 감성을 건드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 바람에 부합하는 최대치를 얻기 위해 많은 테스트를 한다. 지금까지는 눈에 보이는 것을 디자인했다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바로 이 부분에 우리만의 기준점과 철학을 담는 것이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다. 

이윤지 클라이언트 기반의 디자인 프로젝트와 함께 우리(마음 스튜디오)가 지향하는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는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브랜딩하는 디자인이라서 더 욕심이 난달까,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서 힘들다. 

스튜디오 밀리언로지즈 효율적인 시간 활용. 

김영준 2008년에 개최된 제1회 서울디자인올림픽을 필두로 ‘디자인 서울’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다양한 디자인 행사가 진행되었다. 많은 기업에서 너도나도 디자인을 표방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지난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이제 충분히 보편성을 획득했다. 누구나 ‘디자인이란…’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나도 디자인은 조금 알고 있는데…’라는 식의 전제가 깔린 주관적인 피드백이 의욕 넘치는 나를 의욕 없게 만들 때가 종종 있다. 언제부턴가 너도나도 스티브 잡스가 되었다. 


11 우리나라에서는 왜 디자인 비평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김형진 이런 얘기를 20년 정도 전부터 들은 것 같은데 아직도 똑같은 상황이라는 건 아무래도 디자인이 비평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빈정대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해본다면 아무래도 교육과정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문학 비평, 미술 비평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까닭은 대학에서 문학과 미술을 이론적으로 가르치는 학과가 있고 졸업생이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그게 없다. 결국 디자인과를 졸업한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하거나 어쩌다 디자인에 지극한 관심을 갖게 된 외부의 누군가에게 기대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 디자인계에도 저런 졸업생과 저런 외부인은 몇몇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몇몇은 있을 것이다. 그냥 거기에 만족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강주현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최근 경험한 일화로 미루어보자면 디자인 비평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꼰대 짓 
때문인 것 같다. 

김소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오래된 말에서 드러나듯이 비단 디자인계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는 비판을 통한 개선과 변화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 것 같다. 덕분에 비평을 건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는 문화가 만연하다. 의제가 공론장에 나와 집단의 지성이 되는 대신 술자리에서, ‘단톡방’에서 가십으로 소비된다. 

mykc 소위 ‘비평적 디자인’ 대상으로 인식되는, 조금은 어려워 보이는 디자인만 그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서가 아닐까? 편의점에, 마트에 놓여지는 디자인 결과물이 비평의 대상이 되기에는 한계가 물론 있겠지만 유통의 최전선에 있는 것들도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좋겠다.

이정혜 비평은 팬덤과 함께 온다. 그런데 팬덤은 작가(또는 발화 주체)의 고유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게 된다. 디자인 시장이 클라이언트 잡에 갇혀 있는 한 디자인이 비평적 대상으로 확장되기는 어렵다. 

김신 하나는 문학이나 영화, 음악, 건축과 달리 디자인 분야의 비평은 상업적 이익이나 손실과 더 관련이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또 디자인 비평을 대중적인 관심으로 봐줄 인구가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대중은 디자인을 그저 소비할 뿐 비평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전문가들 역시도 전문 미디어에서 영감을 받고 싶어 하지 비평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디자인의 주체, 그러니까 기업이나 디자이너가 디자인 비평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민지 여전히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쑥스럽다. 혹시나 불이익이 생길까 염려되고, 누군가 나를 미워할까 두렵다. 디자이너는 특별한 부류가 아니다. 모든 분야의 비평이 활발하지 않은데 디자인이라고 별수 있을까. 

슬기와 민 마치 외국에서는 디자인 비평이 활발하다는 것 같다. 우리는 디자인 비평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과정이고 측면이다. 브랜딩이건 책이건 앱이건 디자인은 그 일부일 뿐이다. 영화나 미술이나 문학 작품은 그 자체로 총체적 감상 대상이지만 디자인은 그렇지 않다. 브랜딩이나 책이나 앱을 비평할 수는 있지만 거기서 디자인만 분리해 비평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영화 비평은 가능하지만 촬영 비평이나 각본 비평, 연기 비평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오이뮤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기 어려워하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의견(비평)을 냈을 때 되돌아올 다른 의견에 맞설 용기와 책임이 필요하다. 가끔씩 하나의 이슈에 마녀사냥처럼 몰리는 무시무시한 세태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김진식 실무와 이론의 불균형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디자이너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을 왜 만드는지 그 이유는 사회·기술·문화적 측면에 따라 계속 바뀌고 있다. 시대별로 달라지는 흐름에 맞게 디자인의 역할을 정리해야 하고, 또 기존의 접근법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김기열 디자인 비평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 같다. 

황신화 겁이 많은 걸까? 

선정현 비평이 활발할 만큼 디자인이 생활 속에 들어온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 시장이 다양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주영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아는 사람일 만큼 업계가 좁아서 쉽지 않은 듯. 

김재관 디자이너로 먹고살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담론도 없고 비평할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도 많은데 다들 뭔가 피로감에 쌓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워크스 비평이 필요한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김영나 디자인 분야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프로젝트의 수명이 너무 짧다. 시간에 쫓기듯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다 보니 ‘그 이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가 마무리되면 다시 다른 일에 쫓긴다. 짧은 과거와 긴 역사를 계속 돌아보며 현재의 위치를 짚어보고 앞을 내다볼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비평이라는 것도 활발해지지 않을까. 

김영준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하지만 약 1년 전에 있었던 유명 디자인 에이전시 플러스엑스 변사범 대표의 사건이 이 질문의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다(2017년 2월 27일에 회사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과문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교육계와 산업계를 막론하고 소위 잘나가는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에 대한 비평을 했을 때 돌아오는 것은 건강한 답변이 아니라는 것이다. “디자인의 ‘디’ 자도 모르는”이라는 다소 유치한 공격적인 반응이 꽤 많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계를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왔고, 자신들의 울타리를 침범하면 SN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비평할 당찬 디자이너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허수연 한국은 트렌드의 영향력이 큰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 특히나 비교적 역사가 짧은 디자인에서 트렌드의 영향력은 더욱 크며, 디자인의 수용 범위는 좁고, 그만큼 비평에 민감해진다. 비평의 기준이 개인이나 역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에 있는 경우가 많거나, 비평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이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아직 굳건하게 자리 잡지 않았으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한국의, 한국적 디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가경 비평에 관한 문제는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이다. 디자인 비평은 1990년대 중반에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세라는 인상이다. 디자인 비평이 이뤄지려면 판에 대한 기본 지식, 꾸준한 아카이빙, 대학에서의 이론 교육, 비평 매체의 활성화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이 중 어떤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학에서의 이론 교육은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지고(반면 막상 학생들을 만나보면 이에 대한 갈증이 크다), 동시대적 감각으로 과거에 대한 시선을 재활성화시켜 과거의 원자료를 아카이빙할 인력도, 기관도 드물뿐더러(이 또한 대학 기관이나 공기관이 나서야 하는데 두 단체 모두 손 놓고 있다. 오히려 개인 연구자들이 더 열심이다), 비평을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더군다나 비평이 이뤄져야 할 ‘판’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잡지 같은 매체가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 매체들 또한 지면 
할애에 인색하다. 덧붙이자면 디자인 관련 학회에서 생산하는 논문과 현장과의 괴리가 너무나도 크거나 교류 자체가 없다. 그래픽 디자인에 관해 글을 쓰는 내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이런 판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이고, 개인 차원에서 관심 주제를 다루는 데 주력할 뿐이다. 

최소현 우리 모두 비평과 비판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주관보다 남의 시선이 더 중요하고, 자존감보다 자존심이 더 강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채영 유교 문화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선후배가 확실하고 연장자에 대한 예우가 아직 중요한 문화 속에서 좁은 한국 사회에서 누구를 비평하기에는 누구든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디자인의 양적인 확장에 비하면 질적인 부분에서 깊이 있는 성찰도 부족한 게 복합적인 이유인 듯싶다. 

맛깔손 유교 문화 때문이지 않을까? 앞에서는 모두가 선비다. 

신인아 1권위자 눈치 보느라, 2 눈치 안 보는 사람은 디자인 보는 눈이 없고, 3 아무튼 돈도 안 되고. 

듀오톤(송병용) 문화적인 영향이 있다고 본다. 해외 디자인 회사와 국내 디자인 회사의 프로젝트 진행 프로세스를 경험해본 결과 국내에서는 결과(아웃풋) 위주의 컨펌으로, 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 후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초반 프로젝트에 대한 분석, 리서치, 문제 파악, 정의, 설계 등에 비교적 소홀한 진행으로 인해 결과물에 대한 비평이 주를 이룬다. 반면 해외 업체의 프로세스는 매 과정에서 잦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골고루 안정적인 산출물을 아카이빙하며 설득 과정을 중시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클라이언트의 참여를 유도하고 프로젝트 깊숙이 끌어들인다. 보통 국내 클라이언트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매니징 말고도 본업(자체 진행해야 할 업무)이 있기 때문에 참여나 관심도가 소극적이고, 결과물에 대한 딜리버리(내부 보고)에 대한 책임감만 신경 쓰게 된다. 항상 프로젝트 마지막에 집중도가 몰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이렇게 결과물에 대한 집중 현상은 디자인 비평에도 똑같이 적용돼 결과만을 놓고 비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올바른 비평을 할 수 없다고 본다. 비평을 받는 입장에서도 내가 이렇게 고생했는데 몰라준다’는 식으로 자기방어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감성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비평가일 경우 이런 상황은 더욱 닫힌 커뮤니케이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활발한 비평이 어렵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상처받을 용기’가 유연하고 활발한 디자인 비평의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덕희 학연, 지연으로 철저하게 묶여 있는 전반전인 문화 속에서 어찌 비평이나 마음대로 하겠는가. 

김정욱 디자인을 학문으로 바라보게 된 역사가 다른 분야보다 짧다. 또한 어디까지 디자인으로 볼 것인지 애매하고, 무엇보다 국내 상황에 맞는 보편적인 디자인 이론이 미흡해 개념이 다소 모호하고 복잡성을 띤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현업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담론을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비평의 부재를 인식한 많은 디자이너들과 이론가들이 다양한 층위에서 말과 글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어떤 디자이너는 지속 가능한 확장성을 고려하여 플랫폼을 만들기까지 했다. 동시에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는 디자이너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비전공자까지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만큼 디자인이 일상과 가까워졌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고 확장된다면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디자인 비평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종유 모든 창작 분야는 어느 시대나 시대정신을 반영한 무언가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그것에 큰 감응을 받고 동조하게 된다. 음악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김민기의 ‘아침 이슬’과 들국화의 ‘행진’ 같은 곡이 권력에 저항하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음악계에서 작가가 깊이 있게 고민한 시대정신을 담으려고 하면 “넌 왜 이렇게 심각해?”라는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디자인 비평도 마찬가지다. 심각하게 고민했던 디자인 작업을 깊이 있게 바라보지 않고 디자인을 가벼운 소비의 주체로 보는 것이다. ‘패션 병신체’나 ‘공간 말발이들’ 같은 말이 그 예인데, 패션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지 않은 채 그럴싸한 영어나 외래어를 남용하는 것이고, 공간을 깊이 있게 보지 않고 비평을 쓰다 보니 어려운 철학적 단어를 끌어다 쓰며 디자인을 소비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무엇보다 이런 비평에 앞서 모든 디자이너 역시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을 인정하면 좋겠다. 디자이너들만큼은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려고 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비평의 힘이 되리라 믿는다. 

지성원 상호 간의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와 ‘비평’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용어 탓. 

이규현 사실 나부터도 가끔은 SNS에서 이슈에 대한 강한 비평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뭔가 우리나라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문화가 한몫하는 게 아닐까? 

김지석 비평이란 귀담아들어줄 팬이 있어야만 활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때 문학이, 영화가, 음악이 그랬으니까. 그러니 디자인계는 디자이너만이 아니라 디자인을 아끼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법을 먼저 찾아야 할 것 같다. 

유선 비평할 만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부류이기 때문에 바닥이 너무 좁은 것 같다(아는 사람들끼리 그러는 건 또 한국 문화가 아니지 않나). 그리고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물도 별로 없어 보인다. 대부분 시간에 쫓겨 찍어내듯 하고 있으니. 

스튜디오 밀리언로지즈 비평에 어색한 문화, 비평할 대상의 부재. 

유인성 슬픈 현실이지만 아직까지도 디자인은 협업이 아니라 외주라고 인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기본적인 안목은 있으나 분야별로 디자인에 대한 측정 지표가 각양각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이 K-뷰티 수준이 된다면 엄청난 비평이 쏟아질 텐데. 

김석훈 비평을 비난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조심스럽기만 한 것이 아닐까. 

임일진 무대 디자인 분야에서는 각각의 분야별 협업과 경계의 모호함, 좁은 시장에 얽혀 있는 인간관계, 비평을 비판으로 오해하는 인식 등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연출 위주의 제작 시스템에서 작품으로서 무대 디자인의 독자적 평가는 불가능하다. 전문적 비평가의 부재와 함께 비평을 발표할 수 있는 매체의 부재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은하 권위를 가진 사람들은 디자인에 관심이 없고, 디자이너들은 적은 보수에 많은 일을 하느라 너무 바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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