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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103팀의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디자인계에 도움이 될 만한 31개 질문들 (5)

12 (그래픽 디자이너의 경우) AGI 회원이 되고 싶나? AGI가 아니더라도 회원이 되고 싶은 단체, 연맹이 있다면 말해달라.

슬기와 민 미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그루초 막스가 한 말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을 회원으로 받아줄 만한 클럽에는 가입하고 싶지 않다.”

이예주 AGI(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e)의 명성은 알고 있지만 내게 너무 먼 단어들이다. 최근 여성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시작한 FDSC(Feminist Designer Social Club)에 가입했다. 일상에서 필요한 단어들의 조합이다.

신인아 제가 김소미, 양민영, 우유니게와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을 만들었는데요! 회원 되고 싶지 않으신지? 고액(300만 원 이상) 후원자는 명예 회원 자격 드릴 테니 꼭 연락 주세요.

김기열 요즘은 조용히 디자인만 하고 싶다.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면 고려해볼 수도 있겠다.

황신화 AGI는 큰 영광일 듯.

지성원 Nope. 비디자인 단체에서 디자인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WWF.

이현주 당연히 회원이 되고 싶다. 그 밖에 떠오르는 단체는 없지만, 여행 중에 보았던 AIGA의 작품전은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았다.

김영나 2016년에 AGI 회원이 되었다. 단체 활동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노력은 한다.


13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신명섭 디자인은 세상의 변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많은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변화에 대한 기여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조심스럽다.

정희연 그렇다. 하지만 인간의 거의 모든 지적 생산 활동이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다. 문학, 과학, 기계 공학도 세상이 바뀌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 안에서 디자인도 딱 디자인이 할 수
있는 만큼의 기여를 한다고 본다.

김은하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클라이언트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선경 옷차림에 따라 자신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누구나 경험한다.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구입하면 한 번쯤 지구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착한 캐릭터를 보면 내 마음도 착해진다. 공장에서 쓰는 기계의 디자인을 바꾸면 기술 개발자들이 디자인과 함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한다. 그 기계를 쓰는 현장 분위기도 달라진다. 디자이너의 작은 노력으로 버려졌던 마을이 관광지가 된다.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말고.

박연미 바꿀 수 있다. 0.8%의 영향력이라도 바꾸는 건 바꾸는 거니까.

소윤의 정의하는 디자인의 범위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현재 소속된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IT 산업의 일원으로서 생각하는 답은 ‘그렇다’이다.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의 형태와 경험을 담는 것, 보이지 않는 기술이나 개념을 시각화해 전달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기에 변화를 이끄는 역할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현 생각을 가시화시키는, 그래서 실제 무언가 돌아가게 하는 중심에는 반드시 디자인이 있다. 거창하게 ‘변혁’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바꾼다’라는 의미를 ‘조금 더 나아지게 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게끔 돕는다’라고 믿기 때문에 분명 디자인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나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면. 디자이너란 바로 그런 관심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김기열 ‘뭐 이럴 것까지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세상을 작고 크게 지속적으로 바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든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선정현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슬기와 민 어떤 디자인이건 조금씩은 세상을 바꾼다. 디자이너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도 세상은 바뀐다.

이정혜 물론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 그런데 디자인만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필요하다. 그리고 디자인이든 다른 무엇이든 그것이 세상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단기적
관점으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건 목적이 될 수 없다. 이 세계에 무엇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는 것이 우선이다.

신인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이주영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줄 수는 있다.

mykc 디자인을 공부하면서는 그 가능성을 가늠해보기도 하고, 사회운동으로서 디자인을 내세웠던 세대를 선망하기도 했다. 현재는 세상을 바꾼다기보다 조금은 재미있게 그리고 아름답게(혹은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만들고, 조금 더 나아간다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는 있다고 본다.

천재박 있다. 박현택의 <보이지 않는 디자인>(안그라픽스 펴냄)에 이런 구절이 있다. 마음에 쏙 들어서 메모해놓았다. “무심하지만 성실히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숙성된 가치를 담아내는 디자인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는 최근의 화두는 직업 선택과 부의 축적, 끊임없는 발전과 성장이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까’ 하는 문제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 물건을 만들고, 무엇을 위해 이야기해야 할까?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본성의 재설정이 필요하겠다. 이를 통해 아름다움 또한 자신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절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디자인을 통해 근본적인 삶의 문제에 대해 교감하며 자신과 주변의 삶을 지금보다 더 정성스럽게 가꾼다면 그것으로 이미 바뀌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이뮤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통해 인식도 개선할 수 있고 물리적 한계를 보완할 수도 있다. 문화적인 차이도 극복할 수 있으며 세대를 이을 수도 있다. 이 정도면 다양한 분야에서 세상을 바꾸는 데 디자인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유지원 이 질문 바로 다음 질문이 이런 내용이었다. “앞의 질문이 혹시 부끄럽게 느껴지나?”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특수성과 관련된 것인지, 가끔 사회를 의식하지 않아야 쿨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본다. 이런 생각이 나온 맥락은 이해하지만, 사실 이것은 치기 어린 발상이다. 작년부터 뇌과학 관련 책을 관심있게 읽고 있는데, 특히 ‘사회적 뇌 이론’은 기존 인문학과 사회학의 역할을 일부 인수할 듯 보인다. 사회적 뇌 이론에 따르면 어떤 인간도, 심지어 아주 내성적이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의 뇌조차도 거의 항상 사회를 의식하고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얼마 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라파엘 로자노헤머의 <결정의 숲(Decision Forest)> 전시를 봤다. 지하 전시장 마지막 공간에는, 한 명의 관객이 자신의 심장박동을 기계와 동기화하면 커다란 방 전체에 그 심장박동이 빛과 소리로 증폭되어 번쩍이며 울리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른 관객들은 그 관객의 심장박동이 실시간으로 울리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인간 개체들은 서로 분리된 것 같지만, 인간의 감지 범위 밖 생체의 에너지와 파동은 실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전시장 밖을 나서고 나서, 지나다니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실은 호흡과 박동, 신체의 열기 등으로 서로 미세하게 연결된 새로운 네트워크의 구조 속에서 다시 보였다. 예술은 이렇게 적어도 한 사람이 사회와 세계를 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다. 한 예술가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고 나서 세상을 인지하는 시각이 달라진 경험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 개인 주체의 시각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의 영향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그것이 모여서 세상을 달라지게 한다. 디자인이라는 인간 활동과 그 결과물이 어느 한 사람의 시각에 아주 조그만 영향조차 미치지 못할까? 그렇지 않기가 오히려 불가능하다. 모든 종류의 인간 활동은 서로에게 연결되어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강력한 권력과 권위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정영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예전과 비교하면 디자인과 기술이 함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과 디자인이 세상을 이롭게 하리라.

박희성 디자인이 세상을 좀 더 섬세하게, 좀 더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봉진 디자인이 세상을 다 바꾸지는 못해도 조금씩,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을 바꿔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 리테일 사업에서 그런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쓰타야, 디앤디파트먼트, 무인양품 같은 브랜드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풍요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지 않나? 이들은 초반부터 디자인 기획력이 반영된 상품을 만들고 브랜드 유산을 쌓아 올렸다는 점에서, 필요나 수요에 의해 만들어진 기존의 산업형 디자인과는 다른 차원의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영준 디자인은 세상의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계기로 산업 디자인은 기술을 뒷받침해주는 최고의 파트너로서 그 역할에 충실해왔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자인은 심미성보다는 사용성에 무게감을 훨씬 더 실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근래의 디자인은 인문학이라는 철학을 적절히 섞어 현대 디자인의 틀을 완성했다. 앞으로의 디자인은 기술과 철학 등 다른 분야와 협력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다.

설은아 1년 전인가 미용실에서 무심히 잡지를 보다가 갑자기 시선이 고정된 화보가 있었는데, 배우 정유미가 ‘WE ARE ALL FEMINIST’라는 강렬한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레이스 치마를 입고 너무나도 여성적인 자태로 앉아 있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순간 ‘이건 뭐지?’ 하며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건 ‘페미니즘×패션×페미닌 무드×디올 명품’ 등 기존에 전혀 매치되지 않았던 조합이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스파크였으리라. 실제로 그 임팩트는 시장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으로 이어져 동네 보세 가게에 이미테이션 제품이 좍 깔리기도 했다. 난 이 현상을 보며 ‘양성 평등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대중의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오고 있다’, ‘디자인이 신념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쿨하고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사회적 에피소드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의 작은 디자인이 우리의 기분을 즐겁게 해주는 경험은 누구나 해보지 않았을까? 칫솔, 머그잔, 스테이플러 등 매일 접하는 사물을 디자인 제품으로 바꿔보자. 확실한 소확행의 지름길이다. 이처럼 디자인은 작은 일상부터 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어쩌면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장 스마트하고 강력한 도구일 것이다.

최택진 바꿀 수 있지만 가성비는 좋지 않다. 정연진 바꿀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디자인적 사고와 더불어 크리에이티브이다”라고 했던 미국의 재즈 연주가 찰스 밍거스의 말처럼 간단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크리에이티브이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앞 차량용 신호등 위치를 앞쪽으로 옮긴 후 차량들이 횡단보도 신호 앞 대기 차선을 모두 지키게 된 것처럼 말이다.

권순규 디자이너 티보 칼맨Tibor Kalman이 말한 것처럼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이 아닌 더 나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언어이다. 디자이너는 자신들만의 언어로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서부터 단편적인 것까지 하나씩 하나씩 바꾸고 변화시킨다는 것에 한 표!

크래프트콤바인(김예진) 디자인이 세상을 바꾸는 것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디자인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디자이너는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며 자신의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예주 2018년 7월 27일 현재 두산백과에 정의된 ‘디자인’의 사전적 정의 중 “디자인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고 실체이기 때문에 어떠한 종류의 디자인이든지 실체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디자인은 주어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조형요소造形要素 가운데서 의도적으로 선택하여 그것을 합리적으로 구성하여 유기적인 통일을 얻기 위한 창조 활동이며, 그 결과의 실체가 곧 디자인이다”를 보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문승지 디자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김영철 디자인은 이미 사람들의 일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경영자들 또한 디자인을 중요시하고 있고. 어떤 분야를 보더라도 디자인팀은 항상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형태를 진화시키려 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들의 눈은 더 예쁜 것, 사용하기 편한 물건에 적응하고 것은 날이 갈수록 더 진화할 것이다. 현시대 디자이너들은 그 중심에 서서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덕희 당연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디자인만으로는 힘들다. 자본의 힘과 경영의 노하우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재관 철학이 있는 디자인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영 물론이다. 바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환경 또는 그 환경을 이루는 요소를 끊임없이 개선하는 활동이다. 사용성이나 심미성을 더 나아지게 만들고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허수연 이미 바꿔가고 있는 것 같다. 디자인은 불편함을 개선하여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 이외에도 아름다움의 역할, 감각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여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하지만 다양한 아름다움을 제시하거나 편리함을 제공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생각한다.

유인성 바꾸고 있다. 디자인은 더 많은 가치와의 연결을 도울 수 있다.

김석훈 디자인의 아이디어와 시도는 소중한 지적 가치이다. 이 가치의 축적을 통해 하루아침에 크게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며시 그리고 은밀하게 세상에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본다.

이윤지 디자인으로 사람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황신화 Big Sure!

백종환 디자인은 인간의 삶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면서 생각도 달라지게 만든다. 인간의 삶이 변한다는 건 세상이 바뀐다기보다 세상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변화가 모여 세상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이석우 세상을 아주 빠르게 바꿀 수는 없지만, 디자인은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천천히, 꾸준히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물론 모든 디자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김희봉 세상은 모두의 시간이 모여서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디자인도 세상을 바꾸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기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필요할까?’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디자인이라는 행위의 대전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보면 될 것이다.

스튜디오 밀리언로지즈 디자이너들이 하기 쉬운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채영 디자인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너무 자만심이 가득한 질문 아닌가? 사람의 마음속에서 선의의 단계가 조금 더 오르는 게 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오래오 스튜디오 디자인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

김진식 세상을 바꾸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한 가지 문제에는 많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디자인 하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비약이겠다. 그보다는 디자인에서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고 꾸준히 지켜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석윤이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단순하게 말하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것 같다. 누군가의 삶에 만족감을 주고 거기서 오는 행복을 느끼는 데에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일진 없다.

이경미 모든 인간의 진보는 질문을 어떻게 던지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시대 과제’는 무엇인가? 디자이너가 그려내는 미래 시나리오는 미래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forecast)이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일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foresight),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말해 뭐 하나. 세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김영나 아니오. 그러나 디자인을 하는 개인은 그렇지 않은 개인보다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클 것 같다(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14 앞의 질문이 혹시 부끄럽게 (스스러움을 느끼어 매우 수줍게) 느껴지나?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김영나 부끄럽다기보다는, 어떤 ‘세상’을 언급하는 것일까 잠시 생각했다. 아무튼 디자인의 역할은 아마도 좀 더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동력이 아닐까? 그런 노력을 하는 개인은 각자 의미가 있다.

채영 조금 더 편리하고 조금 더 아름답고 조금 더….

김진식 나에게 디자인은 지적 호기심의 결정체이다. 내가 끊임없이 배우고 경험하는 지식을 바탕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메시지를 작업에 표현하려고 한다. 또 이러한 작업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시대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임일진 디자인은 매 순간 바뀌는 세상을 가장 선두에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스튜디오 밀리언로지즈 부끄럽지는 않다. 디자인은 세상을 든든히 받쳐줄 수 있어야 한다.

석윤이 스스러움을 느껴 웃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앞으로 더 깊게 생각해보겠다.

전채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 더 나은 기준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쌓여 새로운 시각을 형성해나가는 것.

최성훈 우리의 삶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하나의 솔루션이고 생각한다.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어떠한 목적을 이루는데 이왕이면 형상이 아름답고 사용하기 편리해서 만족감이 큰 제품(서비스)이 우리를 기분 좋게 하지 않을까?

오래오 스튜디오 디자인은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는 아니다. 플러스 알파 같은 역할로,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문화를 형성하는 것처럼.

송봉규 어제보다 나은 뭔가를 오늘 만드는 것.

이경미 나는 내가 하는 디자인이 세상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더 훌륭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의 역할은 좀 더 회복력 있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것,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황신화 앞의 질문이 전혀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디자이너란 이름으로 10년 넘게 지내오며, 예상보다 나의 직업에 대해 뿌듯함, 정당함을 느끼며 살았다(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콩트라플로우는 최전방에서 최후방까지 궂은일, 편한 일 따지지 않고 디자인을 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멋지게 말하면 CD, 어떤 프로젝트의 큰 획을 이끌어가는 살림꾼이 된 것 같다. 디자이너는 큰 그림도 그리지만 작은 가계부 리스트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존경하게 된 이랑주 VMD의 말을 빌리자면 영혼은 디테일에 머무른다.

백종환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과 사물의 갈등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신인아 세상을 바꿔 보려고 하는 것! 그리고 이건 모든 직업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이석우 세상의 모든 직업은 크건 작건 세상에 기여한다. 디자이너 또한 하나의 직업이며, 여러 다른 직업과 같이 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기여한다. 디자이너는 인간다운 창의성과 혁신성을 통해 사회 속에서 이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도 세련된 형식으로 말이다.

김희봉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우리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15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왜 그 이름을 꼽았나?

전가경 난 이런 질문이 유효하지도 않을뿐더러 앞으로도 유효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정된 소수 인물이 특정 분야를 선도하거나 주도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본다. 시각 디자인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 기술을 예로 들면, 기술의 보급은 한정된 소수의 것에서 보편적 다수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 기술 보유가 특정 소수의 자산이었다면 현재는 보편적 공유재가 되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한 사람의 명성은 운도 작용할 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인자(부모의 지원, 재산, 결혼 유무, 자녀 유무 등)의 복합물의 결과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그런 복합적 구성물에는 관심이 없다. 이 질문은 21세기가 지양해야 할 ‘신격화’의 정반대에 서 있는 가치관의 소산이라고 본다. 섬네일로 축소되는 시각 디자인의 결과물과 그로 대표되는 몇몇 특정 인물에 대한 집중만큼 고루한 과거도 없다.

김신 김현과 안상수. 김현이 디자인한 것을 일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상수는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 대상인 한글에 대한 깊은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글 디자인의 가치를 알려왔기 때문이다.

유선 세종대왕이다. 한글이 우리 역사상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평창 올림픽만 봐도 한글은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기 제일 좋은 컴포넌트다.

천재박 수류산방(박상일, 심세중). 쌈박한 디자인을 좋아했었지만 아이 낳고 개인적으로 출판도 준비하면서 출판에 중심을 둔 곳들의 작업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문학, 미술, 건축 계통 출판물부터 현대백화점 식품관 브랜딩까지 이들이 진행한 다양한 작업 중에 최근 국립무형유산원의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 시리즈에 반했다. 심지어 이 책은 비매품이라 살 수도 없다.

윤새롬 최병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아트 퍼니처 분야를 개척하고 알려왔으며 지금까지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해 그분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제자들이 여러 디자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신명섭 안상수. 우리나라의 시각 디자이너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한글이라는 언어에 대해서 가장 디자인적으로 많이 알렸다는 업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최소현 패션 디자이너 최유돈(‘한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여야 할까, 세계 무대에서 한국 디자이너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여야 할까’의 기준에 대한 망설임이 잠깐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 최유돈은 다양한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한국 디자인 혹은 디자이너의 장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때마다 ‘역사적으로 지역의 역학적 관계, 문화가 늘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빠르게 받아들여 재해석하는 역량’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최유돈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송봉규 어려운 질문이다. 요즘에는 민속 박물관에 가보면 이름 모를 사람들이 만든 물건이 현재의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물건보다 훨씬 우리의 생활과 문화, 정서를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름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한국 디자인 신을 이루고 있고, 한 명의 디자이너가 아니라 이런 디자이너들,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문화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황신화 안상수에서 최도진까지. 안상수는 지금처럼 다양한 한글 글꼴이 있게 한 시초라고 생각하기에. 최도진은 힙하다.

선정현 공간 디자인 분야에서는 옴니디자인의 이종환 대표. 첫 직장 사장님이었다. 그런데 그게 이유는 아니고, 1세대 공간 디자이너를 대표하는 것은 분명하다.

정덕희 유영규 클라우드엔코 대표이사. 폭넓은 활동, 특히 대외적인 많은 활동을 통해 한국의 디자인 위상을 높이고 있는 것 같다.

채영 김현. 김현 선생님 밑에서 25년을 지내면서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당연히 그러지 않겠나? 김현 선생님이 이룬 디자인적인 업적에 대해서는 누구든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같이 일한 디자이너를 자기 세계에 가두지 않고 모두 독립적으로 발전하게 도왔다. 그런 점들이 나에게는 누구나 아는 디자인 업적보다 더 위대해 보인다.

최소영 우리나라에서 고안된 독보적인 창작물을 디자인한 사람을 떠올리면, (활동한 시기와 관계없을 경우) 한글을 디자인한 세종대왕과 한복의 세련됨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이영희도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김석훈 디자이너 세종대왕. 한글 창시자.

김기열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지금 생각나는 분이 있다. 나에게 타이포그래피(그때는 물론 몰랐지만)라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해준 <오감도>를 쓴 이상 시인이다. 어릴 적 읽었던 <오감도>를 생각하면 아직도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눈 속으로 밀려드는 문자들의 구조가 선명하다.

이윤지 디자인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달우 디자이너. “선 하나로 무한대 놀이가 가능할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끈 하나만으로 공간, 프로그램까지 만들어낸 서울어린이대공원의 ‘파하하 놀이터’는 아이와 부모 모두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해준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파하하’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중 가장 큰 웃음소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놀이에는 제약이 없다는 공감을 만들어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을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점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이달우를 꼽았다.

김영나 안상수.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않기 위한 가장 적합한 이름이 아닐까?

권순규 나는 직장 동료 중에서도 함께 일하는 사람 외에는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라니… 잘 모르겠다.

이규현 대한민국의 대표성을 띤 디자이너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유명 디자이너만 있을 뿐. 그런데 곧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마구 등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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