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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104팀의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디자인계에 도움이 될 만한 31개 질문들 (8)

23 도대체 한국적인 디자인은 무엇일까? 한국적인 디자인이라 는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김희봉 한국적인 디자인이라는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리만의 유행은 있는 것 같다.

김지윤 기와, 한복, 소반 등 한국의 과거에서만 한국적인 디자인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디자이너들이 한국의 현재를 바라본다. 나는 이것이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한강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는 것은 형태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한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분명 한국적인 것이다. 현재의 한국이라는 속성은 이미 삶 자체이며, 우리에게 내재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을 무엇으로 정의할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실재하지만 아직 이름이 없는 상태라고 할까. 꽃을 꽃이라고 불렀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듯,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아직 이름이 없는 ‘한국적인 디자인’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정의하고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승언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한국이 있으니 한국적인 디자인은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김영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질문에는 회의적인 답이 떠올랐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현시점의 한국적인 디자인은 학습 능력이 월등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훈련된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호하지만 유연하고, 잡식성에, 폭발적인 움직임.

김은하 한국에서 생애를 보낸 디자이너가 작업했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허수연 한국의 디자인은 사물보다는 서비스적인 부분이 좀 더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속한 부분인 유형의 ‘사물 디자인’ 분야에서도 한국적인 디자인이 분명 존재하는데, 그 가운데에는 공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비교적 디자인 역사가 짧고 다양성이 부족한 한국에서 공감은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는 유행과도 이어지며 여러 분야와 접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 디자인에서 개인적으로는 전통, 환경의 요소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는 한국적인 디자인의 방향과 색을 더욱 명확히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정덕희 한국적인 디자인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이미 글로벌 사회 아닌가. ‘한국적’이라는 말을 없애자.

이정혜 나는 한국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다. 그건 내가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역사성, 문화적 특성, 생활양식, 기호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전통으로부터 추출된 상징이나 기호를 차용하는 방식은 한국적 디자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지역성은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의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

mykc 우리도 궁금하다. 전통과 한글 위주의 버내큘러를 벗어나 ‘이것이 한국적’이라고 보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방법론이 있다면 알고 싶다. 매우.

박신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는 저 극단과 이 극단을 중간에서 적절히 혹은 이상하게 섞어내는 것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김소미 최소한 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는 공유하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한편 내가 지금까지 요구받은 한국적인 디자인의 특징은 ‘오방색’, ‘수묵(의 질감)’, ‘한글’ 세 가지로 요약된다.

크래프트콤바인(김예진) 한국에서 한국적인 디자인을 찾는 것보다 잘한 디자인을 찾는 게 더 우선일 것 같다.

백종환 분명 한국성과 전통성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국성이라는 건 우리가 지금 대한민국 시대에 살고 있는 모습이 반영되어야 한다. 즉 전통이 지닌 가치와 미적 언어를 넘어 현재성과 창의성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조선성’, ‘고려성’이 아니기에 공간뿐 아니라 건축, 제품, 그래픽, 의상 등 모든 분야에 한국성이 존재한다.

김진식 ‘한국적’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기보다는 우리의 삶에 침투해 있는 형식과 방식, 행위에 대한 다각적인 고민과 이해가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들여다본다면 ‘사람들은 왜 종이컵을 떡볶이나 호떡을 담는 데 사용했을까?’, ‘다양한 재질을 구매할 수 있는 을지로 거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효율성은 우리 삶에서 대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같은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오래오 스튜디오 한글과 <해례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 속 많은 억압 중 우리가 지키려 한 것은 한글이었다. 이것이 흔들리면 나라와 개인의 역사 및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한글은 소리와 뜻에 맞게 디자인되었고,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문화가 형성되었다.

최성훈 일반적으로 ‘한국적인 디자인’ 하면 한복, 한지, 자개, 도자기 등 전통적인 공예품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이런 공예품이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국이라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휴대하거나 사용하는 각종 물품을 살펴보고 공통적인 요소나 니즈를 추출하여 적용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게 한국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못 느끼지만 해외(낯선 장소)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한국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꼭 말과 행동을 듣거나 보지 않더라도 옷차림, 소지품, 헤어나 메이크업 등을 보면 ‘아! 한국 사람이다’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분명 전통적인 요소가 없음에도 말이다.

이규현 개인적인 숙제이다. 지금까지 정리된 생각은 한국전쟁 이후가 한국적인 디자인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척박한 전쟁 후의 환경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로 가장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썼을 테니 가장 필수적인 요소들이 응축되지 않았을까.

박희성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한국의 소재와 주제 그리고 관점이 녹아 있다면 충분히 한국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적인’이라는 분별점이 세련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남성적인 디자인’ 또는 ‘여성적인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것과 같다.

김기창 한글 서체 디자인.

김봉진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대학 시절부터 한국적인 요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한국적인 디자인이라고 하면 대개 처마 선, 아리랑, 태극 문양 등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지금 시대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 그런 것을 보며 얼마나 한국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할지 의문이다. ‘한국적인 디자인’과 ‘한국 전통의 디자인’은 구별되어야 한다. 즉 나는 지금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 자체가 한국적이라고 본다. 거기에 외국의 여러 문화가 섞여 있을지라도 우리가 먹고 즐기고 소비하는 것이라면 그게 우리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케이팝을 보며 어느 나라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한국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한국 전통을 존중하고 계승하는 것은 중요하다. 동시에 우리 세대에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볼 필요도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민의류’를 통해 한글을 그래픽적인 요소로 디자인에 활용한 적이 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패션 디자인에 접목한 시도는 그 전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한의 정서, 슬픔, 아리랑, 이런 쪽으로 접근했다. 우리는 한글 폰트를 의미 요소를 배제하고 철저히 그래픽적, 디자인적, 시각적 아름다움의 차원으로만 접근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의미 없어 보이는 문구를 옷에 새겨 넣었다. “냉방중이니 문을 닫아주세요”, “엑티브엑스 설치 중”, “김치는 드실만큼” 같은 것. 우리말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그리고 해외에서 굉장한 호평을 얻었다. 이런 엉뚱한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새롬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정의하기보다 ‘한국인의 디자인’으로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한국의 교육과 문화, 사회, 자연환경에 영향받은 한국인이 한 디자인은 분명 다른 나라의 디자인과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주영 한국적인 디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의 처마, 한국을 색, 한국의 지붕 등 물리적인 형태만을 차용하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

박경식 어렵다. 나도 고민이다.

선정현 한국인의 성향, 외모의 특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디자인도 존재하지 않을까.

전가경 한국적인 디자인이란 없다고 본다. 국가가 사실상 하나의 만들어진 추상물이라면, 특정 국가를 대변하는 디자인 스타일 또한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다만 내가 옹호하는 것은 지역적 디자인이다. 그것은 소수의, 변방의, 토착적 디자인이다. 가령 한글이라는 문자 체계가 전체 문자 생태계에서 소수를 차지하고 그럼으로써 문자 생태계의 다양성에 기여한다면, 한글을 디자인 지형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것은 민족주의나 국가주의 담론과는 별개로 다뤄야 한다.

맛깔손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한국에는 번안곡만 있는 것 같다. 멜로디는 세련되었지만 가사는 구수한.

송범기 한국에는 수많은 문화가 섞여 있다. 단일민족이라고는 하나 단일 문화를 갖고 있지는 않다. 일본 문화, 미국 문화 등등이 빠르게 뒤섞이면서 발전해왔다. 이런 다양한 문화가 빠르게 뒤섞이면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였는지 잃어버렸다. 한때는 나도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한국적인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뒤섞인 문화 속에서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하고 있고, ‘Design by Korea’라는 타이틀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결국 한국적인 디자인은 한국인이 디자인한 모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디자인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누가 봐도 ‘한국인이 디자인한 거구나’라고 인식되지 않을까 싶다.

최소현 ‘한국적인 디자인’을 ‘Visible한 스타일’로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명확하게 이야기할 자신이 없다. 다만 태생이 대륙과 바다에 접해 있는 반도국이고 관계 속에서 존속해온 나라인 만큼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재해석하는 데 그 기민함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다. 독일, 일본과 비교하며 우리는 ‘정체성이 없다’고 자책해왔으나 분명 장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예전 우리의 발명품이나 기록 문화유산, 해학 가득했던 민화 등을 반추해볼 때 우리가 잃어버린 근현대 역사 속에서 디자인의 정체성도 잊힌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몇 년 전부터 당시의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오늘도 베이징의 디자이너 그룹이 회사에 방문해서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답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선경 현재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은 그 어느 나라도 아닌 한국의 디자인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디자인 서비스 비용이 일본이나 이탈리아보다 높게 매겨져 있다. 이제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서구의 디자인을 모방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일본에 가면 일본 디자인이 확연히 느껴지고, 이탈리아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디자인이라고 믿는다.

문승지 한국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와 전쟁 그리고 급격한 현대화를 거치며 다양한 문화가 뒤섞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현대에 들어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고 이는 곧 디자인 영역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비빔밥이다. 비빔밥은 따끈한 밥 위에 다양한 재료와 고추장이 그릇 안에서 맛있게 버무려져 한국 고유의 맛을 낸다. 어쩌면 맛있게 버무려지는 이 비빔밥이 지금 이 시대의 한국적 디자인의 축소된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종유 학생 시절, 건축가 김석철 선생님께 똑같은 질문을 했다가 우문현답을 얻은 적이 있다. “가장 김종유다운 디자인이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이 아닐까?”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병산서원 만대루나 양동마을 관가정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그것이 바로 한국적인 디자인이라 말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그때의 아름다움이 아니었을까? 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솔직한 우리의 모습이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강남 거리의 무수히 많은 간판도 우리가 만든 디자인이며, 강북 골목의 미로 같은 길과 을지로의 낡은 철공소 냄새마저도 우리의 공간이자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의현 나도 다른 분들의 답변이 너무 궁금한 질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지금 한국에서 찾으려고 노력한다. 사계절의 경험(이거 의외로 몇 개 국가밖에 없다), 무엇이든 빠르게 처리되고 처리하는 경험, 새벽 5시까지 술 먹고 놀아본 경험, 어른과 손님께 두 손으로 물건을 받고 드리는 경험, 반찬을 공짜로 리필해먹는 경험. 이런 경험과 의식을 바탕으로 접근한다면 한국적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황신화 (한국의) 전통적인 디자인은 존재하지만 한국적인 디자인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디자인이 한국적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다만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시각적 특징과 색깔, 특히 한글이 있기에 그 색깔은 분명하다고 본다. 흠, 한국은 현재 굉장히 힙하지 않은가?

김정욱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도 지나면서 국가 정체성을 강조한 디자인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 동시에 한국적 디자인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의구심도 가졌다. 하지만 최근 어느 정부 기관 사이트에 지역 행사 및 각종 공모 사업을 알리는 포스터 모음 자료를 보고 나니 한국적 디자인이라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채영 한국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은 다르다. 한국에 있는 디자이너가 독창성을 지닌 디자인을 계속해서 쌓아가면 한국적인 디자인의 원형이 만들어질 듯.

김재관 (한국 국적의 사람만이 아닌) 한국에서 사는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만들어내는 디자인의 총체적 결과물이 한국적인 디자인이 아닐까. ‘버내큘러’라는 개념에서는 한국적인 디자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영 전통문화에서 연결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범인류적인 기준으로 디자인을 거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김지석 내가 속한 커뮤니케이션·그래픽· 사용자 경험 분야에 한해서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디자인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한국적인 망치나 한국적인 확성기라는 게 존재한다면 한국적인 디자인도 딱 그 정도의 느낌으로 존재하지 않을까.

석윤이 아쉽게도 딱 떠오르는 한국적인 디자인이 없다. 일본에 가면 ‘일본 디자인이다’ 라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일본은 자체적으로 자국의 디자인을 계속적으로 노출시키고 홍보하며 제품을 꾸준히 발표한다. 우리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한국의 디자인’을 만들고 다듬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과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박영하 단순히 전통적인 요소를 차용 혹은 재해석했다고 그것이 한국적인 디자인일까? 평창동계올림픽 룩 개발에 초기부터 참여하며 경험한 일도 있고 포스터 공모전 수상작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건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단청, 8괘, 천지인, 수묵화 기법 안 쓰면 큰일 나는 것처럼 여긴다. 지겹지도 않을까? 첫 번째 올림픽으로는 부족했나?
또 한 가지, 한국적인 디자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스위스 스타일이다’, ‘네덜란드 스타일이다’ 하며 무작정 해외 디자인 스타일을 차용하는 것인가? 영감을 얻고 영향을 받는 것과 흉내를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간혹 예전 서구 영화에서 동양권 문자를 어설프게 따라 그린 사례를 볼 수 있다. 어떤 서양인이 한자를 모르는 타투이스트에게 받은 한자 문신 역시 같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고유한 문화나 문자에 대한 배경의 이해 없이 그럴싸하게 흉내 낸 디자인 스타일은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그들의 시각에서 볼 때 매우 어설프고 조악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티셔츠에 영문으로 쓰여 있는 단어나 문장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유행이니까, 있어 보이니까 그래픽적인 이미지 장식으로 입고 다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적인 디자인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우르르’ 문화다. 네덜란드 스타일이 쿨하다고 하면 너도나도 우르르, 그저 UI·UX가 대세라니까 우르르, 어떤 폰트가 먹어주고 텍스트 레이아웃은 동서남북, 뒤 배경은 그러데이션 처리가 유행이라니까 우르르.

김제형 한국적인 디자인은 케이팝도 아니고 옷에 날염된 못생긴 한글 캘리그래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해한다.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는 나 역시 학생 때부터 늘 고민하던 어려운 과제였다. 이제 그 강박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것보다 아시아적인 것에 대한 의미를 더 찾게 됐다.

임일진 한국적 양식(스타일)화가 선행되기 전 한국적 디자인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청국장 맛이 시각적 스타일로 존재할 수 있을 때 한국적 디자인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주면 왜 그런 것에 집착해야 하나. 그렇다면 반대로 세계적인 것은 뭔가? 디자인의 발생은 자연 발생적이다. 그냥 놔두면 알아서 한국적 디자인이 된다. 뭔가 보여주려는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그런 허상의 개념에 집착한다. 좋은 디자인을 하면 되지 왜 한국적 디자인을 하려고 안달을 하는가? (평창의 인면조는 정말 코웃음이 절로 나는 난센스다.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든가. 아무도 알지 못하고 공감도 할 수 없는 고대 벽화의 유물적 증거가 소재는 될 수 있겠지만 그게 이 시대의 한국적 감성이라고 강변할 수 있는가?) 문화는 의도를 갖고 만드는 게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불특정한 공감이 자연 발생해서 밀집되는 거다. 놔두면 알아서 케이팝도 되고 케이디자인K-design도 된다.

스튜디오 밀리언로지즈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아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것.


24 최고의 클라이언트와 최악의 클라이언트를 꼽는다면? (클라이언 트를 밝힐 수 있다면 말해달라.)

김진식 지금까지 다양한 유럽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디자이너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 놀랐다.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라 할지라도 자신이 선택한 디자이너를 적극적으로 믿어주는 태도가 매우 인상 깊었다. 특히 <월페이퍼> 핸드메이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스웨덴의 바닥재 브랜드 볼론Bolon을 빼놓을 수가 없다. 여러 가지 안건을 상의하고 미팅을 마칠 때 <월페이퍼>의 인테리어 디렉터가 볼론의 프로젝트 책임자에게 ‘최종 결과물이 디자이너의 생각대로 지켜지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볼론 측 역시 그들이 선택한 디자이너를 믿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매우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브랜드에게 어떻게 나의 모든 능력을 다 쏟아붓지 않을 수 있겠나.

햇빛스튜디오(박철희) 최고는 보배로운 예수교회, 최악은 카페베네. 보고 있다면 시안비 내놓으세요.

김종완 삼성물산 S.I 팀과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해 디자이너를 도와주어 성과물을 내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백종환 최고의 클라이언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이너를 믿어주는 클라이언트이고, 최악의 클라이언트는 끝까지 믿어주는 척하는 클라이언트이다. 물론 디자인에 정성을 들여 믿음을 갖게 만드는 것은 디자이너의 몫이다.

최도진 외부와의 협업은 기업 내에서 그 역할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의 방향성이 크리에이티브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기업 대표의 개인적 취향, 조직 내의 오너십 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한 판단, 담당자의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 등) 잘못 진행되는 과정이 너무 많다. 단순히 사용되고 버려지는 사례도 많다. 함께 열정과 에너지를 쏟는 것 이상의 호흡이 필요한 것 같다.

오이뮤 디자이너를 믿고 맡겨주는 클라이언트는 최고, 갑 마인드로 무장해 권위 의식을 갖고 업무를 진행하는 클라이언트는 최악!

정영주 최악은 롯데 계열, 최고는 빙그레.

워크스 최고의 클라이언트는 퍼폼. 2016년, 2017년에 이어 올해 겨울에 열리는 퍼폼 디자인을 맡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이 거의 없는 편이라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디자이너가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라 파트너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박이랑 최고의 클라이언트는 고등과학원의 최재경 교수님. 클라이언트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신 분이다. 최악의 클라이언트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젊은 남자였다.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갑자기 시비를 걸며 비용을 완불하지 않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추잡스러워 조용히 마무리 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대차게 싸워도 될 일이었다. 아, 그리고 한참 후에 잘 지내냐며 친구처럼 메일을 보내왔다. 하하.

크래프트콤바인(김예진) 최고의 클라이언트는 비용을 제때 주시는 분과 디자인의 가치를 잘 알고 이해해주시는 분! 최악은 아니지만 황당했던 클라이언트는 우리가 한 그래픽 작업 중 시안으로 보여줬던 로고와 PPT를 그대로 뽑아서 가게의 여러 곳에 액자로 걸어둔 분이다.

햇빛스튜디오(박지성) 최고의 클라이언트: 녹색당.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후보가 등장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고,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의 선거 디자인을 함께 하고 그것이 여러 흥미로운 반응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고 뿌듯했다. 다른 작업을 할 때는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 있었다. 우리가 심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하는, 혹은 연대하고 싶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클라이언트가 있다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의 클라이언트: 시안비를 주지 않고 잠수를 타다가 전화번호를 바꾼 담당자. 이름은 김동희이다.

문승지 최악은 생각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클라이언트. 최고는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는 수없이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클라이언트.

둘셋(방정인) 교보아트스페이스. 우리의 첫 외부 클라이언트이자 가장 많은 작업을 함께 한 클라이언트이기도 하다. 일을 거듭할수록 점점 상호 효율을 높여 진행했다. 각자 일하는 방식과 서로에게 원하는 것 또한 잘 맞았던 편이다.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쌓인 후에 만나게 되는 클라이언트와는 마음이 다른 것 같다. 음, 디자이너의 순정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하나. (첫 미팅 당시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우리를 믿고 진행해준 최희진 디렉터에게 감사드린다.

신명섭 최고는 프로젝트를 같이 해결해나가려고 하는 사람. 최악은 돈을 주고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황신화 최고의 클라이언트는 더부스. 최악의 클라이언트는 밝힐 용기가 나지 않는다.

석윤이 내가 만난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다 좋은 분이었다. 디자이너를 정말 존중하고 작업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분을 꼽으라면 <현대시학>의 전기화 대표님. 대부분 젊은 클라이언트가 많은 편이지만 그중에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오히려 더 젊은 디자이너의 안목에 기대를 가지고 믿고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김영나 최고: 비슷한 조건에서 시작하여 오래된 협력 관계로 발전한 클라이언트.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큰 힘이 된다. 최악: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깊은 이해가 있음을 거듭 밝히면서 디자이너의 자율성을 저해하거나, 실제 제작 비용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경우.

김지윤 나에게 많은 자극과 영감을 주는 클라이언트를 좋아한다. 나는 좋은 디자이너가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들고 좋은 클라이언트가 더 좋은 디자이너를 만든다고 믿는다. 나쁜 클라이언트 역시 나쁜 디자이너가 만드는 것 아닐까? 클라이언트는 기본적으로 모든 리스크를 직접적으로 떠안는 입장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관점이 디자이너와 다를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항상 클라이언트의 관점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25 서울디자인위크에 가본 적이 있나? 당신이 총감독이 된다면 주제는 무엇으로 삼겠는가?

최소현 지난해에 열린 제4회 서울디자인위크에서 총감독을 도와 큐레이터 역할을 했다. 당시 기획을 하면서도 ‘디자인 위크’의 역할, ‘서울디자인위크’가 만들어내야 하는 밸류, 그리고 ‘지속성을 가진 디자인 축제’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올해에는 또 다른 형태로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의 주제에 대한 관심보다 ‘지속성’ 있는 ‘공공 기관이, 혹은 서울이 해야 하는 역할’이 바로잡혔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이규현 어디까지가 서울디자인위크였는지 모르겠다. 구심점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디자인 축제 말고 디자이너들의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준비하는 행사도 좋지만 디자이너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디자이너들이 서로 뽐낼 수 있는 기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제는 가볍게 ‘Re-UNION’.

이나미 2017 서울디자인위크 총감독으로서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디자인’을 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데에서 많은 문젯거리를 제공하는 ‘관계’도 디자인될 수 있고, 디자인되어야 함을 말하고자 했다. 올해 총감독을 맡았다면, 만만치 않은 일이겠지만 ‘통일 디자인’을 주제로 제안했을 것이다.

이경미 2017 서울디자인위크에서는 이나미 총감독 아래서 기획위원,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총감독이 된다면 ‘현재의 장벽을 넘어 꿈꿀 수 있는 미래로!’라는 제목으로, 평화 체제의 시대가 열리면 디자이너는 어떤 생각과 가치를 담아 역사를 함께 만들어나갈지 고민해보는 장을 열고 싶다.

 

26 우리나라에 디자인 뮤지엄이 생긴다면 소장품으로 무엇을 고르겠는가? 국내 디자이너 작업 중 하나만 꼽아달라.

둘셋(방정인) 일상의 실천 권준호 디자이너의 ‘Life: 탈북 여성의 삶’. 소장품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작업이다. 디자이너의 작업에서 쉽게 마주하기 힘든 어떤 숭고미와 비장미가 있다. 디자인계에 멋지고 좋은 작업이 너무 많지만, 이 같은 특이점이 있는 작업은 아직 보지 못했다.

김진식 개인적으로 박종선 작가의 나무 의자 컬렉션을 너무나 좋아한다. 날렵한 선과 간결한 비례로 완성한 의자는 시간을 두고 볼수록 매력적이다. 사포가 만드는 둔탁한 R값이 싫어 대패로 에지를 마감한다는 작가의 미적 감각이 잘 반영된 물건이다.

김신 최정호 선생님의 한글 디자인 원도.

송봉규 소장품은 아니지만 디자인 뮤지엄 로비에 놓을 주물 스툴과 가구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 BKID에서 디자인한 MM의 스툴이다.

정희연 오늘의 풍경(신인아 디자이너)의 ‘페미니즘 만세만세 만만세’ 포스터를 꼭 걸고 싶다.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이렇게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세상을 바꾸는) 포스터가 있었던가? 그 비주얼만큼 강렬하게 기록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재영 <한국,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 11>.

정영주 스티키몬스터랩의 작업을 고르고 싶다. 여전히 힙하다.

김봉진 모나미 153 볼펜. 개인적으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좋아한다. 그래야 잃어버려도 다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나미 153 볼펜은 1963년에 디자인되어 지금까지 50년 넘게 사랑받고 있다. 만년필과 연필 사이 어느 지점에 위치한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나는 지금 리미티드 버전을 구해서 애용하고 있다. 모나미 153 볼펜은 근대화 이후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이 아닐까 한다. 해외에 내놔도 전혀 손색없는 디자인이다. 흰색과 검은색만 사용한 디자인의 기본형이면서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이의현 포장마차 테이블. 이거 누가 어디서 맨 처음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세트로 파는 (엉덩이 돌아가는) 겹겹이 쌓는 의자도 그렇고. 이렇게 싸고, 편하고,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채영 호돌이.

김린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도록.


석윤이 파리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박원민이 디자인한 가구 아무거나.


이현주 이광호의 ‘Woven’ 작품 한 점은 꼭!


김제형 김현의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스케치.


김은하 양민영의 냉면 티셔츠.


스튜디오 밀리언로지즈 김기현의 1.3 체어.


최택진 마크앤드로우의 아로마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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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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